명예퇴직
아침, 출근해서 공문을 열람했다. 어제 출장이었다. 그래서 결재가 밀린 공문이 줄을 섰다. 학교는 방학이어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화급을 필요로 하는 등속을 처리하고, 여유 시간을 갖고 몇몇 공문을 꼼꼼하게 읽었다.
그 중 한 건이 ‘2019년 2월말, 명예퇴직 대상자 통지’였다.
눈에 띠는 이름이 한둘 아니었다. 교직 선배는 물론, 동기와 후배들도 많았다.
벌써 명예퇴직을 할 나잇살이 되었다. 아직 정년까지는 한 마장은 남은 나인데, 서둘러 명예퇴직을 하는 이들, 딱히 무슨 곡절 때문이겠지만, 이름을 확인한 순간, 맘이 짠했다. 나의 재직기간을 꼽아보니 오늘로써 35년 10개월 12일이다. 세월 빠르다.
나도 언젠가는 정년퇴임을 맞으리라.
해서 오늘 하루는 어설픈 생각보다는 하루를 열흘같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칼 희끗해지고, 잔주름 자글자글 늘었다고 해서 멈추거나 주저할 일이 아니다.
백세시대가 거저 주어지지 않듯이, 명퇴와 정년 이후의 삶도 그냥 맡겨지지 않는다. 건강한 삶의 에너지는 언제든 주체적으로, 스스로가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 십여 년 전에 정년퇴임한 선배 한 분은 아직도 재능기부로 주말강의 도맡아한다. 또한 연구에너지 발명이라는 필생사업 하나로 두문불출하며 연구에 거듭하는 선배도 계시다.
그들에게서는 노년이란 딱지를 찾아볼 수 없다.
칠팔십 나이에도 사오십의 젊음을 구가하는가하면 삼사십 청춘에서 칠십의 노인을 만난다. 어떻게 사는가? 무엇을 하며 사느냐에 따라 결과적인 삶의 무늬는 확연하게 다르다. 몸이 늙었다고 마음마저 노쇠해서는 안 된다. 예전 같으면 뒷방 늙은이 취급 받았을 사람들이 보다 자기 일에 열심이다. 그 열정, 젊은이 다름없다. 거침없이 사는 노년이 부럽다.
2월이면 명예퇴임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넣었다.
의외로 목소리가 낭랑했다. 연유를 물으니 이제부터 제 하고픈 일을 맘껏 하고 싶단다. 여유를 갖고, 그 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친구도, 낯선 나라 여행도 다니고, 재능기부도 했으면 한다고 했다. 평소 본받고 싶은 삶의 결을 가진 이들인데, 막상 교직을 떠난다니 서운하기 그지 없다.
해서 다시금 다짐한다.
교직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본연에 충실하겠다고. 누에가 뽕잎을 먹듯이 외길인생을 자랑스럽게 여기겠다고.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나 역시 교단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떠나는 이들의 고운 자태가 더욱 아름답도록 교육본연을 한층 더 우러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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