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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까이 하는 부모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5. 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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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까이 하는 부모


박종국  


책 읽는 소리 낭랑하게 들리는 집은 어떨까? 무엇보다 즐겁다. 아버지는 너그럽고, 어머니는 포근하다. 아이 또한 부드럽다. 조그만 일에도 서로 머리 맞대고 의논한다.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폭이 크다. 늘 함박웃음을 머금고 생활한다. 그렇기에 자잘한 일에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저절로 마음이 깨끗해진다. 온갖 불손한 일이 아름답게 정화되기 때문이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다. 또,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속된 마음을 갖지 않는다.
  

학부모 상담을 하면, 으레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조언을 구한다. 참 난처했다. 명색에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인데 학부모의 마음에 쏙 드는 처방전을 끊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집에서 어떻게 책을 읽도록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매일처럼 텔레비전 보지 말고, 인터넷 하지 말고, 그냥 책만 읽으라고 다그친단다.


근데, 거의 날마다 부모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본다고 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제지받은 아이가 과연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속단은 아니지만 십중팔구 책 읽고픈 마음이 싹 가셨을 거다. 아이는 그런 방법으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오히려 반발감만 키울 뿐이다.
  

독서는 말보다 몸으로 가르쳐야한다. 엄마아빠는 버젓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이에게는 책 읽으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그나마 책을 읽고픈 아이의 마음을 깡그리 빼앗는 나쁜 강요다. 어른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부모의 모습이야말로 책읽기의 본보기다. 아이들의 입을 빌면 평소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책읽기를 더 강요한다는 불만이 높다.

아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더구나 부모가 일방적으로 고른 책을 읽히는 수고(?) 때문에 아이는 오히려 책과 더 담을 쌓는다. 열심히 읽어보려고 해도 재미가 없는데, 그렇게 권하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이가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과열입시경쟁에 얽매인 탓이 가장 크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비디오, 만화, 영화 등 감각적인 매체의 발전과 확산 때문이다. 또한 어른의 무책임하고 맹목적인 독서지도방법 탓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신세대문화는 정적이라기보다 동적이며, 이성적인 취향보다는 감각적이고 충동적이다. 감성이 풍부하고, 표현이 자유롭다. 그렇기에 요즘 아이는 책에 얼굴을 들이밀고 읽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산하는데 더 관심을 가진다. 아이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해야한다. 근데도 고리타분하게 책 읽기만을 고집하려 드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는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올바른 독서습관은 하루 이틀에 갖춰지지 않는다. 그렇듯이 책읽기와 삶은 하나다.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게 하려면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책은 단지 말로 읽는 게 아니라 몸으로 읽고, 생각거리를 캐내어야 한다. 모름지기 그 속에서 참다운 삶을 배워야 한다. 그런 바탕이라면 아이는 스스로 책을 가까이한다.


아이가 그런 마음을 가지면 스스로 잘못된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 책을 통해 공감을 얻고, 사리를 분별하는 힘을 가진다. 자기 생각이 생기게 되고, 정신을 맑게 가진다. 또한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서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배우게 된다. 나아가 잘못된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는 비판력을 가지게 되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더는 부모의 욕심에 의한 책읽기를 지양해야 한다. 아이에게 좋은 책읽기는 재미가 좋아야 하고, 교육적인 효과를 주어야 한다. 책의 내용이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 도 중요하다. 잘못된 서구문화와 왜색 짙은 출판물에 오염된 아이의 정서를 우리의 문화와 역사, 가치관과 전통이 배인 책 속으로 끌어안아야한다.


그러자면 평소 책을 소중히 다루고, 책을 가까이 하는 부모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보여야한다. 올바른 책 읽기는 말보다 몸으로 가르쳐야한다.

/박종국 독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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