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와 관련된 일화다. 그가 여행하던 중 여관에 들러 하룻밤을 자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그 여관을 나오려 할 때 뜻밖의 일이 생겼다. 여관집 어린 딸이 병들어 누웠는데, 그 아이가 톨스토이의 빨간 가방을 보고 자기 어머니에게 그것을 달라고 조르며 울었다.
톨스토이는 그들의 사정을 딱 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자신이 지금 여행 중이고, 그 가방 안에는 많은 물건이 들어서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아이에게 약속했다.
"얘야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르마. 그때 너에게 이 가방을 주도록 하마."
그리고 난 뒤 톨스토이는 별생각 없이 그 여관을 나왔다. 며칠 후 그는 여행을 마치고 약속대로 다시 여관을 찾아갔다. 그는 병들어 누웠던 아이에게 자신의 빨간 가방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아이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제 아이는 손님이 가신 그날 저녁에 죽고 말았답니다. 손님의 빨간 가방을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더니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가버리고 말았답니다."
톨스토이는 공동묘지에 묻힌 아이의 무덤을 찾아갔다. 그는 자기가 가져온 빨간 가방을 무덤 앞에 놓았다. 그리고 그 아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안타까워하면서 그 아이의 무덤 앞에 비석을 세워주었다.
그는 비석에 이러한 글귀를 새겨 넣었다.
"사랑의 실천은 미루지 말라."
톨스토이가 가방을 주려는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니듯 우리 마음속에도 사랑이 늘 느껴진다. 안타까운 일, 가슴 아픈 일, 속상한 일에 감정도 같이 일어난다. 그러나 마음과 실천은 다르다. 마음에만 머물면 끝내 그 상태일 뿐이다.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사랑을 아끼지 말라는 말, 인생 속에 긴 호흡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함께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는 걸 꾸준히 하는 게 아름다운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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