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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물 베기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2. 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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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물 베기

 

부부싸움, 자주 해보셨지요? 깨소금 볶듯 사는 부부일수록 곧잘 다툽니다. 그렇지만 부부싸움은 정말 낯부끄러운 얼루기입니다. 부부 간 다툼은 본데없는 말 한 마디로 시작됩니다. 근데도 서로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줍니다.

니가 나한테 해 준 게 뭐냐?”

그래, 홀릴 때는 간도 다 빼 줄 기세더니 고작 이거냐?”

왜 거짓말을 해! 왜 사람을 못살 게 굴어!”

난 이때까지 한다고 했다. 근데 이게 뭐야!”

마음이 없는 거야. 싫증이 난 거야. 왜 나를 무시하고 외면해!”

자식들한테 부끄럽지 않아. 당신 가장으로서 책임을 못 느껴?”

더 이상 못 참아, 이혼해!”

 


흔히 부부싸움 뒤끝에 내뱉어지는 푸념들, 모진 말입니다. 게다가 입에 담지 못할 흰소리도 끼어듭다. 어느 부부인들 싸우지 않으랴. 지치도록 싸웁니다. 그래야 정이 든다고 사뭇 위로하면까지. 결국엔 자식들 앞에 보이지 않아야 할 언행들까지 죄다 들춰냅니다. 그런 모습이 되풀이되다 보니 아이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져서 그냥 데면데면하게 지냅니다. 화가 나면 무슨 짓을 못하냐 하겠지만, 정녕 부부싸움만큼은 억눌려야합니다. 부부싸움의 결과는 평생 씻지 못할 감정의 응어리로 남기 때문입니다.

 

말은 한 사람의 됨됨이를 담아내는 질박한 그릇입니다. 아무리 많이 배웠다고, 수천 권의 책을 읽었다 해도 입말이 더러운 사람은 빛나지 않습니다. 흔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하지만, 정작 기를 쓰고 티격태격 싸우는 부부는 분명 서로에게 공대말을 놓칩니다. 어디 한 손 바닥으로 손뼉이 쳐집니까? 똑같은 감정의 칼날을 품었기에 싸웁니다.

 

부부싸움의 뒤끝은 항상 잔인한 말로 서로의 삶을 파괴시킵니다. 더군다나 서로 못 잡아먹어서 말끝마다 증오의 씨를 뿌립니다. 그러니 서로 하는 짓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부부싸움이 잦은 부부일수록 바깥에 나가서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습니다. 남한테 공대하는 일 절반만 가정에서 하면 부부싸움거리는 만들지 않습니다.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해가면서 분노의 섬을 만듭니다. 그래봤자 그것으로 혼자만의 안식처가 되지 못합니다. 분노의 감정이 쌓이면 그만큼 부부의 삶을 잔혹하게 파괴시킵니다. 살면서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 없습니다. 어쩌면 부부는 지난 세상에서 철천지원수였거나 빚쟁이로 만났던 사람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서로가 서로를 못살게 굴고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정녕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앙갚음을 합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부부의 길을 편편하게 하고, 조곤조곤한 말 한 마디가 가들막하게 합니다. 그런데도 자질구레한 말 한 마디로 사랑의 불을 끈다면 행복한 부부의 삶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분노의 눈으로, 서로를 증오하는 부부한테는 때에 맞는 말 한 마디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좋은 말문이 닫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축복의 말 한 마디는 거저 얻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서로에게 향했던 날카로운 감정의 날이 닳고 닳아서 조약돌처럼 숭굴숭굴하게 뭉개졌을 때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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