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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엄마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0. 1. 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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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엄마

 

서양인의 눈에 비친 우리네 가정애사는 어떨까요? 그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하여 한국 여성과 결혼하여 자식 낳고 삽니다.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서울에서 사는데, 일전에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너무나 유창한 우리말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걸 우연히 들었습니다.
"한국 여성은 누구나 결혼을 두 번 해요. 한 번은 물론 자기 남편하고 하고, 또 한 번은 자기 자식하고 결혼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 서양인은 한국여성들의 어떤 모습을 보고서 그렇게 표현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아내들은 일반적으로 자식이 생기면 남편보다는 아무래도 자식에게 쏟는 사랑과 정성이 더 지극하고 극성인 걸 보고 그렇게 말한 게 아니었을까?

얼마 전에 친구 부부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나에게 이런 하소연을 했다.

"아내가 우족탕을 끓여 놓았기에 그걸 한 그릇 먹자고 했더니 이건 둘째 아이가 온다고 해서 준비했으니 그 애가 오면 먹을 거니까 손도 대지 말랬다"는 겁니다.

그 친구는 아내의 그런 응대에 퍽 섭섭했었다면서 아무리 둘째 애를 위해 끓여 놓은 음식이지만 먼저 남편에게 한 그릇 떠 주면 안 되느냐고
 제 앞에서 그의 아내에게 새삼 투정까지 부렸습니다.

그 친구의 아내는 우리 앞에서 입장이 몹시 난처해졌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폭로하는 남편이 정말 많이 미웠을 겁니다.

그리고 남편과 자식의 역학관계와 애정관계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우족탕과 관련지어 남편이 납득이 가게 설명하기는 아마 불가능했을 겁니다.
나는 그 친구의 편을 좀 들어주고 싶었지만 나의 응원이 자칫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 친구가 귀가한 후 아내로부터 더욱 혹독한 문책을 당할
거라 판단되어 그냥 애매한 말로 적절히 분칠해서 어영부영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집 큰 애는 가끔 나에게 티셔츠나 점퍼 등과 같은 옷을 선물로 들고 옵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아내가 그 선물을 미리 낚아채서는 세밀히 살펴본 후에 이것은 아버지보다 네 동생에게 더 어울린다며 엄마의 막강한 권력을 동원해서 나에게 그 선물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럴 경우 나는 공포의 엄마 권력에 승복하여 '허허' 웃으며 아내의 결정에 순순히 따르는 편입니다.

그리고 선물을 들고 온 큰 애와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이없는 웃음을
교환하곤 합니다.

요즘 세상에 이런 말이 떠돌아 다닌다고 하는데, 혹시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식이 결혼한 후에 그 며느리의 남편이 아직도 자기 자식인 줄 아는 엄마는 바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대개 자식이 생기면 남편보다는 자식에게 더 지극한 사랑과 정성을 다 쏟아 붓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서양 문물이 강산을 완전히 뒤 덮었고, 서양 영화와 소설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젊은 세대의 부부중심문화는 이제 본 바닥 서양 이상입니다.

요즘 세상에 자식은 결혼하면 제 아내 하나 돌보기도 벅찹니다.

물론, 고마운 엄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자상하게 챙기며 효도를 지속하면 더 없이 좋겠지만요. 아내이고 엄마 여러분, 자식이 성장하면, 그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바친 엄마의 사랑과 정성의 온도를 점점 식혀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소홀했던 아내의 사랑과 정성의 아궁이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게 필요하고,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내의 손발이 되어 주고, 잔소리 들어 주고, 어려운 집안 일 다 해 주고, 함께 웃고 울어 줄 사람, 길동무 해주고, 말 벗 되어 줄 사람은 자식이 아니고, 바로 남편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고 착각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직도 계속해서 남편 방은 냉방으로 식혀 둔 채 아이들의 방에만 계속 불을 땐다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리고 서러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엄마의 온도는 낮추고, 아내의 온도를 높이면 그런 후회는 아마 하지 않게 될 겁니다.
남편을 황제로 만들면 아내는 황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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