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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예요

박종국에세이/행자 이야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1. 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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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예요

  

저는 네살배기 토이푸들 '행자'예요. 행자는 제가 세상과 처음 만났을 때, 행복하게 살아라고 막내누나가 붙여주었어요. '행복하게 자라라'라는 애칭이랍니다. 언뜻 들으면 예스럽고 촌티 폴폴 나지요. 그렇지만, 저는 행자라는 이름이 좋아요.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불러지겨든요.

 

그리고 또하나, 제 이름땜에 오해받을 때가 많아요. 조막손만 할때부터 외모를 앙증맞은 여자애처럼 가꾸었답니다. 저는 만족해요. 때마다 향긋한 삼푸로 목욕해서 털이 보송보송 윤기나요. 특히 나풀나풀한 두 귓털은 자랑스러워요.  

 

3년전, 저는 태어나자마자 어느 형님의 손에 이끌려 낯선 곳으로 떠났어요. 참 슬프고 외로운 시간이었어요. 겨우 눈만 떴을 뿐 혼자하는 일이 없었는데, 거의 하루 종일 방안에서 갇혀 살았어요. 형님은 학교와 알바를 번갈아 해야하는 대학생이었는데, 여유가 빠듯해 저를 돌봐줄 시간이 없었어요. 안타까웠지만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긴긴 외로움에 따스한 사랑의 손길이 그리웠어요.

 

그러다가 어느 예쁜 누나의 손에 맡겨졌어요. 누나도 대학생이었는데, 아무리 바빠도 나몰라라 혼자 두지 않았어요. 아침에 눈 떠면 꼭꼭 안아주고, 때맞춰 먹을거리도 챙겨주며 살뜰하게 보살펴주었어요. 행여 누나가 바빠 소홀히 할 때도 서운하지 않았어요. 말은 못해도 누나의 따스한 사랑이 고마웠어요.

 

그러나 학년이 오를수록 누나는 바빠졌어요 그러자 어느 날부터 누나도 저를 돌보기기에 부친다고 했어요. 제 먹거리는 물론, 대소변 처리와 목욕 등 혼자서 도맡기엔 힘겨웠나봐요. 그래도 한번도 싫다며 손사래 치지 않은 착한 누나였어요.  

 

어느 날 놀랄만한 일이 시작되었어요. 누나네에 큰누나와 함께 살게 되었어요. 큰누나는 만나자 단박에 늦둥이 동생 반기듯 안고 얼러고 야단이었어요. 얼떨결에 저는 누나들과 일콩달콩 살게 되었어요. 미술을 전공한 누나들은 제 눈을 새롭게 뜨게 했어요. 덕분에 행복했어요. 이즈음 저는 됨직하게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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