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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의 눈물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0. 1. 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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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의 눈물




나는 오십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아버지 때문에 울었다.
긴 세월, 내게 아버지는 머리에 서리가 내려도 예전처럼 그냥 든든한 아버지였다. 어느 날 어머님 묘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계시는 아버지를 보기전까지는.


고단한 삶에 가슴앓이 한 세월을 반추하며 어머님과 함께 울고 계셨다. 나는 슬며시 아버지 옆에 앉아 말없이 손을 잡아 드렸다. 든든한 바위 같았던 아버지가 내 앞에서 울고 계신다.


“내가 얼마나 더 살겠니?“

  

말을 잃어버린 나는 아버지를 업고 집으로 내려왔다.
진작 아버지가 쉬어갈 그늘 만들고, 살아온 얘기를 들어드릴 걸. 이제야 아버지 눈물이 빚어낸 길에 내 눈물을 뿌린다.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수술대에 갑자기 올라야 하는 아버지가 논물을 삼키며 물었다.
“내가 건강하게 퇴원하겠나?"

“충분히 나으실 거예요. 왜 그렇게 나약한 말씀을….”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말이자 생전에 처음으로 드린 위로의 말씀이었다.


그 어릴 적 비에 젖은 운동화를 밤새 말려 토방위에 올려놓으시던 아버지, 마을어귀로 마중나와 책가방을 들고 두어걸음 뒤따르던 아버지, 항상 곁을 떠나지 않았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아픈 세월도,  외로움도, 고마움도, 나는 정말 모르고 살았다. 그런 철없던 아들이 어느새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었다.


한데, 지금 아버지에 대한 작은 그리움조차 나에겐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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