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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무시로 읽혀져야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5.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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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무시로 읽혀져야


 

박 종 국(다원장르작가)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부모는 애써 닦달하는데, 아이는 인터넷오락과 스마트폰에만 매달린다. 화딱지가 돋고, 언성이 높아진. 책과 사투가 시작된다. 한데, 아이도 결코 지지 않겠다고 자기 속내를 드러내 보인다.

  아이가 재미없다는 데 책 읽기만 강요한다는 건 문제다. 아이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선택여지를 주어야 한다. '책 읽어라!'는 소리가 대문 밖으로 새어나가면 더는 책을 읽지 않는다.

  왜 아이가 책을 읽지 않을까? 무슨 까닭에 소똥 닭똥 피하듯 꺼리는 걸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빠지는 건 분명 문제행동이다.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당연히 골칫거리다. 그렇지만 아이가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문제는,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뭐 그렇게 외롭겠느냐고 하겠지만, 요즘 아이, 같이 놀 친구가 없다. 다들 학교 마치면 학원과외가 먼저다. 그러니 같이 공차고 놀 친구도 없고, 또닥또닥 이야기 나눌 또래를 만나기도 힘들다.

  집안에 번드르르한 책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책은 아이의 눈에 닿는데 두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게 좋다. 부모는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으로 시간을 때우면서 아이에게 책도 안 본다고 쌍심지 켤 일이 아니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당연히 책을 가까이 한다. 책 읽기는 강요할 일이 아니다.

   비싼 전집을 책장 빼곡히 쌓아두기만 해도 아이는 그만 질려버린다. 책은 장식용이 아니다. 책은 소중하니까 찢어질까 봐, 때 탈까 봐, 닳을까 봐 아끼는 만큼 아이는 책으로부터 멀어진다.

  책은 무시로 읽혀져야하고, 군데군데 밑줄이 작작 그어져야 한다. 손때가 듬성듬성 묻어야 한다. 혹 아이가 무슨 책을 읽는지. 무엇을 읽었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가? 아이가 책을 읽자마자 독서 감상문을 쓰라고 닦달하지는 않는가? 만화는 무조건 읽지 말라고 책망하지는 않는가? 또한 옆집 아이와 비교해서 책을 읽히지 않는지.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이 되레 책과 멀리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전집을 왕창 사 주거나, 아이의 수준보다 어려운 책을 골라주고, 아이가 읽고 싶은 책보다 부모가 읽히고 싶은 책을 읽히지 않는지. 아이가 재밌어 하며 동화책을 읽는데 글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지. 아니면 아이가 같이 책을 읽자고 하는데, 바쁘니까 혼자 읽으라고 손사래 친 경우는 없는지.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던 자잘한 게 아이가 책을 멀리하게 된다.

  아이와 시간을 정해 놓고 서점에 가 보라. 아이가 서점에 가서 여러 가지 책을 구경하면서 새 책을 골라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보라. 평소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읽고 싶은 책, 좋아하는 책의 목록을 아이 스스로 만들어 보게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서점에 가기 전에 아이랑 어떤 책을 고를지 미리 얘기해 보는 방법도 좋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르도록 도움주어야 한다.

  대개의 동화책만 좋은 책으로 생각하지만, 아이의 상상력은 동화 속에서만 계발되는 게 아니다. 동화뿐만 아니라 과학, 역사, 상식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접하게 하는 게 좋다. 아이는 여러 책을 통하여 미지의 세계, 신비한 자연 현상, 아주 오랜 옛날이야기를 통해서도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낸다.

  음식도 편식을 하면 균형 잡힌 영양가를 섭취하기 어렵듯이 책도 편식을 하게 되면 한 쪽 부분의 영양분이 부족하게 된다. 아이랑 책을 읽고 난 다음 그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토론도 좋은 독서지도방법이다. 그럴 때 아이는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책만 봐도 신이 나서 책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서점가면 나올 줄을 모르는 아이가 된다.

  책을 읽고 나면 따지듯 줄거리를 요약하는 독후감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단지 줄거리만을 요약하는 독후감은 암기력을 측정하는 방편 외에는 별다른 효과도 없다. 그것은 너무나 구태의연한 책읽기다. 그러한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후감 쓰기 지도는 책을 읽고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나 대화, 또는 인물을 이해한 만큼만 그려내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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