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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린 장군은 '징계유예', 맞은 사병은 '근신 10일'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7. 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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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린 장군은 '징계유예', 맞은 사병은 '10일 근신'
이해할 수 없는 특공여단장 폭행사건... 최재천 의원 "전면 재수사" 촉구
텍스트만보기   김병기(minifat) 기자   
최근 사병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육군 장성은 징계유예되고, 오히려 폭행당한 사병은 징계를 당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권영기 육군 2군사령관(대장)은 예하 모 특공여단장 심모(3사 9기) 준장이 김모 상병을 폭행해 2개월 감봉징계를 당하자, 지난달 1일 관할관 확인조치권(지휘관이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을 발동해 심 준장의 징계를 유예했다.

이와관련 육군본부가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실에 보낸 '병사 폭행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 및 징계위원회 징계처리 현황'에 따르면, 심 준장은 지난해 9월 공관 현관 앞에서 당시 공관근무병이던 김 상병(당시 일병)을 선물용 죽방멸치를 잘못 보관했다는 이유로 손바닥과 구둣발로 양쪽 볼과 정강이를 폭행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선물용 죽방멸치 잘못 보관했다고 가슴과 어깨 10회 때려

이 자료에 따르면 심 준장은 징계위에서 또다른 폭행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이 보고서를 일부 인용해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김 상병 : 같은 날 심 준장은 죽방멸치를 잘못보관했다는 이유로 김 상병을 공관 거실로 불러 다시 손바닥과 주먹으로 가슴과 어깨를 10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때린 적 있다.

김 상병 : 같은 해 9월 공관 거실에서 아침식사 준비가 되었다고 보고하는 나에게 "너 같으면 이 상항에서 밥이 넘어가냐"고 질책하며 보고있던 신문을 말아서 양볼을 약 10회 폭행했다.
심 준장 : 기억이 없다.

김 상병 : 공관 거실에서 꿀밤 주먹으로 머리를 수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교육 차원에서 한 행동이었다.

김 상병 : 2004년 11월 공관 텃밭에서 내가 상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측면 비닐을 내리다 잘못해 3센티미터 가량 찢었다는 이유로 슬리퍼 신은 발길로 정강이를 1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기억이 없다.

김 상병 : 2004년 11월 여단장실의 경유난로에서 "삐" 소리가 나는 이유에 대해 내가 "오래 켜놔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자 확인도 해보지 않고 대답한다는 이유로 손바닥으로 좌측 옆구리를 1회 때려 폭행했다.
심 준장 : 교육차원에서 한 것이고 폭행하지는 않았다.

김 상병 : 평소 부하 장병들이 실수할 때면 "어벙한 놈, 멍청한 놈, 병신같은 새끼" 등의 폭언 및 욕설을 퍼부어 언어폭력을 했다.
심 준장 : 그렇게 한 적 있다.


폭행당한 사병은 근신 10일 징계 "군인복무규율 어겼다"

지난 5월 31일 열린 징계위는 심 준장에 대해 감봉 2월의 징계를 결정했으나, 권 사령관은 "그간 군 복무에 성실히 매진해왔다"면서 다음날인 6월 1일 징계유예(3월)로 감경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달 4일, 심 준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김 상병은 11군단 징계위에 회부돼 근신 10일의 징계를 받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김 상병이 (이 사건을) 대외 기관에 알린 것은 군인복무규율을 어긴 것"이라면서 "김 상병이 국가인권위와 부패방지위원회 등 법률로서 내부제보자를 보호하는 기관이 아닌 곳에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최재천 의원은 "사병들에 의한 사병 폭행은 엄벌에 처하면서 장교들의 사병 폭행은 봐주기한 전형적인 예"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군기가 바로 설 수 있으며, 군내 폭행이 없어지기를 바라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김 상병 폭행 사건에 대해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김 상병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린 것은 심 준장의 징계를 유예한 권 사령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김 상병이 신문사와 시민단체에 폭행 사실을 제보한 것과 관련해 권 사령관은 '지휘계통을 밟지 않았다'고 여러차레 지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군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사령관이 김 상병의 징계를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상병은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기 때문에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2005-07-08 18:03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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