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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책 읽는 재미에 빠진 아이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5. 28.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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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재미에 빠진 아이들
  정기상(keesan) 기자
“선생님. 책 반납하고 빌려올게요.”

등교하자마자 어린이들이 하는 말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다발적이다. 그만큼 어린이들이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말이다. 하루에 한두 권의 책을 빌려 모두 다 읽고 기다리는 것이다.

▲ 책 읽는 재미에 빠진 어린이
ⓒ2005 정기상
조바심을 내면서 하룻밤을 보내고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책 빌리는 것부터 챙기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책 읽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어린이에게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꿈을 크게 가질 수 있고 내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65명에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다. 이농 현상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일어난 결과이다. 그러나 51회 졸업생을 배출할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교이니 자랑거리가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도서 시설이다. 도시의 학교처럼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어린이들이 책 읽는 재미에 빠질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도서를 확보하고 있다. 바코드를 활용한 도서 정리가 완비되어 있어서 책을 빌리는데 아주 간편하게 이루어져 있다.

▲ 독서 열중
ⓒ2005 정기상
2000여권 이상의 도서가 장서에 꽉 채워져 있어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책읽기에 빠질 수 있는데 부족함이 없다. 또 독서의 즐거움은 고전도 중요하지만 최신의 것도 중요하여 매년 100여권 이상의 신간 도서를 구입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독서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난날이 생각난다. 60년대의 생활은 모든 것이 부족하였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천막 교실이었고 한 반에 70명이 편성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당연 도서 상황은 더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니 책을 읽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십리 이십 리 떨어진 곳까지 찾아가서 책을 빌리는 일은 절대로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렵게 빌린 책이 소중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신주 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다를 수밖에 없었다.

▲ 신간으로 그득한 학교 도서실 모습
ⓒ2005 정기상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수십 리 길을 걸어서 어렵게 책을 빌려 왔었다. 누나 친구에게서 ‘시튼 동물기’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오는 길이 어찌나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웠는지 모른다. 가슴이 두근거리던 그때의 일이 선명하다. 책 읽는 즐거움에 젖어있으면 잠조차 오지 않았다.

깨알 같은 작은 글씨를, 그것도 호롱불 아래에서 읽는 기쁨이란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때의 아쉬움은 컸다. 책을 거의 다 읽고 조금 남아 있을 때의 안타까움은 이루 다 말로 할 수가 없다. 신나게 읽다가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으면 책 읽는 속도가 갑자기 줄어든다.

옛 성현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독서의 즐거움은 크다. 그런데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이 하루 평균 책을 읽는 시간이 겨우 8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 책을 읽지 않는 국민에게도 희망이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바쁜 일상에서 언제 책을 읽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책 읽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서가
ⓒ2005 정기상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고 있어도 현실이 너무 바빠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현대인은 바쁘다. 책 읽을 시간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문명의 이기인 미디어 매체나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이 있으니 그것에 의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모두가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도록 정책도 시행되어야 한다. 국민 누구나 쉽게 책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동마다 도서관을 설립하여 마음이 내킬 때마다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책을 읽는 일이다. 가장 적은 예산으로 가장 빨리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바로 도서관 설립이다.

삶에 있어서 책 읽는 즐거움은 크다. 선현들은 모두 다 한결 같이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보라고 권하고 있다. 통계청의 통계처럼 하루에 8분 정도 책을 읽어서는 참 즐거움을 알 수 없다. 책에 심취하여 마지막 장을 남기고 아쉬운 마음이 생길 때 비로소 책 읽는 즐거움의 경지에 도달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곧 여름이다. 독서의 즐거움에 빠지면 더위 정도는 얼마든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나 자신을 위하여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보자.

2005/05/27 오후 7:27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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