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원유선 『열평아이들』

박종국에세이/독서서평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4. 23. 12:27

본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 
 원유선 『열평아이들』




 박 종 국



  이맘때쯤부터 시월까지 학교에서는 ‘독서의 달’ 행사가 잦다. 독서일기, 독서 감상문, 독서토론, 독서신문 만들기 등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된 행사는 책 읽기다. 날마다 아이에게 책을 권한다. 하지만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기보다 바깥놀이에 마음이 더 달았다. 도리 없다. 맘껏 뛰놀게 눈감아준다. 뻥뻥 공을 차는 아이의 함성, 너른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힐까. 아이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스민 책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근래에 나온 따끈한 창작동화에 욕심이 더 간다. 그만큼 아이의 생활과 밀착된 이야기다.

 

  원유선 선생님의 <열평아이들>을 읽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다. 아이는 친구를 사귈 때 부잣집 아인가, 공부를 잘 하는가,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인지를 시시콜콜하게 따지지 않는다.

 

  영구 임대인 보람 아파트. 여기에 새로 이사 온 아름이와 은혜, 서동이는 같은 반이다. 아름이는 부모 없이 할머니, 동생과 살고, 은혜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그 사고로 절름발이가 된 아버지 단 둘이 산다. 은혜 역시 그 사고로 인해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농아 아빠와 사는 서동이는 어린 여동생을 살갑게 보살핀다. 아름과 은혜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단짝 친구가 된다.

 

  전학 첫날부터 보람 아파트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이들의 학교생활은 순탄치 않다. 은혜의 짝 승철이는 자기 엄마가 보람아파트 아이들 하고는 놀지도 말고, 짝하지도 말라고 했다면서 은혜의 얼굴 화상을 더 큰 이유로 하여 짝을 바꿔달라고 선생님께 떼를 쓴다. 서동은 집에 혼자 보낼 동생 걱정에 학교 급식을 안 먹고 점심시간마다 자리를 비웠다가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는다.

 

  이 작품은 빈곤층 아이가 많았던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빈곤층 아이들을 대하는 다른 아이의 모습, 그 학부모들의 모습, 그리고 선생님의 모습이 다양하게 담겼다. 선생님으로서 아이를 지도하고, 학부모와 만나면서 가졌을 고민 흔적이 엿보인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열평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안계시고, 계시더라도 돈벌이가 시원찮은 분이기에 늘 어두운 얼굴이다. 성격이 괄괄하며, 친구와 다툼이 잦다. 그런 가정의 아이일수록 터놓고 말 못할 사정과, 틀림없이 불행한 일을 겪는다. 때문에 그 아이는 늘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의 사랑이 부족하다.

 

  때문에 저자는 공부를 못하고, 얼굴이 못생겼다고, 집이 가난하다고, 혹시 그 아이가 나쁜 아이라고 해서 함께 지내지 못한다면 그런 생각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넌지시 말해 준다.

 

  『열평아이들』의 그 아이는 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아이와 선생님에게 멸시와 조롱을 받는다. 그러나 나눔의 미덕을 아는 소담이, 그 아이의 일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선생님이 가출했던 서동이를 데려오면서 따뜻한 정을 느낀다.

 

  우리 아이는 소담이에 가까울까? 승칠이에 가까울까? 우리 엄마는 소담이 엄마에 가까울까? 석칠이 엄마에 가까울까? 이 책은 우리가 가난한 이웃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여백을 남겨준다.

 

  우리는 누구나 내가 경험한 세상 밖에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는 환경 못지  않게 책을 통한 경험도 소중하다. 아이가 책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의 경험을 공감하면서 커야 나중에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갈 힘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모두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는 책,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다정하게 말을 붙이게 하는 책,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책. 『열평아이들』은 그렇게  좋은 이야기를 담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