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바이올린
어느 날 남편 친구가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고, 건강해 보였으며,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중후한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도 다룰 줄 아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나는 왜 그만 두셨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 당시 아내한테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었을 때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몇 사람 안다고 말하더군요. 무슨 뜻이었는지 알았죠.“
그 후로 그는 20년 동안 단 한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었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 남편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살았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 사람은 노래도 아주 잘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했다.
아이들도 싫어하고, 아내는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고.
나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정감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는 들어주지 않는 지 이상할 정도였다.
설사 자기 남편이 음정에 맞지 않게 노래를 부른다 해도 사랑한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언젠가 남편이 쉬는 날, 집에서 조그만 의자를 만들었다.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 나는 그것이 나름대로 큰 값어치를 지닌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은 그저 아무 말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 기뻐해 주는 게 전부였다.
남편이 직장에서 겪었던 일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경청 역시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듯 가정이란 사소한 작은 이야기도 자랑삼아 나누고, 받아 들이는 포근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볼품없는 조잡한 의자는 당신이나 앉으라”
는 말로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없는 말은 남편의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 더 보태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간 후,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구.”
내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해주었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되는 한 내 마음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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