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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도 아니고, 은값도 아닌 '떡값'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과거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이 'X파일'을 통해 세상에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인력 송출기업 비리로 경찰에 구속된 홍모씨가 검찰, 경찰, 언론을 상대로 억대 떡값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떡값검사' 명단에 이름이 오른 김상희 법무부 차관은 18일 사표를 제출했다. 역시 홍씨 '떡값' 사건에 기자 등이 연루된 < MBC >는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21일 발표했다. 이밖에 정계, 검찰, 경찰, 언론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떡값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바로 그 '떡값'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거래되는 현장이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시장 떡가게 밀집지역이 그곳. 여기엔 수십년 평생을 떡값으로 살아온 사람들도 있다. 궁궐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조선시대부터 떡집이 성행했다. 한참 번창할 땐 떡 가게만 30여 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10여 곳만 남아 있다. 떡집 사장들 "뇌물을 '떡값'이라 부르지 말라" 떡 팔아 받은 떡값으로 "집 사고 자식 시집장가 보낸" 사람들은 요즘 '떡값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떡값으로 떳떳하게 살아 온 사람들 눈에, 떡값 때문에 높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어떻게 비춰질까. 21일 오후 서울 낙원동 일대 떡 가게를 찾았다. "뭐 2천만원? 무슨 떡값이 그렇게 비싸요. 여기 있는 수많은 떡 전부다 3천원이에요. 결혼식 같은 큰 행사용 떡이 가장 비싼데, 20만원이면 충분해요. 명절 때 먹는 떡은 그것보다 훨씬 싸죠" 낙원동에서 3대째 떡 가게를 운영하는 하두이(54)씨 말이다. 하씨는 김두희 전 법무부 장관과 몇몇 검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2천만원을 받았다는 X파일 내용에 놀라움부터 나타냈다. 이어 하씨는 "그 사람들은 가족도 많고 떡을 그렇게 좋아하나?"라며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씨 가게에는 약식·사색인절미·술떡·꿀떡·경단 등 온갖 떡이 윤기를 내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말대로 1회용 도시락 용기에 포장된 모든 떡의 가격은 3천원이다. 이 가격은 낙원동 일대에서 동일하다.
뇌물을 뜻하는 '떡값'은 계절에 상관없이 거래되지만, 떡을 매개로 거래되는 떡값은 계절을 탄다. 낙원동 떡 가게에게 여름은 고통의 계절이다. 4계절 중 가장 거래가 뜸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모든 떡 가게 사장들은 이구동성으로 "먹고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강현(68)씨는 40년 째 낙원동에서 떡과 함께 살아왔다. 미리 예약된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아침 6시에 나와 떡을 만들고 밤 11시가 돼야 집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일해도 요즘 이씨 주머니에 들어오는 떡값은 하루 10만 원을 넘기기 힘들다. "높은 사람들이 공짜를 왜 그렇게 좋아한데요? 참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떡값으로 받은 돈으로 진짜 떡이라도 사먹으면 우리야 좋겠지만, 그 사람들이 하찮은 떡이나 먹겠어요? 차라리 떡으로 뇌물을 주든가." "떡값 2천만원이면 4인가족 3500세대 1만2000명 배 채운다" 이씨는 "사람들이 떡을 우습게 봐서 뇌물을 떡값이라 부르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또한 이씨는 "뇌물 받아먹는 사람들은 '고작 떡고물 조금 받아먹는 것 뿐'이라고 해명하는데, 떡고물도 소중히 여기는 우리에게는 상당히 매우 기분 나쁜 말"이라고 밝혔다. 유현욱(36)씨는 휴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며 마지막으로 낙원동 떡집을 찾았다. 유씨는 아내, 그리고 4살, 2살의 아이들과 함께 먹기 위해 꿀떡과 백설기를 하나씩 샀다. 유씨가 떡값으로 지불한 돈은 6천원이었다. 유씨는 "이 정도면 우리 네 가족이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며 흡족해 했다. 이런 이씨는 떡값 명목으로 수천 만원을 받아 챙기는 사람들을 향해 "너무 뻔뻔하다"고 일갈했다. 몇몇 검사들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떡값 2천만원이면 낙원동에서 떡을 어느 정도 살 수 있을까. 계산해보니 3천원짜리 떡을 7000개 가까이 살 수 있다. 7000개의 떡이면 4인 가족 기준 3500세대, 총 1만 2000명이 배를 채울 수 있다. 떡 가게 주인들의 말대로 수천만 원씩 떡값을 받은 사람들은 그 돈을 어디에다, 어떤 용도로 쓰고 있을까. 그리고 낙원동 '떡값' 거래는 언제 다시 활기를 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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