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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9. 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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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박종국(다원장르작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인디언도 친구를 가리켜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 했다.
그렇듯이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다.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안다(질풍지경초, 疾風知勁草)'고 했다. 어려운 처지를 겪어봐야 사람의 진가를 안다. 인간 세상이란 염량세태(炎凉世態)라서 잘나갈 때는 구름같이 몰려들지만, 퇴락할 때는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현역 시절 잘나가던 친구가 갑자기 병을 얻어 세상을 뜬 후 빈소가 쓸쓸한 걸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오죽하면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고, 정승이 죽으면 텅텅 빈다'고 했을까. 많은 이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니 공백기 동안 진실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확실히 재정리가 되더라,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한때 잘나가던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귀양을 가보니 그렇게 많던 친구는 다 어디로 갔는지 누구 한 사람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소식을 전한 사람은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이상적(李尙迪)이라는 선비였다. 그는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해 그 먼 제주도까지 부쳤다.

극도의 외로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추사에게 그의 우정은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고, 추사는 절절한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세한도이다. 세한도라는 이름은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也)"라는 《논어》구절에서 따온 글귀다.

보통 인생의 다섯가지 부자로는 돈, 시간, 친구, 취미, 건강을 꼽는데, 그중에서도 친구 부자야말로 인생 후반이 최고의 부조이다. 인생길에서 따뜻한 우정보다 소중한 게 또 없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친구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을 가져도 주위에 마음 기댈 친구가 없다면 필시 불행한 인생임에 틀림없다.

세계적 갑부이자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Sam Walton)도 임종이 가까워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니 그에게 친구라고 부를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며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의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통절하게 말했다. 그의 회한에서 알듯이, 좋은 친구를 얻는 일은 전적으로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

그러나 친구는 서로의 삶에 단호해야 한다. 항상 따끔한 충고를 잊지 말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묵묵히 헤어날 용기를 부추겨주어야 한다.
공자는 이를 가리켜 쟁우(諍友)라고 했다. 쟁우는 중국의 고대 처세서 《지전(智典)》 에 등장하는 말인데, 잘못을 솔직히 말해주고 고치게끔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다.

진정한 벗은 수보다 그 깊이가 중요하다. 따라서 내 목을 내주어도 좋을 문경지교(刎經之交) 수준의 벗은 아닐지라도 쟁우(諍友), 산우(山友), 지우(地友) 정도의 친구를 한 사람이라도 둔다면 성공적인 인생이다.

"여러분과 리무진을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정작 여러분이 원하는 사람은 리무진이 고장 났을 때 같이 버스를 타 줄 사람입니다."
미국의 흑인 여성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이다.

예로부터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나는 진정 친구가 힘들 때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가? 새삼 내 속을 다시 들여다본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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