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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책읽기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3. 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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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책읽기

박종국

봄날, 낭랑하게 책 읽는 소리가 들리는 집은 얼마나 행복할까. 모든 책을 소리 내어 읽을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각자의 방에서 나는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마음 편안할까. 부모는 자녀가 무얼 하는지 궁금해 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아이는 그저 시늉만 할 뿐이다. 이내 컴퓨터 오락이나 채팅이 먼저다. 하여 책 읽으라는 다그침만 높아진다. 순간,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책을 펴는 일이 강제되고, 집안의 평화가 사라진다.

지금은 '정보화'가 대세지만, '대화의 시대'다. 그 만큼 경청과 공감이 중요하다. 대화는 자기의 생각을 잘 가려서 남에게 의견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 따라서 진정한 대화는 자기의 고집만 내세울 게 아니다. 그보다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자기의 뜻을 밝히고, 남의 의견도 존중하며, 좋은 의견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 바탕이 바로 책 읽기다.

매사 활기를 띠고, 대화가 풍부한 아이,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뚜렷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 중의 하나로 독서를 권장한다.

그런데 올바른 독서는 먼저 좋은 책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좋은 책이란 '양서'를 말한다. 모든 책이 다 양서는 아니다. 표지가 요란하거나 호화롭게 만든 책도 많고, 눈을 끌기 위해 욕심을 앞세운 책도 쉽게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싸게 파는 책, 날림으로 만든 책, 남의 출판사 책을 베낀 불량서적도 즐비하다. 또 잘 팔리는 책, 우습고 아슬아슬한 재미에 치우친 흥미 위주의 책, 명랑 소설이나 공포 괴기소설 등 단순히 읽기는 책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책읽기는 위험하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키워주는 좋은 책을 만나야 한다.

사람의 됨됨이는 어릴 때 갖추어진다. 품성은 부모의 양육 태도나 교사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보다 성장기 아이가 어떠한 책을 접하였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그런데 아이는 좋고 나쁜 책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다. 때문에 책을 고르는데 그 내용이나 형식에서 부모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책은 애정을 갖고 다정스레 챙겨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어떤 책을 고를까, 머뭇거릴 까닭이 없다. 부모가 먼저 읽고 권네는 책이면 다 좋다. 그런데 지금의 형편은 어떤가. 책이라면 그저 위인전기를 먼저 권한다. 그런데 이러한 책은 동화나 소설보다 재미가 덜하다. 금방 딱딱함을 느끼고 책을 멀리한다. 하물며 위인전기에서 흔히 보게 되는 왕이나 장군들의 높은 자리가 결코 자랑스럽지 못하다.

또,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는 학자나 발명가, 예술가 자신의 영역에서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실천한 사람이 드물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의 공덕만 칭찬하여 기리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이 많다. 왜냐하면 아이가 주역이 될 다음 사회는 남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위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해 봉사하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평봄한 사람이 더 높이 평가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가 좋은 책을 선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삶을 값지게 사는 체험을 보여 주고, 주변의 훌륭한 인물의 얘기를 통해서 올곧은 마음을 키우고, 용기를 주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또 하나, 책을 고르는 데 어떤 틀이나 맞춤이 없다. 먼저, 아이의 연령이나 학년, 성격 등을 생각하고, 독서 욕구나 독서 능력에 대한 개인적 수준을 고려하면 된다. 자신에게 알맞고 유익한 책을 고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선 형식면에서 좋게 소개된 책을 고르고, 지은이가 분명한 선택하는 게 좋다. 출판사도 그 방면에서 인정받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책의 발행 연도가 최근이면 좋은 책이다. 문장도 알기 쉽고, 내용과 분량이 적당해야 한다. 내용도 그 책이 삶을 보람되게 하고, 올바른 생활 태도를 길러 주는가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나 과학적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지, 도덕이나 예술·종교적 교양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지 가려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무섭고, 비참하고, 잔인한 책, 나약하고, 안일한 감상적 이야기를 담은 책은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옳지 못한 방법으로 승리한다거나, 약자가 강자를 무조건 골탕 먹임으로써 승리한다는 내용도 좋지 않다. 책의 내용은 정당해야 하고, 이치에 맞아야 한다. 아이는 감상력은 뛰어나지만 비판정신은 덜 성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을 선택하면 끝까지 읽겠다는 꾸준한 인내력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베이컨은 '어떤 책은 맛을 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소수의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책은 어떤 태도로 읽어도 좋으나, 늘 내가 입고 다니는 옷처럼 편하게 손에 잡혀야 한다. 책은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야 그 진맛이 우려난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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