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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청와대, 왜 쓴 소리에 귀막는가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4. 2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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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왜 쓴소리에 귀막는가
[손석춘 칼럼] 최장집-강준만 교수를 고맙게 여겨라
  손석춘(ssch) 기자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속담이다. 옛사람의 슬기는 '쓴 약'에서 '쓴 소리'로 이어진다. 그렇다. 누구나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라. 현실을. 누구나 쓴소리 듣길 싫어하지 않은가.

물론, 쓴소리를 자임한다고 모두 쓴소리는 아니다.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수구신문 따위가 대통령에게 '비판신문'이나 '쓴소리'를 자처한다고 해서 그것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드물다.

문제는 '말살에 쇠살'인 소리와 마땅히 들어야 할 쓴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더구나 대통령의 자리가 어떤 곳인가. 국무총리와 장·차관 임면권을 비롯해 숱한 권력의 자리에 인사권을 지니고 있다. '충성'을 다하는 장막에 갇혔을 때, 쓴소리란 참으로 듣그러울 수밖에 없을 터이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가장 경계할 사람은 본인

하지만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때 가장 경계할 것은 다른 누가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무엇보다 '엷은 귀'다. 자신이 대통령 되는 데 크게 기여했고 시대적 과제를 올곧게 실천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비판에 귀 막고 눈감을 때, 귀결은 무엇일까. 아직 그것을 모른다면, 더욱 강준만 교수의 지적에 겸손하게 귀기울일 일이다.

강 교수는 <인물과 사상> 5월호를 통해 박정희와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에 대한 '인간학적 해석'을 내렸다. 강 교수는 "권력무상에 관한 한, 얼마 후면 노무현도 김대중과 같은 운명에 처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상되는 반론까지 썼다. "노무현으로선 자신의 권력관이나 권력행사 방식은 김대중의 그것과는 다르며, 그래서 김대중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과연 그럴 것인지 그건 두고보는 게 좋겠다."

노 대통령이 강 교수 글을 무엇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쓴소리'다. "노무현 그는 일반 국민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맛은 있는데, 허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과도한 자존감으로 충만할 때가 많다.”

노무현 '지지자'들이 발끈할 만 하다. 실제로 강 교수를 겨눠 살천스레 험담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과연 그래도 되는 걸까. 물론, 필자 또한 강 교수의 글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토박아 둔다. 강 교수가 지적한 노 대통령의 '허세'와 '과도한 자존감'은 필자도 느낀 대목이다. 자신이 제시한 말에 정책적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 더러는 선거공약과 전혀 엉뚱한 정책을 펴나가며 언죽번죽 고집을 피운다. 대표적인 게 노동정책이다. 김대환 장관이 '충실한 대변자'다.

비단 강 교수만이 아니다. 이미 최장집 교수도 참여정부에 쓴소리를 보냈다. 최 교수는 '참여정부'와 '386 세대'가 보통 사람들의 희망과 요구를 좌절시키면서, 그들의 지지를 상실하면서, 아무에게도 기반을 갖지 않는 취약한 기반에 서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의 날카로운 분석 가운데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은 다음이다.

"과거 기대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었던 '개혁', '진보', '민주화' 등이 지금은 냉소적이고 조롱적으로 들리며 아무런 도덕적, 실천적 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개혁'이 냉소적으로 들리는 현실 누구 책임인가

그렇다. 더 늦기 전에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386세대들의 자성이 필요하다. 최 교수의 쓴소리에 대해 '권력의 핵심'에 들어가 있는 한 '386'은 서운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서운할 때가 아니다. 서운함으로 쓴소리와 그 지식인을 배제할 때는 더더욱 아니다. 오해 없기 바란다. 비판적 지식인을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이 땅의 '껍데기'뿐인 민주주의로 고통받는 민중을 위해서다.

정색을 하고 묻는다.

"과연 노무현 대통령과 권력 핵심의 386세대들이 지금 민중의 고통을 체감하고 있는가."

필자에게 답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겐 답하기 바란다.
손석춘 기자는 오마이뉴스 고정칼럼니스트 입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한겨레> 비상임 논설위원입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로 EBS의 아침8시 <월드FM손석춘입니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문읽기의 혁명> <아직 오지 않은 혁명>을 비롯한 언론비평서들과 함께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을 발표했습니다.

2005/04/25 오후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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