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보우효과
박종국
예전에 군대에서 배가 아프다거나, 감기에 걸리면 토끼 똥처럼 생긴 까만 알약을 주었다. 그런데도 신기하리만큼 그 약을 먹으면 금세 체통이 풀리고 감기가 떨어졌다. 이 현상을 ‘플라시보우효과’라고 한다. 의약용어로 '위약', 즉, 가짜 약이다.
실제로 진통제를 달라는 환자에게 진통제를 주면 치명적이다. 그래서 그 처방이 불가능할 때, 그와 비슷한 약을 환자에게 줘서 정신적 효과를 얻게 하는 방편을 쓴다. 사전적 의미로는 '정신적 효과를 얻기 위해 환자에게 주는 약리 효과가 없는 약'이다.
일이 너무 안 풀리면 자신의 운명을 들먹인다. 그래서 점쟁이를 찾고, 무당을 데려다 굿판을 벌인다. 남을 의지해서 어려운 자신의 처지를 위로받고 싶은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의 운명은 철저히 감춰졌다. 우리가 가능하다고 믿으면 쉽게 해결할 일도 시도하지 못하면 불가능해진다. 다만 운명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배해나가야 한다.
때론 자기 체면에 빠져 중요한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나는 안 돼’, ‘무슨 일이든지 되는 게 없어’라고 쉽게 단정해서 발을 뺀다. 그렇지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나는 할 수 없다’는 부정의 말이 긍정의 메시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항간에 ‘내 힘들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을 본다. 그는 자기 의지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다. ‘내 힘들다’는 결국 ‘다들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다.
그런 점에서 보면, ‘플라시보우효과’는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로 하여금 또 다른 의욕을 주기에 충분하다. 학교에도 공부에 짓눌려 풀 죽은 아이가 많다. 한창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가 성적에 발목이 잡혀 온종일 교과서만 달달 외는 현실이다. 개중에는 그것도 부족하여 학교를 파하자마자 학원과외로 또 붙잡힌다(그나마 요즘은 코로나19로 학원과외가 심하지는 않다). 대신에 인터넷에 오락에다 스마트폰 콕콕하며 제 나름의 생활에 천착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그침 받지 않고 제 하고픈 일을 하는 아이는 드물다.
아이에게 공부보다 중요한 일은 자연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배려이다.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 꽃이 피고, 벌 나비가 나는 까닭을 곱살 맞게 일깨워줘야 한다. 자연을 에워싸고 도는 풀 나무들의 위대한 작업도 알아야 한다. 자연의 순리와 그 이치를 아는 게 바로 우리 삶을 바르게 이해하는 삶이다. 꽃도, 풀벌레도, 풀 나무도 한데 어울려야 아름답다. 그렇듯이 사람도 서로 부대끼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
아이들, 제 하고픈 일 실컷 하게 놓아주라고 했다. 그러면 당장에 얼굴빛이 달라진다. 억지로 공부시키기보다 '나는 이것만은 최고로 잘 해낸다'는 자긍심이 아이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그게 바로 역발상적인 플라시보우효과다.
|박종국 다원장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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