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살 문턱을 넘어서면 세월이 쏜살같다. 이제 십년 후면 노년기다. 억울해도 받아들이고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예전 같으면 부부가 수연(壽宴)을 맞이하면 자식이 축원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순(耳順)은커녕 고래희(古來希)를 맞아도 잔치를 마다하는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노년의 삶도 젊은이 못지않다. 나이가 들면 늙고 쇠약해진다. 인정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젊었을 때 영원하리라 자신하였던 사람도 어느덧 귀밑머리 희끗해지고, 주름살이 늘어나면 한풀 꺾인다.
그러나 노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일단 질병과 사고 등에서 살아남아야 노년을 맞이한다. 같이 중년을 보내는 배우자와 친구, 선후배 가운데 과연 몇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남아 노년을 같이 보낼까? 건강한 사람만이 노년에 이른다. 나이 든다는 소명이 얼마나 엄숙한 일인가?
그러나 세상에 젊음만 존재하지 않는다. 청장년은 물론, 노년도 함께 존재한다. 다만 그 노년은 다름 아닌 앞으로 우리가 걸어 가야할 분명하고도 명확한 길이다. 의약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된 지금, 누구나 팔구십 정도는 거뜬히 산다. 그렇다고 해도 노년은 머지않아 만나게 될 우리의 자화상이다.
“노인은 아무나 되나.”
농담 같지만, 괜한 말이 아니다. 아름다운 청년시절은 선물이듯이 노년도 역시 선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 살아가는 모습 속에 자신의 노년을 잉태한다. 그래서 이 엄연한 사실을 두고 노년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이 듦과 늙음은 죽음과 마찬가지다. 인간의 숙명이자 운명이다. 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현명하다.
삼십년 남은 노년의 생활을 헛되이 보낸다면 너무 아깝다. 안타깝게도 이 시기는 빈 둥지 증후군이나 자아의 위기가 닥칠 나이고, 달라진 사회 환경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야 할 시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년기 사람은 그 동안 자기 일에만 치우쳐 살았기에 따로 자기 취미를 가꾼 적도 없을뿐더러 시간 때울 방법도 그다지 갖춰놓지 못한 실정이다.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장차 자기 할 일을 찾아야 하고, 새로운 취미를 가져야 하며. 자기 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년은 인생을 가장 중후하게 정리해 볼 나이다. 그 동안 충직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친구를 만나고, 취미 생활도 하며, 여러 모임에도 바쁘게 찾아나서야 할 때다. 노년에 만날 친구 하나 없이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추레하며, 안타깝게 보이겠나?그런 삶의 모습은 미리 지워야한다.
오십 줄이면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을 그려볼 시기다. 장차 노년의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언제나 즐겁고 성실한 자세로 자기 삶을 가꿔야 한다. 노년의 삶을 행복하려면 세상과 사이좋게 어우러져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취미생활을 하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인생이라면 아무리 노년기를 맞아도 당당하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