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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로 책읽기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5. 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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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로 책 읽기



박 종 국



여태껏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느꼈던 경험입니다. 아이 스스로 책을 읽게 하려면 우선 책과 가깝게 지낼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집안 곳곳에 언제나 손 잡히는 곳에 책이 꽂아두어야 합니다. 장식장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침대 머리맡에도 좋고, 소파나 거실 탁자 위에도 좋습니다. 주방식탁 위에도, 베란다 창틀에도, 신발장 위에도, 화장실 변기 위에도 어디든 좋습니다. 쉽게 손닿는 자리에 놓였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이가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무리 다그쳐도 요즘 아이는 인터넷이나 오락,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만화 등에 더 익숙합니다. 그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의 놀이문화를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무조건 텔레비전 끄고, 인터넷,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지게 닦달합니다.



더욱이 안타까운 노릇은 부모는 늘 텔레비전과 인터넷 오락을 끼고 살면서 아이한테만은 관대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아이가 기를 쓰고 컴퓨터에 매달리려고 바동댑니다. 그 결과는 뻔합니다. 아이의 볼멘소리만 높아집니다. 아이는 그렇게 해서 책을 읽지 않습니다. 먼저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즐겨 책을 읽으면 아이는 무시로 따라 읽습니다.



한주일 잡다한 일상사에 소진하고 나면 공휴일은 그저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낮잠을 잡니다. 쉰다고 해서 별다른 놀이문화를 갖지 못합니다. 어느 집이나 휴일 풍경을 비슷합니다. 그러니 아이가 조금 소란을 떨거나 컴퓨터에, 텔레비전에 매달리면 까닭 없는 하소연이 길어지고, 아이를 잘못 키웠다는 불똥이 떨어집니다. 그것으로 집안 분위기는 냉랭해지고, 대화가 단절됩니다. 좋게 보내려는 휴일이 망가집니다.



생각을 바꾸면 즐거운 일이 많아집니다. 휴일 가족 나들이를 하거나 쇼핑도 좋지만, 온 가족이 함께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아보세요. 의미 없이 먹고 마시기보다 한결 나들이가 즐거워집니다. 아이에게, 아내에게 책을 골라주고, 그것을 통해서 대화를 나눠보세요. 책은 그 무엇보다도 품격 높은 선물이며, 뜻 깊은 시간이 됩니다. 가족의 따뜻한 마음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여력이 커집니다. 그럼으로써 아이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이 얼마나 존경스럽고, 아내의 마음에 남편이 얼마나 크게 자리하겠습니까. 그것만으로 건강한 나들이가 됩니다.



바빠서 그러지 못한다는 건 핑계거립니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런 거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서점 가고, 도서관을 찾을 시간은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책은 크게 마음먹어야 읽혀지는 게 아닙니다. 그런 독서법을 고집한다면 차라리 아니함만 못합니다.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집안 곳곳에 책을 놓아둬 보세요. 자녀와 날마다 일정시간 책을 읽어보세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는 잠시 꺼 두어도 좋습니다. 짬이 날 때마다 한 줄씩 읽는 자투리독서가 소중한 생각을 일깨우고, 사람 사는 향기를 풍부하게 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쓸데없는 일에 낭비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보다 남다른 지식과 교양을 쌓는 데 힘을 기울여야합니다. 한순간이라도 책 읽는 시간을 늘여야합니다. 그게 자녀에게 부모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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