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왜곡하는 자본권력
전 성 건 (국립안동대학교 교수)
BTS, 기생충, 미나리
튼튼한 실력, 탄탄한 스토리텔링, 타고난 공감능력으로 한류를 이끄는 대표 브랜드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일 수 있다.”는 표현을 세계적으로 실증해준 콘텐츠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현실이 아니기도 하다. 유토피아가 바라는 세계이기도 하지만 없는 세계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차이를 통해 발생하는 갈등은 계속될 것이고, 제어 불가능한 욕망은 지속될 것이고, 지금세대는 조금 지나면 기성세대가 될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불행을 향해서 한 걸음씩 전진한다. 어쩌면 역사가 발전한다는 말은 비역사적인 말일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을 담담하게 바라보자. 자본권력의 뒤틀린 욕망이 정치화되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서울과 지방, 영남과 호남, 남자와 여자의 대결 구도. 정치권력의 폭력적 정치관, 언론권력의 편향적 언론관, 이를 포괄하는 자본권력의 독선적 자본관은 어느 곳이나 편재해 있다. 균형과 평안의 정치학은 사라지고 불균과 불안의 정치학을 내세우는 사회와 국가는 희망이 없다.
국가란 부족함[寡]을 근심하지 않고 불공평[不均]을 근심하고,
가난함[貧]을 근심하지 않고 불안함[不安]을 근심한다.『논어』「계씨」
자본, 정치, 욕망
21세기는 자본주의가 지배한다. 자본은 인간의 욕망을 지배한다. 욕망은 무한하고 재화는 유한하다. 자본과 욕망 사이에는 자본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자본권력은 “욕망해보지 않은 것처럼 욕망하라.”고 부추긴다. 무한한 욕망을 극대화하여 유한한 재화를 쟁탈할 것을 요구한다. 소유하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자본권력은 때로는 정치권력으로, 때로는 언론권력으로, 때로는 문화권력으로 자기변신을 도모한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는 공화국의 원리를 2가지로 제시한다. 분배정의와 절차정의가 그것이다. 사회의 경제적 생산물을 분배하되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불평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분배정의이다. 분배하는 기준을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절차정의이다. 공정하라는 말이다. 자본권력은 공정을 왜곡한다.
국민에 의해 지배체제를 갖추고 있는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국민이 국가의 운영과 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제국주의체제, 군사독제체제, 자본권력체제는 민주주의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 자본권력이 득세하는 대한민국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부른다. 자유는 구속에서 벗어나 모든 판단과 결정 그리고 실행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자본권력이 판단하고 결정하여 국민의 행동을 유도하는 나라는 자유주의국가도 아니고, 민주주의국가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기본권을 갖고 있고, 모든 권력을 국민이 행사할 수 있으며, 국민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실행되는 정치체제가 바로 민주공화국이다. 잠재태로서의 민주공화국은 텅빈 기표에 불과하다. 유명무실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실태로서의 민주공화국이 요청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주권을 갖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어울려 살면서도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나를 공부할 시간이다. 반성(反省)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성찰하라는 말이다. 우리가 자유를 누리려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진리가 현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우리 개인이 모두 주체가 되는 것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왜곡하는 정치권력, 언론권력, 그리고 이를 포괄하는 자본권력에 현혹되지 말자.
글쓴이 / 전 성 건
· 국립안동대학교 교수
· 퇴계학연구소 소장
· 한국실학학회 총무이사
· 저서
『정약용의 철학사상과 체제개혁론』,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다산 정약용의 사례가식』(역주), 사람의무늬
『일기에서 역사를 엿보다』(공저), 새물결
『조선 후기 사족과 예교질서』(공저), 소명출판
『퇴계학파의 사람들』(공저), 예문서원
컬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다산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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