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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베푸는 사랑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2. 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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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베푸는 사랑

박 종 국

어떤 농가에 한 거지가 구걸하러 왔다.
농부의 밭에는 토마토, 오이, 가지 등 많은 열매가 가득 했다.
그러나 욕심이 많은 농부의 아내는 거지에게 썩어가는 마늘 줄기를 주었다.
배가 고픈 거지는 그것이라도 감사했다.
훗날 농부의 아내가 죽었을 때 그녀는 천사에게 천국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천사는 그녀에게 마늘 줄기를 내밀었다.
그러나 그것은 썩은 줄기였기 때문에 농부의 아내는 천국으로 가는 중에 그만 줄이 끊어져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톨스토이의 소설에 나오는 이 이야기다. 우리는 세상 모두 오직 자기만 가지려고 아득바득댄다. 그렇지만 결국, 그 누구도 그릇된 욕망의 틀을 채우지 못한다. 그저 남의 밥에 든 콩이 더 많아 보이고, 남의 손에 든 떡이 더 크게 보인다.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베푸는 삶은 내 안의 모두를 강물처럼 흘려보낸다. 남에게 베푸는 인정은 훗날 분명 부메랑 되어 되돌아온다. 그게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이치다.


살면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을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축복받는 사람은 베풂을 미덕으로 여기며, 순간의 손해가 올지라도 참아낼 줄 아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마음이 넉넉한 사람은 욕심을 부릴 줄 모르고, 미움이 곧 차오름을 아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존경 받는 사람은 덕을 베풀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사람은 일에 대한 보상과 이득을 따지지 않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남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가슴이 따뜻하고 예쁜 사람은 차 한 잔을 마시면서도 감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을 욕심 없이 바라보는 마음의 눈과 맑은 샘물처럼 깨끗하고 아랫목처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다


어느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피고는 70대의 힘없는 노인이었다.
먼저 검사가 그 노인에게 물었다.

"남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 적 있지요?"

노인은 검사의 말에 아무런 변명도 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노인이 살아가기 막막해서 그런 죄를 지었으니 관대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고, 검사는 법은 예외일 수 없으며, 자백을 했으니 처벌을 해달라고 말했다.

판사는 노인을 바라봤다. 돌봐주는 가족도 없고, 일정하게 사는 곳도 없이 거리에서 살아가는 불쌍한 노인은 병든 몸을 이끌고 배가 고파서 남의가게에 들어가 물건이나 돈을 훔친 죄로 이미 여러 번 벌을 받은 노인이었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어린 손자 아이가 딸렸다. 판사는 노인을 관대하게 용서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법관으로서 인정에 얽매인 판결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판사는 법대로 판결을 내린 후 천천히 법복을 벗었다. 그리고는 방청객 앞으로 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청객 여러분, 저 노인은 죄인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방금 재판관으로서 법에 의하여 저 노인에게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저 노인이 죄를 짓도록 한 것은 어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죄를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죄를 따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저 노인에게는 지금 벌금을 낼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저 노인의 벌금을 제가 모두 낼 능력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 노인의 벌금을 반을 낼 테니까 여러분도 조금씩 도와주십시오."

그러자 방청객은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저마다 지갑을 열어 돈을 내기 시작하였다. 얼마 후 그 돈은 판사의 손에서 노인의 손으로 옮겨졌다.

빅톨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의 미리엘 주교와 같은 ‘사랑과 용서’를 몸소 실천한 인간미 넘치는 판사의 훌륭한 재판이다. ‘죄는 미워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경구는 지금의 세상에도 아직 빛바래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며,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한다. 작은 말 한 마디라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겠다. 화는 입에서 나와 몸을 망가지게 하므로 입을 조심하여 항상 겸손해야 하고, 나는 타인에게 어떠한 사람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렇듯 타인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려면 먼저 타인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보다 먼저 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 자신이 먼저 아픔을 나누는 포근한 가슴을 지녔는지. 그리고 타인에게서 언짢은 말을 들었더라도 그것을 다 받아들이는 넓은 가슴을 가졌는지 챙겨보아야 한다. 세상일 모두 네 덕이고 내 탓이라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누구나 피치 못할 일로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한다. 나는 아니라고 우겨대는 일은 위험천만하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 세상 좁아 보이고 편협해진다. 모름지기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서로 사랑하며, 이해하며, 좀더 따스한 마음으로 감싸야 한다. 아픔이 많고, 고뇌가 많은 세상의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지 함께 나누고, 참고 인내하지 않으면 서로 이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아직 마음 따뜻한 이들이 많다. 진정 나 자신부터 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 어떠한 것도 감싸 안는 넓은 마음이 가져야겠다. 소중한 인연으로 남으려면 더욱 더 그래야한다.

사랑은 부메랑 같다. 내가 상대방에게 사랑을 던지면 그것은 어김없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게 사랑이다. 사람이 내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만, 그는자신이 먼저 사랑의 부메랑법칙을 어겼다. 내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줄 때 사랑은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지 않으면 사랑은 내게 절대 오지 않는 게 사랑의 법칙이다. 이유 없이 사랑을 나눠주어야 한다.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 따뜻한 사랑과 아름다운 친절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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