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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부서진 자들의 소리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8. 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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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부서진 자들의 소리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소위 조국 사태를 논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치평론가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닙니다 .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 수도 없거니와 이미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지나칠 정도의 이야기를 쏟아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셀 수도 없는 가짜뉴스 생산 공장장들과 평생을 사익추구에만 혈안이 되었던 자들이 보여주는 패악질은 도를 넘었습니다.
정책검증, 능력검증은 뒷전이고, 주요 지면 대부분을 할애해 가족과 관련된 온갖 설을 만들어내는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무조건 감싸기 혹은 무조건 공격하기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분들의 고집스러움과 구태의연한 흑백논리, 진영논리 또한 지겨움을 넘어선지 오랩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초심을 환기하고자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말은 쉽지만 어렵습니다. 어느 시기의 어떤 마음가짐을 지칭하는 걸까요?
저는 초심이 강조하는 바는 과거회기적 반성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성찰에의 요청이라고 믿습니다.
자리가 달라졌을 때, 달라진 시야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변화가 거만함이 되지 않게 스스로 경계하라는 의미겠지요.
개별적 회고나 참회에 대한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성장한 개인이 어떻게 더 나은 공동체의 미래를 만들지 책임을 함께 고민하자는 적극적 제안이라 생각합니다.
촛불광장은 마음이 부서진 자들이 엮어낸 분노와 슬픔의 연대체였습니다. 차별과 배제! 낙인찍기 때문에 고통받고, 아파하고, 이유도 모른 체 죽어간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감의 연대체였습니다.
빈곤과 탐욕이 개별적 불운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의 결과임을 깨달은 시민들이 힘을 합쳐 공동체의 붕괴를 막아낸 책임의 연대체였습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켜켜히 쌓인 부정의한 구조를 직시하고,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물려주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변혁의 연대체였습니다.
이 정권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시민들의 분노와 슬픔과 고통 다른 삶을 위한 책임까지 받아 안고 태어났습니다.
기억하고, 이어가겠다는 약속, 변화에 대한 희망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 사태가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는, 마음이 부서진 자들의 연대가 무너진다는 겁니다.
아니, 사람들의 마음이 다시 부서졌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소리를 듣고, 원인을 살피고, 다독이고, 끌어안고, 극복할 방안을 고심해야 할 정치권이 무너진 사람들의 마음을 밟고 넘어서려 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단단한 고정관념, 특성, 이념중심의 이분법, 추구하는 가치와 실천 간 분열적 불일치 등을 기꺼이 깨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치의 주축을 이루었습니까?
보다 평등하고 정의롭고 관용적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불평등한 구조를 기꺼이 바꿀 용기를 가진 자들이 중심이 되었습니까?

운에 의해서, 연줄에 의해서, 성별과 계층 학벌에 의해서 크게 기대어 누리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책임을 느끼며, 기득권 재생산 구조를 거침없이 개혁할 사람들을 널리 찾아 두루 중용하는지요?

시민들은 성인군자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물음에 철저히 무시 당했다고 생각하기에 절망합니다.
부서진 마음은 각성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임계점을 넘어선 시민들은 다시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될 겁니다.
그 때가 조만간 도래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쓴이 :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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