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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이 떡값? 떡 갖고 장난치나?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8. 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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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이 떡값? 떡 갖고 장난하나"
[현장] 낙원상가 떡집 사장들이 보는 '떡값 정국'
텍스트만보기   박상규·김덕련(comune) 기자   
▲ 서울 낙원동에서 떡값은 대부분 3천원이다. 고가로 거래되는 행사용 떡도 20만원 정도다.
ⓒ2005 박상규
valign=top ’떡값’이 얼마예요? / 문경미 기자

금값도 아니고, 은값도 아닌 '떡값'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과거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이 'X파일'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인력 송출기업 비리로 경찰에 구속된 홍모씨가 검찰, 경찰, 언론을 상대로 억대 떡값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떡값검사' 명단에 이름이 오른 김상희 법무부 차관은 18일 사표를 제출했다. 역시 홍씨 '떡값' 사건에 기자 등이 연루된 < MBC >는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21일 발표했다. 이밖에 정계, 검찰, 경찰, 언론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떡값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바로 그 '떡값'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거래되는 현장이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시장 떡가게 밀집지역이 그곳. 여기엔 수십년 평생을 떡값으로 살아온 사람들도 있다. 궁궐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조선시대부터 떡집이 성행했다. 한참 번창할 땐 떡 가게만 30여 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10여 곳만 남아 있다.

떡집 사장들 "뇌물을 '떡값'이라 부르지 말라"

떡 팔아 받은 떡값으로 "집 사고 자식 시집장가 보낸" 사람들은 요즘 '떡값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떡값으로 떳떳하게 살아 온 사람들 눈에, 떡값 때문에 높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어떻게 비춰질까. 21일 오후 서울 낙원동 일대 떡 가게를 찾았다.

"뭐 2천만원? 무슨 떡값이 그렇게 비싸요. 여기 있는 수많은 떡 전부다 3천원이에요. 결혼식 같은 큰 행사용 떡이 가장 비싼데, 20만원이면 충분해요. 명절 때 먹는 떡은 그것보다 훨씬 싸죠"

낙원동에서 3대째 떡 가게를 운영하는 하두이(54)씨 말이다. 하씨는 김두희 전 법무부 장관과 몇몇 검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2천만원을 받았다는 X파일 내용에 놀라움부터 나타냈다. 이어 하씨는 "그 사람들은 가족도 많고 떡을 그렇게 좋아하나?"라며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씨 가게에는 약식·사색인절미·술떡·꿀떡·경단 등 온갖 떡이 윤기를 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말대로 1회용 도시락 용기에 포장된 모든 떡의 가격은 3천원이다. 이 가격은 낙원동 일대에서 동일하다.

▲ 낙원동 떡 가게에 붙어 있는 가격표.
ⓒ2005 박상규
하씨는 "사람들이 왜 뇌물을 떡값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며 용어를 먼저 바로 잡을 것을 주문했다. 이어 "계속 떡값이라 부르려면 진짜 떡값에 맞게 20만원 한도에서 주고받고, 그 돈은 꼭 떡을 사먹는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뇌물을 뜻하는 '떡값'은 계절에 상관없이 거래되지만, 떡을 매개로 거래되는 떡값은 계절을 탄다. 낙원동 떡 가게에게 여름은 고통의 계절이다. 4계절 중 가장 거래가 뜸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모든 떡 가게 사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먹고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강현(68)씨는 40년 째 낙원동에서 떡과 함께 살아왔다. 미리 예약된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아침 6시에 나와 떡을 만들고 밤 11시가 돼야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일해도 요즘 이씨 주머니에 들어오는 떡값은 하루 10만 원을 넘기기 힘들다.

"높은 사람들이 공짜를 왜 그렇게 좋아한데요? 참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떡값으로 받은 돈으로 진짜 떡이라도 사먹으면 우리야 좋겠지만, 그 사람들이 하찮은 떡이나 먹겠어요? 차라리 떡으로 뇌물을 주든가."

"떡값 2천만원이면 4인가족 3500세대 1만2000명 배 채운다"

이씨는 "사람들이 떡을 우습게 봐서 뇌물을 떡값이라 부르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또한 이씨는 "뇌물 받아먹는 사람들은 '고작 떡고물 조금 받아먹는 것 뿐'이라고 해명하는데, 떡고물도 소중히 여기는 우리에게는 상당히 매우 기분 나쁜 말"이라고 밝혔다.

유현욱(36)씨는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며 마지막으로 낙원동 떡집을 찾았다. 유씨는 아내, 그리고 4살, 2살의 아이들과 함께 먹기 위해 꿀떡과 백설기를 하나씩 샀다. 유씨가 떡값으로 지불한 돈은 6천원이었다.

유씨는 "이 정도면 우리 네 가족이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며 흡족해 했다. 이런 이씨는 떡값 명목으로 수천 만원을 받아 챙기는 사람들을 향해 "너무 뻔뻔하다"고 일갈했다.

몇몇 검사들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떡값 2천만원이면 낙원동에서 떡을 어느 정도 살 수 있을까. 계산해보니 3천원짜리 떡을 7000개 가까이 살 수 있다. 7000개의 떡이면 4인 가족 기준 3500세대, 총 1만 2000명이 배를 채울 수 있다.

떡 가게 주인들의 말대로 수천만 원씩 떡값을 받은 사람들은 그 돈을 어디에다, 어떤 용도로 쓰고 있을까. 그리고 낙원동 '떡값' 거래는 언제 다시 활기를 띨까.

'떡값'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명절용에서 뇌물로.. 일본은 '와이로'

'떡값'은 원래 명절 때마다 기업에서 노동자들에게 주던 일종의 특별수당을 일컬었다. 떡이 우리 명절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터줏대감임을 감안한다면 떡값의 본래 의미는 명절을 잘 보내라는 것이었다.

떡값은 이처럼 좋은 뜻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뇌물'이라는 오명으로 통용된다. 검은 뇌물을 주고받은 이들이 '떡값' 차원에서 대가성이 없는 적은 액수의 돈(혹은 물품)을 주고받았을 뿐이라고 변명해왔기 때문.

팍팍한 생활의 고삐를 늦추고 가족·친지·이웃과 삶을 나누자는 취지였던 '떡값'이 엉뚱하게도 뇌물 수수범들의 죄상을 가리는데 이용돼온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뇌물을 어떻게 부를까?

영어권 국가에서는 통상적으로 bribe와 hat을 많이 쓴다. bribe는 금액과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뇌물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에 비해 '모자'를 뜻하는 hat는 적은 액수의 뇌물을 뜻하며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떡값과 유사하다.

hat이 뇌물을 뜻하는 말로 쓰인 것은 '가다가 모자나 사서 쓰라'며 공무원들에게 푼돈을 쥐어주던 옛날 영국의 관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와이로'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의 소매를 뜻하는 이 말은 기모노 소매 밑으로 은밀하게 돈 등을 주고받은 데서 뇌물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전해진다.

'와이로'는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 있던 50~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뇌물을 가리키는 대표적 은어로 쓰이기도 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관료들에게 은밀히 뇌물을 바치는 수단으로 전통의 추석 명과 '월병(月餠)'이 자주 활용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 김덕련 기자
2005-08-22 14:51
ⓒ 2005 OhmyNews
[주장] 국민들이 '떡값 검사' 항변을 안믿는 이유
텍스트만보기   이철(chullee1) 기자   
X파일 사건의 후폭풍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 같다. 전체 274개 중 테이프 하나의 내용이 부분적으로 공개되었을 뿐인데도 여론의 파고가 엄청나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떡값 검사'의 실명을 개인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김상희 법무부 차관은 즉각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밖에도 실명이 거론된 전·현직 여섯 분도 모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잠깐 멈추어 생각해 보자. 거명된 인물들은 공개된 테이프에서 제3자로 등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떡값을 수령하는 순간이 테이프에 담겨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혐의자 신분일 뿐, 범죄자 신분은 아직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순식간에 거의 모든 국민들은 단지 피혐의자들인 이들 7인을 범죄자인 양 단정하고 행동했을까? 필자는 거명된 일곱 분이 (진실로 범죄사실이 없다면) 피혐의자 신분으로 형사소추과정을 거치는 중에 혐의가 벗겨지고 사회적으로도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법적으로 혐의를 벗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들이 사회적 명예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 같다. 대부분의 보통 한국국민들이라면 이 예상에 동의할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과도한 권력을 검찰조직이 독점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형사소추제도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권과 관련한 거의 모든 법적 권한뿐만 아니라, 기소독점권과 기소편의주의에 따른 기소재량권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다 재판기능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검찰의 전지전능함이 '유죄'

달리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범죄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수사에 착수하거나 혹은 하지 않을 권한 ▲사건을 기소하거나 하지 않을 권한이 오직 검사에게만 주어져 있으며 ▲소위 '검찰조서의 법적 증거능력 인정'이란 조항 때문에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검사님'에게 자백하고 날인하면 사실상 재판결과까지 결정되고 만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70% 정도에 불과한 기소 범죄 대비 유죄 판결률이 우리 대한민국은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검사들의 법적 권한과 정치적 권력은 가히 전지전능한 신의 수준이다. 그들 앞의 피조사자들은 처분만 바라는 '고양이 앞의 쥐'일 뿐이다.

또한 이런 과도한 권력은 그동안 초임 검사의 3급 발령과 검찰조직 내 차관급 직위 공무원의 수가 50여 명에 이르는 등의 '비정상적' 특혜들로 보강되어 왔다. 검찰은 9만여 명의 직업경찰이 있는, 차관급 인사 단 1명의 경찰 조직을 거의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

지난 세월동안 입법부나 행정부는 현실에 맞게 법과 공무원 처우 등을 개정하는 작업에 지독하게 게을렀다. 그 덕택에 현재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은 '잠재적 기소대상자'다.

촌지를 받은 적이 없는 교사나 세금을 탈루하지 않는 자영업자, '뒷돈' 한번 받은 적이 없는 공무원,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지 않는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에 거의 없다. 혹은 그런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검사들에게 대들겠는가?

검사들은 전지전능하다. 범법 여부에 대한 확정 판결은 물론, 거의 만인의 유무죄에 대해 결정할 권한을 오로지 검사들만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몽헌 회장을 모욕하고 (그래서 자살을 결행토록 하고), 노무현 후원회장 이기명씨에 대해 애초 정치자금지원 부분에서 범법 사실이 발견되지 않자 회사공금 횡령 혐의로 '처리'하고, 외국에 오래 살아 '순둥이'였던 송두율 교수는 수백 번 동일한 질문을 던져 마침내 '혐의사실'에 대한 조서날인을 받아내어 다음 단계(법원)로 넘겼나 보다.

검사들은 완벽한 권력의 성채를 구축하고 그 속에 머무르며, 독점 권력을 전횡·남용하였다. 국민들은 바로 그 그늘에서 민주시민의 권리인 사법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포기하거나 피눈물나는 억울함을 당해오기도 했다.

바로 이 때문에 국민들은 검찰들이 죄가 없다고 믿지 않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검찰들에게 불가능할 일이 없도록 해 준 권력독점이 이 땅의 사법정의를 짓밟았으며 서민들의 삶을 철저하게 법의 음지로 내몰았다. 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평생 법을 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별천지 사람들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과외나 주택소유를 하고 있는 검사들이 있으니, 전체 검사들은 불신집단이 되어버린다.

버려라, 그 길이 답이다

그렇다면 검사들이 현재의 이 엄청난 중압감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 길과 방법을 임기 초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 주었다.

버리는 것이다. 법이 정하지 않은 권한을 내어놓는 것이다. 법이 정하였더라도 민주적 원칙에 어긋나는 권한이라면 내어놓는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을 독립시켰던 당시 검찰들은 간섭이나 지배가 사라졌다고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동시에 검찰에 대한 보호막(?)이 걷혀버린 사건이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검찰이 향유한 만큼 직접 감당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와 버린 것이다. 보호막이 없는 지금 검찰들은 국민들을 직접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여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없지 않았다. 불행히도 검찰들이 거부했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제안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건 말이다.

한번 가정해보자. 소추권한이 검사조직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분산되어 있다면, 그리고 분산된 각 기관들이 지금까지 (서로 견제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가운데 업무를 수행해 왔다면, 국가기관이 '혐의 검사님'들의 무죄를 판단할 때 국민들은 그것을 믿어주지 않겠나?

하지만 검찰들도 느끼고 있다시피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검찰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들 책임이다. 현재 제기되는 혐의들에 대해서는, 어떤 사법적 판단도 국민들로 하여금 검찰의 무죄를 믿도록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지혜는 발휘하시길 바란다. 앞으로 개봉될 274개 테이프의 후폭풍을 겪으면서, 공명정대한 사법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하시라. 독재자에게 선물로 받은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 할수록 꼴은 더 우스워질 것이다.
2005-08-20 16:07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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