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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9. 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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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박종국



올해는 유난히 장맛비도 길었고, 가마솥불볕 더위도 심했다.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환경 변화라고 하지만, 더위를 못견뎌하는 나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여름휴가를 제쳐두고 선택한 게 도서관지킴이였다.

근래 들어 리모델링에 부산했던 데가 지역도서관이다. 시민문화나눔터를 개선하고자 지자체가 신경쓴 분야다. 그래서 나같은 딸깍발이 벽면서생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런 나를 두고 친구는 '책만 읽는 바보'라고 넌지시 핀잔을 했다. 근데도 책읽는 바보소리가 싫지 않다.

OECD에서 2017년 발표한 국가별 1인당 월간성인독서량을 보면, 미국 6.6권, 일복 6.1권, 프랑스 5.9권에 이어 독일, 영국이 상위 순위에 랭크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0.8권으로 최하위권이었다(166위). 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로 낯부끄러운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 19세 이상 성인 6,000명과 초등학생(4학년 이상) 및 중・고등학생 3,320명을 대상으로 ‘2021년 국민 독서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0. 9. 1.~2021. 8. 31.)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으로 ’19년에 비해 각각 8.2%포인트, 3권 줄었다고 나타났다. 다만 20대 청년층(만 19세 이상~29세 미만)의 독서율은 78.1%로 ’19년에 비해 0.3%포인트 소폭 증가했고, 모든 성인 연령층과 비교해 높은 독서율과 많은 독서량을 보였다.

초·중·고교 학생의 경우에는 연간 종합독서율은 91.4%, 연간 종합독서량 34.4권으로, ’19년과 비교하면 독서율은 0.7%포인트, 독서량은 6.6권 감소했다.
성인이 독서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6.5%)를 꼽았고, 다음으로 ‘다른 매체·콘텐츠 이용’(26.2%)이라고 응답했다. ’19년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던 ‘다른 매체·콘텐츠 이용’의 응답 수치가 다소 하락(’19년 29.1% → ’21년 26.2%)했지만, 학생은 ‘스마트폰,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등을 이용해서’(23.7%)를 가장 큰 독서 장애 요인으로 응답해 디지털 환경에서의 매체 이용 다변화가 독서율 하락에 영향을 준다고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매체 환경의 변화로, ‘독서’의 범위에 대한 인식이 다양해짐에 따라 독서 범위에 대한 국민의 의견도 확인했다. 성인의 경우 과반수가 독서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항목은, ‘종이책 읽기’(98.5%), ‘전자책 읽기’(77.2%), ‘웹소설 읽기’(66.5%)였고, 학생의 경우에는 ‘종이책 읽기’(91.2%), ‘전자책 읽기’(74.2%), ‘만화책 보기/읽기’(57.2%) 항목이 과반수로 나타났다.

동의 수준이 높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제외하면, 성인보다 학생이 종이책, 전자책 이외의 다른 매체(종이신문, 종이잡지, 웹툰, 웹진, 소셜미디어 등)를 통한 읽기 활동을 ‘독서’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범위가 넓었다. 특히 성인·학생 모두 인터넷 신문 읽기, ‘챗북’(채팅(문자 대화) 형식의 콘텐츠 읽기) 읽기 등도 독서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적지 않아,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독서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인식이 변화를 나타났다.

어쨌거나 정확한 통계수치는 안 잡혀도 동일연령대에서 스스로 최고의 독서량(나는 한번 책을 대출하면 10권이다. 그것도 보름마다)을 자신한다. 연전에는 대구교보문고에서 최고의 도서구매 고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의 독서이력은 1983년을 시작으로 이제 40년을 맞았다. 그만큼 나의 독서력을 스스로 생각해도 자랑스럽다.

공자의 인생삼락에 의하면,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 친한 벗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또, 추사 김정희의 인생삼락은 日讀(일독), 二好色(이호색), 三飮酒(삼음주)을 세가지 즐거움이라 했다. 즉, 책 읽고 글쓰며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 사랑하는 이 와의 변함없는 애정, 벗과 함께 어울리는 풍류를 일컫는 말이리라

맹자의 행복한 인생론에 의하면 군자에게는 인생의 행복이 세 가지다, 천하에 왕 노릇 하는 즐거움도 이 세 가지 행복에 끼지 못한다. 첫째,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가 아무런 일 없이 건강하고, 둘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고, 땅을 내려보아 남에게 창피하지 않게 사는 거다. 셋째, 천하의 똑똑한 영재를 모아 그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맹자의 행복론은 정말 단순하고 평범하기까지 하다. 가정의 평안, 인생의 당당함, 그리고 유능한 사람을 길러내는 일, 어쩌면 우리가 쉽게 놓치는 작지만 중요한 행복이다. 맹자는 이 세가지 인생 행복을 말할 때 두 번씩이나 이 문장을 반복한다. 천하의 왕이 되는 즐거움도 이 세가지 즐거움에 끼지 못한다고 했다. 모두가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아우성이다. 권력이 높아지면 행복할 거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곳에 올라도 행복은 또 저만치 비켜나앉았다. 내 주변 사람이 평안하고, 좋은 사람과 더불어 당당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란 맹자의 말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정권의 힘을 빌려 돈을 받고 권력에 탐닉하다가 쓸쓸히 감옥에 갇힌 몸이 되고, 권력과 부에 탐닉하다 결국 인생의 쓰라린 고배를 마실 준비를 하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부동산과 주식에 인생의 모든 행복을 맡겼다가 쓰라린 고배를 마신 사람 역시 부지기수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난 여태껏 주식 한 주도 사 본적이 없다.

대신에 지난 40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짬짬이 책을 읽고, 글을 썼으니 여간한 행복이 아니다. 소소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도 세 권 썼다(아직 책으로 묶지 않았는데, 국판 수필집 20권 분량의 글을 써두었다). 이만하면 자천타천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나싶다.

어제도 마산시내 도서관에 들러 읽고픈 역사책 10권을 대출했다. 이순(耳順), 이 나이에 책을 읽고, 그 내용이 명징(明澄)*하게 들어온다는 게 더 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아무튼 책을 펼쳐들기에 좋은 때다.

|박종국참살이글

* 명징(明澄)하다 : 깨끗하고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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