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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도 좋다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0. 4. 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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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도 좋다

 

박 종 국(에세이칼럼니스트)

 

연일 새파란 하늘이다. 올봄은 왜 이리 화창하고 공기가 맑을까. 그래서 오전에 처연하게 들길을 걷었는데, 주변 산봉우리가 또렷하게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뿌연 미세 먼지로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드물었다. 그런데 가만 따지고 보니 코로나바이러스 땜에 자동차 운행이 줄어든 덕분이었다고 한다.

 

거리도 달라졌다. 온통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다. 이럴 땐 짬을 내어 걷는 게 좋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안에 웅크리고 지내기보다 한가한 시골길을 걸으며 심신을 단련시키면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걸을까? 물론 사람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만보기가 상용화된 세상에 그 척도는 어렵지 않으리라.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국민은 하루 평균 7시간 30분을 앉은 채로 보낸다고 나타났다. , 앉아서 지내는 시간은 길지만, 건강을 위해서 걷기를 실천하는 사람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9세 이상 성인 남녀 5천 명을 조사한 결과였다. 특히, 남성이 7.7시간으로 여성 7.4시간보다 조금 더 길었다. 연령대별로는 움직임이 활발한 나이인 19~29세 사이의 젊은 층이 8.7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307.6시간, 407.3시간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줄어들다가 70대 이상에서는 다시 길어졌다.

 

게다가 앉아서 지내는 시간은 도시에 사는 사람일수록,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길었다.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은 길지만,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1주일 동안 걷기를 110분 이상, 하루 30분 이상, 5일 이상 실천한 비율인 걷기 실천율은 41.3%에 그쳤다.

 

오래 앉아서 일하거나 생활을 하면 비만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척추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심장병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다. 따라서 오랫동안 앉아 일하는 경우 1시간마다 일어나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또 하나의 연구보고서다. 하루 평균 8천 보를 꾸준히 걷는 사람은 4천 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질환과 암 등으로 조기 사망할 위험이 51% 감소한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2020324일 발행된 미국 의사협회 저널’(JAMA)에 나온 보고서 내용이다. 이 데이터 분석에 참여한 사람은 미국 국립건강원질병 통제 및 예방센터전문가들이며, 연구 분석을 주도한 사람은 미 국립 암 연구소의 찰스 매튜스 박사다.

 

자료수집은 2003~2006년에 40세 이상 미국인을 성별 인종 분포에 따라 수만 명을 선정했다. 이들 조사 대상자들은 걸음 수를 모니터하는 계측기기, 이를테면 시계나 만보계로 자신의 걸음 수를 측정하며 걷는 사람들이었다. 연구자들은 10년 동안에 걸친 이들 대상자의 걸음 수와 걷기 속도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간에 죽은 사람을 포함해서 4,800명을 분석 표본으로 조사해서 걸음 수가 많아질수록 암을 비롯하여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는 통계적 수치를 얻었다.

 

분석은 4천 보를 기준으로 한 결과, 하루 평균 8천 보를 걸었던 사람은 4천 보를 걸었던 사람보다 죽을 위험이 51% 낮아진 사실을 알아냈다. 12천 보의 사람은 4천 보를 걸었던 사람보다 병으로 일찍 죽을 위험이 65% 낮아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많이 걸을수록 건강이 좋아지고, 수명이 길어진다는 가능성을 찾아냈다.

 

매튜스 박사는 이 분석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 이유는 걷기 속도가 사망 위험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고 분석되었기 때문이다. 매튜스 박사는 이 데이터 분석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많이 움직이라는 경고다라고 말했다. 천천히 걸어도 좋고, 하다못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도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분석 보고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에 기획된 연구였다.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전염되고, 뉴욕이 마비되면서 조명을 받는다.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건 상식이다. 이 보고서는 10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많은 사람은 답답하고 우울하다는 하소연이다. 이러한 때, 가볍게 걷기는 최고의 명약이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건강 앱 하나쯤은 단골로 모셔두었을 거다. 천천히 걸어도 좋다. 우선 하루 3천 보만 걸어보라. 그러면 몸이 신호를 보낸다. 가뿐하다고.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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