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감흥
박 종 국
일상의 긴장과 의무에 치달린 육신은 지친다. 때로는 해방이 필요하다. 누구나 여행을 떠나면 신나고 들뜬다. 그만큼 여행은 신선한 삶의 에너지를 충만케 한다. 잡다한 일과를 잠시 놓고 바람처럼 떠돌면서 유려한 산천을 찾고, 해묵은 산사와 고색창연한 누각을 만나 일은 여간한 신명이 아니다.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사실을 경험하고 견문을 넓히는 일은 행복 그 자체다. 여행은 희망과 기대감을 높여 주고, 동경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앞으로 일이 즐겁고, 흐뭇한 행복이 시나브로 다가설 듯 마음이 풍요해진다.
여행은 삶의 원천인 희열이다.
여행은 인생을 즐겁고 아름답게 하는 음악이다. 여행은 아름다운 추억의 화원을 만들어준다. 인생을 젊게 만드는 일은 바로 사랑이요, 여행이다. 날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상으로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에 겹다.
여행은 인생의 축복이고, 모든 지혜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못한다. 푸른 초원을 알고 싶다면 단 하루라도 그 속에서 지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이 오래면 지혜요, 물건이 오래면 귀신’이라는 했듯이 지혜란 별난 게 아니다. 오늘을 확실하게 사는 자신의 삶 자체가 지혜다. 지혜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여행을 벗하면 그것이 더욱 명료하게 밝혀진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여행은 표박(漂迫)의 미와, 방랑(放浪)의 멋과, 편력(遍歷)의 낙과, 심방(尋訪)의 기쁨을 다 갖추었다고 했다. 또, 탐험의 묘미와 자연과 친화 교감하는 사상을 지녔다고 노래했다. 여행을 하면서 미견미답(未見未踏)의 세상을 우러러보았다.
살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면 그 인생은 끝내 쓸쓸한 벌판이 되고 만다. 황량한 들판에 아름다운 꽃이 어우러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각자의 인생의 너른 풀밭에 아름다운 추억의 화원을 매만지려면 여행을 통해서 행복한 추억의 조각을 빚어야 한다.여행을 통한 추억은 오래간다.
여행을 통한 추억은 오래간다
그럼에도 간디는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게 아니라 단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했으며, 체 게바라는 "청춘은 여행이다.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심오한 화두다. 게다가 프리벨은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지를 깨닫게 해 준다"고 여행의 감흥을 얘기했다.
여행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로 잡아준다. 그러므로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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