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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類類相從)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9. 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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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類類相從)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방랑자 생활을 하던 공자가 아차하는 사이에 실수를 저질렀다.
그가 타고 다니던 말이 농부의 밭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망쳐 버렸다. 
이에 화가 난 농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말을 끌고 가버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가서 말을 되찾아 오겠느냐?"
"제가 가서 찾아 오겠습니다."
평소에 말주변이 좋다는 제자 자공이 선뜻 나섰다.
그러자 마부도 함께 나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이 일은 제가 말을 잘 지키지 못해서 생긴 일이므로 제가 찾아 오겠습니다."
"그래도 자공이 가는 게 좋겠다."

공자의 이 말에 자공이 어깨를 으쓱이며 농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자공이 아무리 입이 닳도록 빌고 설득해도 농부가 말을 되돌려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농부의 손에 잡힌 말고삐를 강제로 빼앗아 올수도 없는 일이어서  자공은 맥빠진 모습으로 그냥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마부를 내보냈다.
마부가 웃으며 다가가 농부에게 말했다.
"당신이나 나나 다같은 농부가 아니오?
내가 깜빡 조는 사이에 말이 밭으로 들어갔으니 이해 하시구려."
마부의 이 말에 농부가 허허 웃더니, 군말 없이 말을 되돌려 주었다.

유유상종이라 하여 사람은 같은 무리끼리 어울린다.
서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껴 쉽게 동정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선비인 자공보다 배우지 못한 마부가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하였던 일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공이 마부와 똑같은 말을 해도 농부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자공의 선비 복장과 말투에서 농부는 이미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왜 처음부터 마부를 보내지 않고, 자공을 보냈을까?

공자가 마부를 먼저 보내면 자공은 속으로 불만을 품었다. 
자기도 그 정도의 일은 쉽게 해결한다는 자만에 서운한 감정을 품었다. 

공자는 자공이 실패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에도 한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했고, 또한 대하는 상대에 따라 사람마다의 역할이 다르다는 걸 가르쳤다.

많이 배웠다고 세상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마음속의 교만을 없애야 하는 건 기본이고, 다양한 사람과 좋게 어울릴 때 만사가 보다 쉽게 해결된다.

|박종국참살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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