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의식

자존의식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9902011-12-31 오후 4:01:00

박종국의 글밭-2011-304

자존의식

박 종 국

아이들이 어떠한 일에 힘겨워하는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물론 아이들이 맞닥뜨려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몇몇 설문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거나, 자신의 존재가치가 무시되고, 위협받을 때 거칠어지고 일탈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아이가 대접을 받습니까? 그저 고분고분한 아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하는 아이, 그냥 두어도 공부 잘하는 아이를 원하겠지요. 그런 아이들은 따스하게 대접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기대치에 벗어난 아이는 어떨까요? 그 아이가 느끼는 사랑의 감도는 너무나 다릅니다. 그는 단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홀대를 받습니다.

아이들의 삶 속에도 20:80의 논리가 따릅니다. 착하고 공부 잘하는 상위 20%는 쓸모 있고 사회에 도움을 주지만, 나머지 80%는 되러 쓸모 있는 20%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죠. 그러니 개밥에 도토리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의 교육현장에 적용시켜보면 아찔합니다. 급당 평균 30명이라고 했을 때 채 열 명 정도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대접을 받고, 나머지 스물 명 정도는 기껏 공부해봤자 번듯한 대학에 원서조차 낼 수 없는 천덕꾸러깁니다. 세상은 결코 잘난 사람만 사는 게 아닌데도 어른들의 관심은 늘 한가지입니다.

공부 못한다고 무시당했을 때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기분을 모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것을 잘 이겨냅니다. 어른들처럼 함부로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갖지 않습니다. 못된 마음이 덜하기 때문에 자기존재에대한 설움을 덜 받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하나가 바로 아이들 자신의 존재가치를 바르게 세우는 일입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세우는 일은 결국 타인의 존재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타인의 존재 가치를 무시하면 자신의 존재가치도 무시당합니다.

이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세우려면 먼저 아내의 존재가치를 치켜세워주어야 합니다. 아내 역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먼저 남편의 존재가치를 높여주어야 합니다. 또한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서로의 존재와 능력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부추김이 있는 가정은 단란행복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능력이 뛰어나다고,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해서 인정을 받는 사람도 있고, 남들보다 별로 똑똑한 게 없어서 묻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기에 어느 누구도 있으나 마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귀중하고 존엄합니다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는 참으로 나쁜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남의 존재를 얕잡아 보는 더듬이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제 할 일을 맡아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존재가치를 갖고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도 모두 소중한 존재로 인정해야합니다. 아무리 잘 가꾼 꽃밭이라 해도 하나의 꽃만으로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야 행복해집니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합니다. 상대방의 존재가치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만을 내세우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처사입니다.

인간의 육체가 그 체온으로 유지되듯이 인간의 정신은 또 그 마음으로 유지됩니다. 마음이 추워지면 육체 또한 추워집니다. 마음의 바탕이 밝은 사람과 어울리면 그 밝은 마음이 또 다른 사람으로 옮겨집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행복합니다. 사랑의 바이러스는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데는 전혀 인색하지 않습니다.

풀꽃의 존재가 아름다운 것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제각각의 빛깔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어두우면 환한 햇빛 속에서도 악마를 만나게 되지만, 마음의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에서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스스로 자존의식을 더 높이는 가운데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바람하고 살아야겠습니다. 2011.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