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하지 마라
여느 날처럼 드나드는 단골 국밥집 벽에 붉은 펜의 낙서, 오늘은 유난히 선명하다. 왜 그럴까? 하찮은 일에 기를 쓰고 드잡이 했던 낭패 때문이다. 같잖은 데 마음을 쏟는 게 아닌데도 결국, 얼굴 발갛게 붉혀가며 성토했다. 한데, 소금 간하지 않은 국물처럼 개운치 않다.
탓하지 마라! 세상 살면서 탓하지 마라!
그러면 삶이 편안하리라.
세상을 탓 한들 세상이 그 탓을 해결해줄리 없다
자네, 탓을 해본들
자네, 또한 그 탓을 들어줄리 없지.
모두들, 네 탓 세상 탓 해봐도
그 탓에 이유야 많겠지만,
그 탓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그것 모두 내 생각 탓이니
모든 건 순간에 지나간다.
이 얼마나 명쾌한 삶의 답인가? 실컷 얼굴 붉혀가며 따져봤자 소용없다. 칼로 물 베기가 어디 부부싸움뿐이랴. 무시로 만나는 모든 이들과의 관계에서도 통하는 순리다. 어쭙잖은 말꼬리 뜯어 물어보겠다고 발발거려본들 무엇하랴. 세상 일 모두 네 덕이요 내 탓인걸.
다들 퇴근하고 난 교무실, 혼자 지키며 유튜브 음악 틀어놓고 가쁜 마음을 순화시킨다. 어쭙잖은 일에 하릴 없이 시간 낭비했다싶다. ‘메기의 추억’ 음률이 잔잔하게 흐른다. 창밖은 이미 까맣다. 때론 혼자된다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소소함 하나.
그래, 남 탓하지 말고, 산책하듯 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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