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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로 만든 수프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9.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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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로 만든 수프



박 종 국



동화작가 마르시아 브라운은 『돌멩이로 만든 수프』라는 동화에서 딱딱한 돌멩이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함께 사는 사람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이 동화는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세 군인이 어느 농촌 마을을 지나다가 너무 배가 고파 먹을거리를 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쟁을 겪으면서 인정이 메말라 마음을 닫아 버린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고 나오게 되는지를 아주 재밌게 들려준다.

이야기의 대략은 다음과 같다.

전쟁으로 마음이 각박해진 마을사람은 세 명의 군인이 마을에 들어서자 식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숨기기에 바빴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배고픈 저희에게 음식을 조금 나눠 주세요.”

군인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음식을 나눠 주기를 간청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모두 나름대로 핑계를 대기에만 바빴다. 먼저 온 군인에게 식량을 다 내어주는 바람에 지금은 없다고 외면했다. 심지어 내년에 심을 곡식의 종자밖에 없어서 못 준다고 둘려댔다. 또 어느 집에서는 그 종자까지 다 먹어 버렸다고 했다. 세 명의 군인은 머리를 맞대고 무엇인가 논의한 뒤에 마을사람에게 말했다.

“우리는 음식을 달라고 했지만 여러분도 먹을 게 없군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돌멩이로 수프를 만들겠습니다.”

군인이 돌멩이로 수프를 만든다는 소리에 한 농부은 마을에서 제일 큰 가마솥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과연 군인이 어떻게 돌멩이로 수프를 만드는지 지켜보기로 하였다. 군인은 농부로 하여금 양동이로 물을 가득 퍼다 가마솥에 붓게 하고, 불을 지펴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자, 이제 둥글고 매끈매끈한 돌 세 개를 구해 올까요?”

 

 


농부는 곧 돌멩이 세 개를 주어 왔고, 군인은 그 돌멩이를 깨끗이 씻어서 물이 설설 끓는 가마솥에 넣었다. 가마솥 주위로 몰려든 마을 사람은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이 잘 끓는군요. 수프를 만드는 데는 소금과 후추가 필요하지요.”
군인의 말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구경하던 아이들이 우르르 각자의 집으로 뛰어가서 소금과 후추를 가지고 왔다. 소금과 후추를 가마솥에 넣고 나서 다시 군인은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돌멩이는 맛나는 수프를 못 만들거든. 그런데 당근을 조금 넣으면 더 맛난 수프가 될 텐데.”

그러자 이번에는 프랑소와라는 아이가 얼른 집으로 뛰어가서 당근을 가져왔다. 군인은 당근을 잘게 썰어 가마솥에 넣고 다시 말했다.
“좋은 수프는 양배추가 들어가야지, 하지만 양배추를 가진 사람이 없으니 저어 봐야 헛수고지.”

이번에는 메리라는 아이가 자기 집에 얼른 뛰어가서 양배추를 가지고 왔다. 군인은 양배추를 설어 가마솥에 넣고 다시 말했다.
“감자가 들어가면 아마 부자가 먹는 맛나는 수프를 만들텐데.”
그러자 이번에는 여러 농부가 달려가 지하실에 숨겨 놓은 감자와 쇠고기를 가져왔다. 군인은 그것을 다 넣고 수프를 만들며 말했다.
“돌멩이 세 개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부자가 먹는 수프를 만들었군. 이건 꼭 마술 같은 일이야.”

 

 


군인은 보리와 우유를 더 넣으면 부자가 아닌 임금님이 먹는 수프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까와 다른 농부가 뛰어가 보리와 우유를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그 보리와 우유를 넣고 펄펄 끓이자 이제 완전한 수프가 완성되었다.
“자, 이제부터 돌멩이 수프를 먹겠습니다.”
군인이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금세 둥글고 큰 식탁이 차려졌고, 마을 사람은 거기에 둘러앉아 돌멩이를 넣고 끓인 수프를 먹었다. 다들 맛나게 수프를 먹었다. 수프를 다 먹고 나서 군인과 마을 사람은 한데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축제의 마당을 펼쳤다. 축제가 끝난 후 마을 사람은 맛나는 수프를 제공해 준 군인에게 따뜻한 잠자리까지 마련해 주었다.

다음 날 군인들이 떠날 때 마을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돌멩이를 가지고 수프를 만드는 방법을 알았으니 앞으로 우리는 절대로 배고플 일이 없을 거예요.”
마을 사람들은 고마운 생각에 길을 떠나는 군인의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돌멩이는 딱딱한 물건인데, 동화작가 마르시아 브라운은 이처럼 재밌는 이야기를 지어냈다. 나누며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아마 돌멩이로 맛나는 수프를 끓이듯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은 동화의 세계가 아닐까.

|박종국참살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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