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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휴스턴에 거주하시는 재미동포 허도성 선생이 광복절 아침에 보내온 글입니다. 허도성 선생은 1907년 12월 일제가 장악하고 있던 서울 진공을 목적으로 조직한 연합의병부대인 ‘13도 창의군’의 군사장이었던 허위 선생의 손자로 광복회원입니다. <편집자 주> |
슬픈 광복절
이 '광복 60주년'이란 말이 우리 한민족에게는 더 말할 수 없이 환희의 날이겠으나 나에게는 비애스러움을 느끼게 하고 슬픈 마음으로 언짢아진다. 솔직히 말해서 감기 기운 같은 오한을 느낀다. 오래 전에 모스크바에 사촌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그곳 사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할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안은 풍비박산이 되었고 삼대가 서리를 맞았다"고 하니 옆에 앉아있던 사촌은 "삼대가 뭐요? 사대 오대가 된서리를 맞고 있지 않소?" 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는 나의 사촌 허블라디슬라브의 말입니다(KBS 월드뉴스 통신원 전상증씨 취재). "내 할배가 목숨 바친 나라가 우리를 모른다 하오! 우리는 인계도(아직도)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지 않소? 내 자식들도 같은 떠돌이 신세란 말이오. 할배도, 아부지도, 나도, 내 자식들도……. 기 차오(기가 차다) 이거이 말이나 되는 소리요? 대한독립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소. 그래도 우린 고래사람(고려인)이라고 당당히 말하는데……." 할아버지에게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예인 건국훈장(대한민국장)이 서훈되었다고 하건만, 이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나의 사촌은 목숨을 이어가기위해 이역 땅에서 트럭 운전수 노릇을 하고 있다. 백년 한(恨)을 머금고 산 에트랑제 다시 이동영(李東英, 저항시인, 육사 이원록 李源祿의 조카) 박사의 말을 옮긴다. "나는 많은 충절(忠節)을 배출한 구미 임은(林隱)을 찾아갔다. 전부터 조모의 친정인 임은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지 못하고 인걸(人傑)의 자취도 무상하였다. 그 옛날에 아흔아흡 간의 상하체에서는 글 읽는 소리가 높았고 유림들이 빈번히 찾았다는 임은의 오늘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나라가 망하는데 선비의 집안이 망하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그들의 사진들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평생을 풍찬노숙에 시달린 피곤한 얼굴들이다. 모두가 고달픈 삶을 살아온 흔적이 역역하다. 더욱 슬픈 사실은 그들 조상들이 피 흘려 되찾아놓은 조국은 그들에게는 낯선 남의 나라이고, 이들과 이들의 후손들의 고향은 러시아 땅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이름은 다 외국 이름들이다. 조상이 물려준 성은 없다. 몇 대가 더 내려가면 외국인종으로 완전히 동화될 것이다. 이들은 영원한 이방인으로 아라사(러시아) 땅에 뼈를 묻을 것이다. '광복 60주년' 밤하늘에는 불꽃놀이로 수놓이고, 방송국마다 축하공연에 전국이 떠들썩할 것이다. 그러나 광복을 이룩하는데 주역을 담당한 선열들의 후손들은 이 휘황찬란한 광복절 행사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이런 일과성 행사가 저들에게 의미하는 뜻이 과연 무엇일가? 1905년은 한국이 외교권을 일본에게 빼앗기는 이른바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백년이 되는 해이다. 백년이란 세월 속에서 한(恨) 많은 에트랑제(나그네, 외국인)의 슬픈 노래를 고국의 지도자들이나 광복 60주년행사를 준비한다는 이들이 들어보기는 했겠는가? 백년 한(恨)을 머금고 산 에트랑제 백년이란 긴 세월 속에서 한(恨)의 이랑이 묻히어 졌느냐? 희로애락이 없구나. 광복 60주년에 꽹과리 소리만 울리고 슬픈 애조(哀調)의 피리 소리는 아라사 땅에 이어진다.
역사의 패러독스 외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순국선열유족들이 슬퍼하는 사연은 그들의 처지가 몰락되어서가 아니다. 그들의 윗대에가 피 흘려서 찾아놓은 조국이 해방이후 지금까지 줄곧 악순환만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양지로 양지로만 뻗던 친일파의 줄기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주류로 통치세력이 되었으니 광복 60주년의 기념행사에서 환희의 꽃다발을 받게 될 것이다. 양지로 뻗은 세찬 줄기는 영원히 세차게 뻗어 나갈 것이다. 음지에서 서식한 에트랑제들은 동토(凍土)의 아라사 땅이 그들의 영원한 고향이다. 역사의 패러독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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