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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베개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8. 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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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베개

 

어느 초등학교 교실 미술시간 이야기입니다.

그림을 그리다말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부모님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 그려 오기'

"알았지요? 부모님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물건을 도화지에 그려 오는 거예요"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깁니다.

"우리 엄마아빠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뭘까?"

그리고는 각자 머리 속에서 그 물건들을 그려봅니다.

번쩍번쩍 금으로 장식된 플루트, 고풍스러운 도자기, 털이 뽀송뽀송한 모피 코트….

다음날 발표시간, 첫 번째 아이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말합니다.

"이건 우리 엄마가 부는 플루트인데요. 엄마는 이게 가장 소중해요."

또 다른 아이가 나왔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손도 못대개 하는 비싼 도자기입니다."

카메라를 그려 온 아이, 승용차를 그려온 아이, 모피 코트를 그려 온 아이….

아이들의 그림 속에는 정말 비싸고 귀해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맨마지막으로 발표할 아이가 자신의 도화지를 펼쳐 보이자 아이들이 깔깔대며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아이가 들고 산 도화지에는 쭈굴쭈굴한 베개 하나가 덜렁 그려졌습니다. 아이는 친구들의 웃음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이건 우리 엄마가 베고 주무시던 베개예요. 그런데 지금은 엄마가 돌아가셔서 더 이상 이 베개를 벨수 없어요. 그런데도 아빠는 이 베개만은 절대 버리지 않으셨어요."

아이의 이야기가 끝나자, 순간 반 아이들을 숨죽이듯 조용해졌습니다.

선생님은 콧날이 시큰해졌습니다.
선생님은 살며시 옆으로 다가가 아이의 떨리는 어깨를 꼭 감싸안았습니다.

"정말 그 무엇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물건이구나!"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반 아이들 모두 아이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떨군 채 섰던 아이는 그림 속 베개를 꼬옥 감싸안았습니다. 엄마가 생전에 아이를 꼬옥 껴안아주었듯이, 그렇게 꼬옥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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