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공
박종국
子路問君子 子曰 修己以敬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人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百姓 修己以安百姓 堯舜基猶病藷
(자로문군자 자왈 소기이경 왈 여사이이호 왈 수기이안인 왈 여사이이호 왈 수기이안백성 수기이안백성 수기이안백성 요순기유병저)
자로가 군자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자기 몸을 닦아서 공경하는 것이다."
자로가 그렇게만 하면 되느냐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자기 몸을 닦아서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자로가 다시 그렇게만 하면 되느냐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자기 몸을 닦아서 백성을 편안케 해주는 것이니, 그것은 요임금과 순임금도 어렵게 여겼던 일이다."
《대학》에는 '수신제가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실렸다. 《대학 》의 핵심구절이다. 먼저 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잘 다스린 다음에 나라와 세상의 평안을 도모한다는 의미다.이는 수양의 순서를 말하는 거지만, 한편으로는 수양의 진정한 목적을 말한다.
수양이란 결국 나라와 세상을 평안케 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자기 수양으로만 그치는 건 진정한 수양이라고 할 수 없다.
예문에서 공자가 제자 자로를 가르친 게 바로 이와 같은 의미다. 먼저 자신을 닦아서 공경하는 건 자신에게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평안하게 해주는 일이며. 나아가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거다.
이에 대해 다선은 자기 몸을 닦아서 공경한다는 걸 이렇게 해석했다.
"경(敬)이란 향하는 대상이 따로 정해진 게 아니라, 향하는 대상이 없으면 공경할 대상도 없다. 군자가 자기 몸을 공경하는 건, 또한 하늘을 공경하고, 어버이를 공경하는 것이다."
공경할 대상이 없으면 공경의 의미도 없어진다. 따라서 자신을 공경하는 까닭은, 자신에게 그치는 게 아니라, 하늘에 떳떳하고, 어버이를 공경하기 위함이다. 그 어떤 큰일을 하더라도 그 시작은 자신이다. 따라서 공자는 '자신을 공경해야 한다'로 시작했고, 자로는 이 구절을 이해하지 못했다. 군자란 대단한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나를 수양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너무 간단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로는 "그렇게만 하면 됩니까?"라고 또 따져 물었다. 선비라면 누구나 자기를 수양하는 게 당연한데, 그렇게만 하면 군자가 된다니 너무 쉽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그러자 공자는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준다. 먼저 자신을 공경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만이 백성을, 그리고 천하를 편안하게 해 준다. 하지만 성인으로 불리는 요순임금조차 어렵게 여겼던 일이니, 그만큼 군자가 되기는 어렵다.
"요임금과 순임금은 백성의 평안치 못함을 병으로 여긴 게 아니라, 자기 몸을 닦지 못해 백성을 평안하게 해주지 못한 걸 병으로 여겼다. 백성이 평안치 못한 건 곧 자사이 닦이지 않은데서 온다."
이 말을 보면, 훌륭한 통치자는 백성이 평안하지 않을 때 반드시 자신을 먼저 되돌아본다. 흔히 보듯이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심지어 백성의 잘못으로 돌리는 건 올바른 통치자의 자세가 아니다. 진정한 통치자란 먼저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고쳐나가야 한다. 그럴 때 백성의 평안을 도모하게 된다.
어른의 공부이자 지도자의 학문인 《대학》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이처럼 강조하는 건 지도자라면 반드시 자신을 바르게 하는 데서 모든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조차 반듯하게 세우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르게 한답시고 지도자로 나섰을 때, 세상이 끼치는 폐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나를 갈고닦는 게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세태다. 여기서 성공이란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남보다 먼저 앉는 걸 말한다. 이러한 위치와 속도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 때문에 편법이나 불법을 쓰는 게 당연시 된다. 그들은 잠시 비난을 받을지 모르지만, 성공이라는 결과가 모든 허물을 덮어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산이 말하는 진정한 성공이란, 모든 허물을 덮는 권력을 쥐는 게 아니라, 수신을 통해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거다. 그리고 주변을, 나아가 세상을 편안하게 하는 거다. 수신의 마지막은 높은 자리가 아니라, 모든 이의 평안이다.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아프게 여길 줄 알아야 권력의 무게를 견뎌낸다.
|박종국 문화행동사회비평가
* 이 글을 쓰는데, 조윤제 《다산의 마지막 질문》 (청림출판, 2022.)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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