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스승

스승의 스승

어느 날 김굉필의 집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보내려고 마당에서 말리던
꿩고기를 어느 틈에 고양이가 물고 달아나 버렸다.

김굉필은 노발대발하여 하인들을 꾸짖었다.

"아니, 이런 변를 봤나. 그 고기가 어디에 쓸 물건이라고 고양이 한테 물려 보낸단 말이냐?"

고함소리가 진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하인들은 겁이 나서 쩔쩔매기만 했다. 이 때 어린 조광조가 글을 배우러 왔다가 이 광경을 우연히 보게 뇌었다,

조광조는 나중에 조용한 틈을 타서 스승에게 말했다.
"그 꿩고기는 부모님께 드리려고 애써서 구한 것이니 화를 내시는 게 무리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선생님, 군자는 말과 행동을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이번 일은 제 어린 소견에도 좀 지나치신 듯 합니다."

"그렇지 알아도 내 행동이 지나쳤다고 후회를 하던 중인데, 이제 네가 또 그렇게 말하니 부끄럽기 그지없구나, 내가 어찌 너의 스승이라고 하겠는가. 너야말로 나의 스승이다."

김굉필은 얼굴을 붉히며 조광조의 손을 꼭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