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가 책을 읽지 않을까'
-행복한 책 읽기
박종국(다원장르작가)
"재는 왜 책을 읽지 않을까요? 책을 읽으라고 하면 짜증부터 내요.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 읽는 재미를 느낄까요? 선생님!"
모처럼 상담주간을 만나 학교를 찾은 어느 어머님의 하소연이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기다리며 차 한 잔을 대접했는데, 대뜸 집에서 독서지도 힘들다며 도움을 청했다. 교사시절 5년 동안 근무하면서 독서동아리를 운영했는데, 그때 첫아이가 동아리활동을 했었다. 그새 칠팔 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해서 딱히 맞춤한 이야기를 없었다. 독서지형이 크게 달라진 결과 때문이다.
요즘아이, 웬만해서 책을 읽지 않는다. 책보다 재밌는 놀이가 많다. 한데도 부모는 애써 책 읽어라 다그친다. 그럴수록 아이는 인터넷에 더 밀착하고, 텔레비전에, 휴대폰에 넋을 잃는다. 해서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화딱지가 돋는다. 책과의 사투가 시작된다. 아이도 지지 않고 제 속내를 드러낸다. 싫다는데도 책 읽기를 강요하는 건 문제다. 아이도 제하고픈 일에 선택지를 주어야 한다. '책 읽어라!'는 다그침이 대문 밖으로 나가면 더는 책을 읽지 않는다.
왜 아이가 책을 읽지 않을까? 무엇때문에 소똥닭똥 피하듯 꺼리는 걸까? 아이가 인터넷, 스마트폰에 빠지면 문제다. 그러나 아이가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고 외롭기 때문이다. 해서 아이는 혼자 책 읽기를 싫어한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고 싶다.
바람직한 책 읽기는 강요나 의무감으로 비춰서는 안 되고,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배어나야 한다. 우선, 책은 아이의 눈에 닿는 곳에 두어야 한다. 비싼 전집을 책장 빼곡히 채워두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질려버린다. 책은 장식용이 아니다. 책장에 때 탈까 봐 제재를 가해도 아이는 책과 멀어진다. 책은 무시로 읽고, 군데군데 밑줄이 작작 그어져 손때가 듬성듬성 묻어야 한다.
혹 아이가 어떤 책을 읽는지, 무슨 내용을 보았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가? 아이가 책을 다 읽자마자 독서 감상문을 쓰라고 닦달하지는 않았는지? 만화는 무조건 읽지 말라고 책망하지는 않는가? 게다가 옆집 아이와 비교해서 책을 읽히지 않는지.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이 되레 책과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다.
한꺼번에 책을 왕창 사 주거나, 아이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골라주지는 않는지? 아이가 읽고 싶은 책 보다 부모가 읽히고 싶은 책을 읽히지 않았는지? 아이가 재밌어하며, 책을 읽는데 글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지? 아니면 아이가 같이 책을 읽자고 하는데 바쁘니까 혼자 읽으라고 손사래 친 적은 없는지?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던 자잘한 일이 아이가 책과 멀어지게 하는 이유다.
코로나19로 바깥나들이가 여의치 못하지만, 시간을 정해서 아이와 서점에 가 보라. 그러면 아이는 십중팔구 서점에 가서 여러 가지 책을 구경하면서 새 책을 골라보는 즐거움을 맛본다. 평소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읽고 싶은 책, 좋아하는 책의 목록을 아이 스스로 만들어 보게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서점에 가기 전에 아이랑 어떤 책을 고를까를 미리 얘기해 보는 방법도 권할만하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르는 안내도 우선해야 할 독서권장법이다. 한데도 대부분의 부모는 동화책만을 좋은 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그렇지만 아이의 상상력은 동화 속에서만 계발되는 개 아니다. 과학, 역사, 상식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접하게 해야 한다. 아이는 여러 책을 통하여 미지의 세계와 신비한 자연 현상을 체감하고, 아주 오랜 옛날이야기를 통해서도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낸다.
음식도 편식을 하면 균형 잡힌 영양가를 섭취하기 어렵듯이, 책도 편식을 하게 되면 한 쪽 부분의 영양분이 부족하게 된다. 아이랑 책을 읽고 난 다음 그 내용을 이야기나 토론하여도 좋은 방법이다. 그럴 때 아이는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고, 책만 봐도 신이 나서 책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이 저절로 늘어난다. 분명 서점 가면 나올 줄 모르는 아이가 된다.
그리고 아이에게 책을 사 줄 때는 전집류보다는 낱권이 좋다. 명작동화나 위인전 같은 전집류는 전개방식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너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책을 한꺼번에 몽땅 안기면 아이는 쉽게 싫증을 낸다.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도록 해 보라. 제 아무리 교육전문가가 추천하고, 교육적 의미가 뛰어난 책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가 서점에 갔다는 나들이만으로 만족해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줘야 한다. 아이의 눈으로 책을 골라야 한다. 서점 못지않게 도서관 이용도 책 읽는 올바른 습관을 들이는데 좋다. 대출카드도 만들고, 자료 이용도 함께 해 보라. 아이가 당장 좋아한다. 책의 보고인 도서관을 이용하면 공짜라는 매력이 아이와 부모에게 책에 대한 부담감을 상쇄시켜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책을 읽고 나면 따지듯 줄거리를 요약하는 독후감을 강요하지 마라. 아이는 그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단지 줄거리만을 강요하는 독후감은 암기력을 측정하는 결과 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그것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책읽기이다. 그러한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올바른 독후감 쓰기 지도는 책을 읽고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나 대화, 또는 인물을 이해한 만큼만 그려내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방법을 찾자면, 먼저 부모가 아이가 읽는 책의 내용을 대강이라도 읽어보고 알아야 한다. 어떤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 또는 재밌거나, 슬픈 사건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런 다음 부모와 이야기를 나눈 바를 쓰게 하면 자연스럽다. 이때 못다 한 말을 다 써보도록 배려도 중요하다. 어느 정도 습관이 들 때까지 부모도 독후감을 쓴 후 서로 바꿔보기도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아이에게 책 읽는 버릇을 들이는 게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책 읽는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게 확실한 독서법이다. 더구나 함께 책을 읽으며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서로의 고민을 책 읽기를 통해서 풀어보는 기회가 된다.
그게 바로 부모와 자녀 간의 이해공감력을 높이는 행복한 책 읽기다.
|박종국에세이칼럼
나쁜 책은 없단다, 비벼먹듯 읽으렴 (0) | 2023.04.18 |
---|---|
책표지가 예쁘다고 최고의 책이 아닙니다 (0) | 2023.04.15 |
느긋한 책읽기 (0) | 2023.03.09 |
벽면서생 (1) | 2023.01.19 |
위대한 독서습관 (0) | 2023.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