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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넘치는 정치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9. 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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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넘치는 정치



박종국



프랑스에서 불과 2,3만원 정도하는 코낙을 우리는 몇 십 만원에 사서 마신다. 어느 백화점 매장에 디스플레이해 놓은 옷가지가 종내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옷에다 천만 원 남짓한 가격표를 붙였더니 며칠 만에 팔렸다고 한다. 그 옷의 원래 가격은 백만 원 정도였다. 어느 때부턴가 우리 사회가 수백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메이커와 브랜디 상품, 비싼 가격이라야 날개 돋치듯 팔린다.

이런 부류는 그 어떤 대상으로도 속을 채울 수가 없다. 근본적으로 속이 비었기에 값비싼 사치품으로 빈속을 채우려는 허황된 보상심리가 어물적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주변에는 단돈 몇 십 만원의 전세금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많다. 끼니를 굶는 아이도 수두룩하다. 당장에 생활 터전에서 내쫓기는 철거민도 숱하다. 게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숨만 북북 울려대는 달동네에 사는 사람도 많다. 해고의 칼바람에 불안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처절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한다.

잘 살고 못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아름답고 거룩한 인간성을 잃어가는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지난 3,40년 동안  무자비했던 군사독재와 천박한 자본주의가 그릇된 경제정의를 각인시켰던 까닭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본능적으로 뒤덮는 물질적, 계량적인 ‘성장’의 잣대로만 재단된 가치관의 미천함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를 내걸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는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정권마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채색이 많았다.

일찌기 네루는 ‘정치는 국민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은 정치가나 위정자가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대상은 사회적 약자, 즉, 소외된 계층이다. 때문에 누구나 관심을 갖고 그들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며, 온갖 시련을 함께 나누면서 사랑을 나누고, 정의와 진리로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짓밟힌 인격과 인권을 회복시켜 사람다운 사람의 가치를 되찾아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요즘 우리 주변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각종의 의혹비리를 보면 사람의 가치를 되찾기에는 요원하다.

까닭 없이 누구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가진 자일수록 남을 위하여 기부하거나 자기희생정신에 인색하다는 게 역력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 많은 사람이 불행을 겪고, 더 많은 사람이 삭히지 못하는 슬픔과 한을 얘기한다. 그렇다고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탓할 일은 아니다. 모든 일은 사회적 연대의 책임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치 못해서 도출된 결과이며, 사회적 지도층이 보다 양심적으로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권의식이나 우월감은 쓸데없는 콤플렉스다. 특권의식은 버려야한다. 신분과 지위 때문에, 경제적인 부와 사회적인 명예로, 어디가든지 대접받아야한다는 건 너무나 천박한 발상이다. 그렇지만 우선 나부터 잠재의식 속에 항상 대접받기를 바라는 불순한 심리를 가졌음을 인정한다. 그것을 떨쳐낼  때 우리 사회의 정의가 바로 선다. 밝고 따뜻한 세상은 그런 토대에서 발현된다.

모든 사람이 간절하게 바라는 바는 사랑이다. 누구나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사랑받을 때 그는 인간으로서 자긍심과 자아정체감을 갖는다. 때문에 밝고 따뜻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소외당하거나 차별당하지 않고, 평등한 인격자로서 사랑 받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비추어 주고 드높여 주게 된다. 사랑이야말로 인간을 구하는 최고의 비책이고, 아름다운 처방전이다.

사랑이 넘치는 정치, 사랑이 넉넉한 경제, 사랑이 듬뿍한 교육, 사랑이 물씬한 인관관계를 생각해 보라. 얼마나 따뜻하고 푸근한 일인지. 사랑을 갖춘 정치체제, 그것은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이다. 어렵게 사는 내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또 없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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