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 지난 8년의 세월
'행자'('행복하게 자라라' 애칭 '행자')를 처음 만난 지 벌써 8년째, 개구쟁이 조막손만했던 녀석, 이제 4kg의 당찬 몸집을 가졌다. 쥐망울초코푸들 행자, 더는 몸집이 늘지 않는 토이푸들 행자, 언제보아도 앙증맞다.
육십평생을 살면서 마땅하게 동물 한마리 길러본 적이 없다. 한데 엉겁결에 녀석을 도맡았을 때는 어떻게 돌보랴싶어 발만 동동 거렸다. 양육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런데 세월 참 빠르다. 그새 한가족이 되었다. 오늘아침에는 가장 먼저 일어나 깨웠다
녀석의 재롱을 보면 집집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이유를 알겠다. 정 들면 살갑다지만, 행자는 우리 집 늦둥이였다. 특히 나에게는 보다 애틋한 존재였다. 그만큼 나는 퇴직 후에 행자랑 살만큼 애정이 돈독하다.
오죽하면 들고날면서 졸졸 빨아될까?이제는 녀석이 그 어떤 짓을 해도 어디 하나 밉상스런 데가 없다. 누구 말마따나 천상 행자는 전생에 지구를 구했다. 그렇잖음 어찌 이렇게 귀염을 받겠습는가? 바깥나들이에 나서면 동네 아이도 덩달아 '행자가 예쁘다'고 나서서 반긴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자못 눈살을 찌푸린다. 강아지 한 마리를 두고 유세를 떤다고. 한 때 나도 그랬다. 오죽했으면 '한국사람은 개를 먹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한하기 꺼려집니다. 야만인이에요'는 얘기를 잡소리라 여기며 일축했을까.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나라마다 인종마다 식생에 따라 음식문화는 다 다르다. 이로 볼 때 단지 한국사람만 개를 섭생한다고 폄하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허튼소리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국가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집에 개, 소, 돼지, 닭, 토끼, 염소 등 집짐승을 키웠다. 농가에서는 이들 동물이 사람과 같이 사는 반려동물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결국 필요에 따라 식용으로 잡아 먹기도 했다. 한창 일철 농가의 단백질 공급원은 키우던 동물이었을 따름이었다.
개만 반려동물이 아니다. 요즘은 애완동물 종류가 많아져 여러 동물을 키운다. 유럽에서는 순한 양을 많이 키우지만, 결국 양도 모두 잡아 먹는다. 이것은 자연의 순리다. 그렇다고 개나 소, 양을 함부로 잡아먹는 게 아니다. 인간이 생존하게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일뿐이다.
호랑이가 귀여운 꽃사슴을 잡아 먹는다. 잔혹하다기보다 생존을 위한 섭식이다. 사람이 개를 잡아 먹는 일도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개를 잡아먹지 않으면 다른 동물이 더 많이 희생되어야 한다. 동물애호가의 시각에서 보면 어느 동물이나 죽이면 야만이다'는 행위는 똑같다.
그럼에도 유독 개만 잡아먹지 말라는 편견된 시각은 자기 모순이며, 민족특유의 습속을 외면한 낭설이다. 다 같은 동물인데 소, 돼지, 염서, 닭은 잡아먹어도 되고, 개는 안 된다는 논리는 현실에 맞지 않다. 프랑스 사람은 말고기나 거위의 간도 즐겨 먹는다.
그러나 현실이 이러하다고 해서 그러한 섭생 행위가 옳다는 건 아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나는 행자를 한가족이라 생각하고 돌보는 그날부터 육식은 가능한 적게 먹는다. 그게 행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래 우리의 삶이 환경에 지배를 크게 받는다. 내가 생각해도 이처럼 강아지를 좋아할 줄 몰랐다. 행자와 만나기 이전에 어느 개든 그저 데면데면하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내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 모든 동물을 다 소중하게 여긴다.
행자를 관심 갖고 키워보니 단지 말을 못할 뿐이지 대여섯 개구쟁이와 다를 바 없다. 하는 짓이 하도 귀여워서 한껏 품어안는가하면 미운 짓을 할 때는 속상하기도 하다. 그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실감하는 공통사이다.
나는 드러내놓을 만큼 동물애호가는 아니다. 선택지는 개인의 자유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마음이 한쪽으로 기우는 사실은 어쩔 수 없다. 어느 동물이라도 좋다. 일단 한번 키워보라. 그러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도 아직은 반려동물을 애지중지하는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오죽하면 자기 집 강아지 위하는 마음 반만 부모에게 드리면 효자가 따로없다고 얘기할까싶다. 그래도 개를 키워보세라고 권하고 싶다. 꼭 늦둥이 하나 얻었다는 살가움에 저절로 '아!'하는 탄성이 묻어난다.
행자, 이제 여덟살배기다. 그렇지만 아직도 마냥 철부지다. 어떻게 귀여워하지 않겠나?
|박종국 다원장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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