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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박종국에세이/독서서평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5. 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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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얻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라!"
[서평]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박 종 국

 




 '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을 하는데도 잡다한 기술이 필요한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불현듯 가졌던 생각이다. 그동안 숱하게 여행을 떠났어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쳐 보는 순간, 그 이유를 대뜸 알았다. 책날개에 붙박인 글귀가 이 책의 내용을 함축해 놓은 듯 와 닿는다.
 
"행복을 얻고 싶다면 길을 아는 데민 충분치 않다. 여행을 떠나야 한다."
 
이 책은 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 여행을 동경하고 사랑했던 예술가를 안내자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여행에 끌리게 되는 심리와 여행 도중 지나치는 장소가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헌데, 작가는 어지간히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일상의 평범한 과정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 그는 결벽증 환자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한데도 '그라면…'하는  완벽성에 믿음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저자는 우리가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을 하면서부터 일상에 복귀하기까지 완벽하게 일갈하기 때문이다.
 
즉, 어떤 테두리 안에서 여행을 마무리하였으며, 익히 아는 유명 예술가가 그 여행지에서 만났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깔끔하게 보여준다.
 
행복을 얻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라
 
그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여행을 하면서 여행자의 겸손과 미덕을 배우게 된다. 프로방스에서 탄생한 빛의 향연을 즐기며, 사물에 눈을 뜨는 방법을 터득하고, 과장된 아름다움을 보는 방법을 배운다. 게다가 독자가 놓칠세라 여행지마다 멋진 사진과 그림을 아낌없이 담아두었다.
 
저자는 말한다. 여행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활성화시켜 즐거운 여행을 만끽하고, 나아가 자연의 광대한 공간이 인간 정신을 숭고하게 고양시키는 힘을 가져야한다고. 또한 여행과 예술 작품 사이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숨겨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밖에도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으로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철학의 대중화를 독특한 여행으로 이끈다. 여행을 떠나서 돌아오기까지의 단계별 여정(출발-동기-풍경-예술-귀환)을 보들레르, 플로베르, 워즈워스, 반 고흐, 러스킨과 같은 유명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짚어보면서 여행에 숨겨진 다양한 욕망의 실체를 밝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작가는 철학의 대중화를 독특한 여행으로 이끈다
 
더불어 이 책에는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이국정취를 느끼게 하는 에드워드 호퍼, 반 고흐, 들라크루아, 루테르부르, 윌리엄 호지스 등의 그림 40여 점도 함께 실렸다.
 
왜 여행을 떠나는가? 만약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어떤 역할을 할까? 아마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드 보통은 고만고만한 여행지에 심드렁한 여행자의 내면에 꼭꼭 묻힌 호기심과 열정을 되살리는 처방을 플로베르와 훔볼트의 여행에서 찾는다.
 
'루앙을 떠나 이집트로 가서 낙타를 모는 사람이 되어, 하렘에서 코밑에 솜털 자국을 가진 올리브빛 피부의 여자에게 동정을 잃는 일'이 꿈이었던 플로베르는 카이로의 혼돈과 똥 누는 당나귀, 낙타의 이국정서에 흠뻑 취한다. 드 보통은 암스테르담과 카이로를 비교해가면서 이들 장소가 품어내는 독특한 이국정취의 근원을 살펴본다.
 
플로베르의 이국정서에 대한 동경은 보다 심원적인 이유에서 기인하는데, 그것은 고향의 권태로부터의 탈출이자, 부르주아지의 신념과 행동(내숭, 속물근성, 거드름, 인종차별, 오만)에 대한 분노, 서양 문명에 대한 경멸이다. 드 보통은 다른 나라에서 느끼는 사소한 일의 유혹, 이국적인 요소가 일으키는 강렬한 반응이 우리의 정체성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놓았다.
 
마드리드에서는 한 인간의 위대한 모험을 떠올린다. 호기심 하나로 신대륙을 탐험하고 20년간 <신대륙의 적도 지역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30권의 여행기를 출간한 훔볼트. 드 보통은 훔볼트의 호기심으로 재무장한 뒤 마드리드를 탐험하면서 호기심을 어떻게 활성화시켜 즐거운 여행을 만끽하며, 나아가 삶을 고양시키는지 일러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여행이 우리 사회와 정체성이 과거로부터 형성되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그 과정에서 연속성과 소속감을 확인하게 되는 여행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하여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여행을 부추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그와 함께하는 ‘여행의 기술’은 탁월한 그 무언가 설렘을 가지게 된다. '출발' '풍경' '예술' '귀환'에 이르기까지 그는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던 독특한 여행의 기술을 선보인다.
 
왜 여행을 떠나는가
 
이 책은 보들레르, 플로베르, 워즈워스, 고흐, 호퍼, 버크, 러스킨, 위스망스 등의 예술가를 안내자로 삼아 ‘왜 여행을 떠나는가?’부터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가?’에 이르기까지 ‘여행’을 테마로 던지는 모든 질문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이 안내한 대로 여행을 한다면 얼마나 걸릴까.

 

박종국 다원장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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