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운게 한이 맺혀 자식들 유학보내느라 허리가 휘는 기러기 아빠들의 애환도 그러하고, 금쪽 같은 내 새끼가 군대에서 매 맞을까봐 만삭의 몸 이끌고 바다건너 10시간이나 날아가서 굴뚝새 둥지에 몰래 알 낳고 돌아오는 탁란의 속임수도 서슴지 않는 뻐꾸기 엄마는 힘없는 민족 한의 표본이 아닐까.
그네들은 그렇게라도 한을 풀었지, 우리네는 이 분함을 어떻게 하냐고들 아우성이다.
허리휜다는 기러기 아빠들의 수입이 어처구니없게 적다는 언론보도에 허탈해하고, 내 새끼는 뻐꾸기임을 포기한다는 뻐꾸기 엄마 119인의 굴뚝새 선언에 격분하여 그 명단을 밝히라고 야단법석을 떤다. 그 와중에 모 인기연예인은 굴뚝새에서 다시 뻐꾸기로의 귀환을 선언하고 나서기도 한다.
참으로 세상사는 이치가 1차원 방정식은 아니다. 분명, 지난해 기러기 가족이 5만여 가구에 이르러 드러난 유학비용만 2조원을 웃돈다고 하니 알게 모르게 치르는 사회적 비용을 제외하고라도 엄청난 국가적 출혈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기러기 아빠 중 상당수는 속칭 펭귄 아빠-날개가 없어 가족들에게 날아가지도 못하고 가족들에게 잊혀진-가 되어 돈버는 기계로 전락했고, 그 현상을 연구한 학술논문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뻐꾸기에게 속아 뻐꾸기 새끼를 자기 새끼로 오인하여 열심히 먹이고 키우던 굴뚝새 집단에서 울음소리로 뻐꾸기 새끼 절반 정도를 가려내어 굶겨죽인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렇듯 한낱 새들조차도 종족의 번식을 위하여 새로운 생존 대응전략을 개발해 구사하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하물며 세계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제국의 경영자들이 뻐꾸기와 굴뚝새를 구별하지 않을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119인의 뻐꾸기 엄마를 밝혀내어 단죄하기 이전에 모두가 대학졸업장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광분하는 형식적 평등을 이제는 지양할 수 있도록,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게 절차와 과정에서 공정성이 확보되는 개량된 사회로의 진보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에 묻혀갈 이들로서 도도히 역사로 전해져 한민족 유전자에 숨쉬고 있는 ‘정’을 갈등 해결의 최대 공통분모로 삼아야 할 때이다. 무분별한 세계화, 국제화에 목매지 말고 이 땅에 숨쉬는 우리네만의 방식으로 고차원 방정식의 해답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군대를 포함한 사회 곳곳의 온갖 부조리, 불합리를 깨끗이 쓸고 닦아내어 굴뚝새조차 넘보는 뻐꾸기 둥지가 될 수는 없을까. 작기 때문에 공생이 가능한 사회, 공생하기 때문에 작지만 강한 나라, 그 길이 머나먼 여정일지라도 나는 뻐꾸기임을 포기하고 굴뚝새가 되고 싶지는 않다. 화창한 봄을 알리는 진달래 내음이 뻐꾸기 울음소리에 실려오는 것임에.
진선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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