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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 효과(Cobra effect)

세상사는얘기/좋은글퍼온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7. 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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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 효과(Cobra effect) :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 정책이 도리어 그 문제를 심화시키는 현상.

 


영국이 인도를 식민통치하던 시절, 인도에 맹독성 코브라가 창궐해 사람을 물어 죽이는 일이 잦았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총독부에서는 코브라를 퇴치할 묘안을 내놓았다. 그것은 바로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행 초기에는 총독부의 의도대로 사람이 코브라를 잡아오는 노력을 한 결과, 코브라의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전략이 먹히는 듯 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얼마 지나자 줄어들었던 코브라의 개체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사람이 코브라로 포상금을 타간 횟수도 같이 늘어났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총독부에서 조사를 했더니 그 원인이 밝혀졌다. 코브라를 사육해서 포상금을 타가는 수법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총독부에서는 코브라를 박멸시키기 위해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현실은 포상금을 타기 위해 코브라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본말전도가 일어났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총독부에서 코브라 포상금 제도를 없앴는데, 이번에는 포상금을 목적으로 코브라를 사육하던 사람이 코브라를 그냥 방생해서 결국 코브라의 개체 수가 제도 시행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아져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유래한 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고 부르게 되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안일한 탁상행정과 시장경제 이해부족으로 면밀한 검토 없는 졸속적인 정책 수립이 부른 비극이었다.

 

 

한국에서의 신고 포상금 제도(파파라치)처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은 으레 그 인센티브를 노리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물론 인센티브를 거는 정책에 동참하는 건 독려하기 위한 수단이니 그 자체로 문제는 없다. 그러므로 그 단물만 쏙 빨아먹기 위해 제도를 악용하여 정책의 의도가 빗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코브라 효과의 유래가 된 문제의 정책은 그런 대책을 세워놓지 않았다. 따라서 포상금을 노리고 제도를 악용하겠끔 허점이 생겼고, 결국 포상금을 노린 제도의 악용이 판을 치는 모럴 해저드가 만연하게 되었다.

 

이 사례의 경우는 코브라를 사육하는 데의 비용이 코브라를 잡아서 포상금을 얻는 비용보다 높고, 그 종료 기간이 불확실성을 가졌을 때 상대적으로 예산을 덜 써서 해결가능하다 . 즉, 코브라를 키우기(밥값 등)이 더 손해가 되도록 포상금을 적용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뉴트리아 퇴치 대안으로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여 개체 수를 성공적으로 줄였다.

 

비단 인센티브를 노린 악용 문제 뿐만이 아니라도 코브라 효과는 일어난다. 한 예로 한국의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냉난방온도를 규제하는데 최신식 공법으로 지은 빌딩의 경우 자체적인 발열만으로도 제법 난방이 되어 온도가 높아진다. 허나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서는 이런 경우까지 고려하지 않은 탓에 자체발열로 기준온도를 넘기는 빌딩에서는 겨울에도 에어컨을 틀어 온도를 억지로 낮춰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이 법을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에너지 낭비를 하는 모순이 벌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수립할 때는 여러 가능성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코브라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죽음의 입시 트라이앵글: 2010년대 초에 입시와 관련해 이슈가 사안으로, 수능, 내신, 논술이라는 삼대장이 마치 삼권분립처럼 제각기 대입을 앞둔 고3 수험생들에게 압박을 가한 걸 말한다. 본래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를 바꾸기 위해 등장한 다양한 대안책을 적용하였는데, 논술의 비중이 커진 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를 벤치마킹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 방안들이 입시 풍토를 유연화해서 입시를 향한 학생의 선택권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부 대비해야 하는 부담으로 기능하는 초유의 막장 사태를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EBS 연계라는 새로운 수능 출제 수단이 나오기 전이었던 2000년대 후반~2010년 무렵에 입시를 치른 사람이라면 그 폐해를 기억한다. 당시 수험생 사이에서 우리 마루타 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끔찍했던 시기였다.

 


베트남에서는 프랑스의 식민통치 시절 쥐떼가 창궐하자 쥐 박멸에 포상금을 내걸었는데, 꼬리만 가져와도 포상금을 지급하다 보니 사람들이 쥐 꼬리만 자르고 풀어주는 일이 많았다. 그래야 쥐가 번식하면서 더 많은 쥐 꼬리를 얻고 포상금을 많이 받으니까. 결국 이 사례 역시 포상금을 노리고 꼼수를 쓴 사람이 많아서 실효를 거두진 못했다. 

 

이스라엘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규정된 시간을 넘겨서 아이를 데리러 오는 부모가 너무 많아서 지각을 줄이려고 지각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물렸더니 오히려 지각이 더 늘었다. 지각벌금을 도입할 때는 '지각하면 돈이 빠져나가니 지각을 줄이려고 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도입하고 보니 '벌금이 아까우니 지각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까짓거 벌금 내고 말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각벌금 도입 전에는 그래도 지각을 하면서도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부모도 많았지만, 지각벌금을 도입하고 나니 돈으로 때우면 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사라져 버리는 모럴 해저드가 일어났다.

 

미국의 총기규제 반대론에서 펴는 근거 중 하나다. 불법 총기를 민간 단체에서 수거하기 위해 소정의 보상금을 주고 구입했더니, 불법 총기가 줄어들기는커녕 되려 불법 총기를 들여오는 업자만 배를 불리고 인가된 총포점들이 큰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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