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일제히 외쳐대는 매미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친근하게 들리던 텃새소리는 그만 묻혀버렸습니다. 왠만한 기상나발은 견주어 보지도 못하겠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우는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이유가 뭘까요?
우선, 매미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운다고해서 다 같은 매미가 아닙니다. 참매미, 쓰름매미, 애매미, 유지매미, 말매미, 소요산매미 등등. 생긴 건 거의 비슷하기에 언뜻 보기에는 구별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매미가 우는 건 바로 수컷때문이랍니다. 암컷은 울지 못해서 벙어리매미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암컷은 몸통에 진동막(발음기)과 근육인 발음근이 없기 때문에 울지 못합니다.
매미는 7~17년간의 기나긴 시간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다가 성충이 되어 나옵니다. 길게는 17년까지 땅속에서 애벌레로 사는 동안 온갖 천적에게 잡아먹히고, 그나마 운이 좋은 놈만 조금 남아서 올라온 녀석들이랍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명은 불과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매미는 숫컷만 울고, 암컷은 울지도 소리도 내지 않는답니다. 그것도 탈피후 3일이 지나 4일째 부터 큰 소리를 낸다는데, 운다라고 해야할 지 노래라 해야 할 지.
많은 매미가 한꺼번에 울음 소리를 내는 이유는 천적인 새와 곤충때문에 소리를 세게내어 우는 겁니다. 종족 보존을 위해서 입니다. 지상에 사는 짧은 기간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할 때 더 요란스럽게 울어댑니다. 또한 매미가 우는 이유는 새들간의 통신을 방해하는 교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주광성인매미는 몸이 따뜻해야 크게 웁니다. 흔히 매미는 '빛'때문에 운다고 생각합니다. 매미는 주변의 일정 이상 밝아지면 울어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항상 밝을때만 울지는 않습니다. 매미가 울기 위한 조건으로 빛보다는 중요한 게 바로 체온입니다. 즉, 일정 체온에 도달해야 소리를 내기에 몸이 따뜻할수록 큰 소리를 멀리까지 보냅니다. 햇살이 강하면 기온이 높아지고, 체온이 상승하기에 맑고 더운 여름날에 매기가 더 크게 울게 됩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에는 매미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이유는 추워서라고 합니다. 그래서 비가 그치고 더워지니 매미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매미는 진딧물, 장구애비 등과 함께 노린재 계통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이 계통 곤충은 긴 빨대 모양의 주둥이로 식물이나 동물의 체액을 빨아먹으며 사는 게 특징이지요. 매미도 뾰족하고 긴 주둥이를 나무줄기에 꽂고 수액을 쪽쪽 빨아먹으며 살기 때문에 주로 나무 기둥에 붙어산답니다. 식물의 줄기 안에는 포도당 같은 영양분이 지나다니는 '체관'과 그 밑에는 물이 이동하는 '물관'을 가졌는데, 매미는 보통 체관까지만 주둥이를 꽂아 그 안의 당을 섭취합니다.
매미는 전 세계적으로 3000여 종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참매미, 풀매미, 깽깽매미 등 재밌는 이름의 14종이 서식 중입니다. 매미는 종에 따라 내는 소리가 다른데, 우리나라엔 '맴맴~' 하고 우는 참매미가 가장 많습니다.
매미의 일생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암컷 매미가 나무줄기 속에 200~60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면 종에 따라 짧게는 6주, 길게는 1년 후에 유충(애벌레)이 태어납니다. 유충은 나무에서 내려와 땅속으로 기어들어 간 뒤 나무뿌리에 주둥이를 꽂아 수액을 빨아먹으며 자랍니다. 이렇게 땅속에서 종에 따라 3~17년에 달하는 세월을 보내고 땅 위로 나온 뒤 다시 높은 나무로 올라가 우화(성충이 되는 것)를 합니다. 이후 한 달 내외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생을 마감합니다.
흔히 듣는 매미 소리는 수컷 매미가 암컷 매미를 향해 보내는 구애의 신호입니다. 수컷 매미의 옆구리에는 얇고 단단한 막인 '진동막'이 붙었습니다. 매미가 배에 붙은 근육인 '발음근'을 이용해 진동막을 흔들면 진동막의 긴 막대 모양 구조들이 연달아 휘어지고 이완되면서 커다란 소리를 냅니다. 보통 발음근은 1초에 300~400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진동막을 움직입니다.
조그만 몸에서 나는 울음소리가 그토록 우렁찬 비밀은 텅 빈 매미의 배 때문입니다. 수컷 매미의 배 속은 '공명실'이라고 부르는 텅 빈 구조로 되었는데, 진동막이 내는 음파가 이곳을 지나면서 진폭이 증가해 소리가 20배나 커집니다. 이처럼 소리가 울리면서 더 커지는 현상을 '공명현상'이라 합니다. 이때 매미는 몸통 양옆에 붙은 고막을 덮었다 열었다 하면서 소리 크기를 추가로 조절합니다.
보통 7~8월 도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매미와 참매미 소리 크기는 70~90데시벨(dB)에 달합니다. 이 정도 크기는 커다란 자명종 소리나 진공청소기 소리, 믹서기 소리,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암컷 매미는 이 커다란 소리를 듣고 날아가 수컷과 짝짓기를 합니다.
그렇다면 수컷 매미 자신의 청력은 괜찮은 걸까요? 다행히도 수컷의 고막은 소리 내는 기관(진동막, 공명실)과 서로 연결되어서 소리를 낼 때에는 소리 내는 걸 돕고, 소리 내지 않을 때 듣는 기능을 한다고 해요. 이 때문에 정작 자기 울음소리는 듣지 못합니다. 또 소리를 듣는 주파수 범위가 사람보다 작아서 우리에게 소음으로 느껴지는 소리가 매미에게는 들리지 않는답니다.
실제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19세기 프랑스 곤충학자 파브르는 매미가 소리를 듣는지 궁금해서 재밌는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당시 시청 축제에 쓰이던 대포를 매미 바로 옆에서 발사해봤는데, 매미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자기 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매미의 소리 주파수(참매미와 말매미의 경우 4000~6000헤르츠) 범위가 사람이 듣는 소리 주파수 영역인 20~2만 헤르츠 범위 안에 들기 때문에 큰 소음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여러 매미가 함께 합창하는 경우도 자주 관찰합니다. 이렇게 하면 주변 암컷에게 더 크고 명확한 신호를 전달합니다. 이렇게 큰 소리로 암컷을 근처까지 유인한 뒤 시각 신호 등을 통해 특정 암수가 짝짓기를 하지요. 또 합창을 하면 주변 천적에게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덜 특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소리를 내지 못하는 암컷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암컷 배 속에는 소리 구조 대신 알을 품고 낳는 산란 기관을 가졌답니다. 배 쪽 끝에 뾰족한 산란관으로 나무줄기 속에 알을 쏙 낳아요.
매미는 보통 암컷이 찾아오기 쉽도록 밝고 뜨거운 낮에 소리를 냅니다. 그런데 요즘엔 한밤중에도 매미 소리를 쉽게 듣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도심의 빛 공해가 꼽힙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살벌(?)하게 고음으로 소리를 내는 건 순전히 짝을 찾기 위함이랍니다. 제 짝을 부르는 수컷의 쎄레나데죠. 알을 낳기 위해 수고하는 기간은 짧고, 짝을 찾기 위해 부르짓는 노래는 똑같습니다. 암수가 짝짓기를 하게 되면, 암컷이 나무가지 안에 알을 낳게 되고, 알을 낳은 후 어미 매미는 땅으로 떨어져 일생을 마칩니다.
이때쯤이면 숫매미도 일생을 다합니다. 그들은 매미로 날개를 갖고 2주를 사는 동안 종족 보존이 최우선 과제이고, 그것을 위해 2주를 다 쓴답니다. 매미의 일생 을 알고나니 울어도 시끄럽다고 짜증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종족본능이란 게 참으로 위대하다 여겨집니다. 출근길 바닥에 떨어진 매미 를 날려주었습니다. 웬지 매미의 생태를 알고난후부터 느낌이 다릅니다.
오늘은 아침나절부터 매미완상에 잡혀 두어시간 씨름했습니다. 그땜에 매미와 관련한 글 한 편 썼습니다.
칠월, 가마솥불볕더위에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세심하게 관심 가져주셔서 잘 보냈습니다. 덕분입니다. 항상 갚음이 짧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늘 애틋함으로 삶의 끈을 더욱 바투쥡니다. 건강한 삶의 에너지가 분분합니다. 팔월, 그렇게 맞이합니다. 거침없이 좋은 일 많이 짓겠습니다. 코끝에 채이는 풀꽃향기가 참 싱그럽습니다. 모두가 사랑입니다. 날마다 좋은 뜻 곱게 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