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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학예 발표회가 열리는 이맘때면 나는 학생들이 참 예뻐 보인다. 천방지축 덤벙거리던 철부지 학생들도 그날따라
얼마나 의젓해 보이는 지 자꾸 코가 실룩거리면서 눈치 없이 눈물이 나려 한다. 톡톡 튀는 그들의 신선한 무대에는 재치가 번득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넘쳐 흐른다. 그동안 평범한 교복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의 개성이 한결 돋보이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내 학예 발표회는 학생들만의 축제는 아닐 것이다. 사실 든든한 조연이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빛나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학부모들도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는 축제라면 더 바랄 게 있을까. 나는 지난 28일 저녁에 재학생들과 졸업생, 선생님, 학부모들이 함께 펼치는 가을 학예 발표회를 보면서 찡한 감동을 받았다.
선생님들이 이른바 공부에는 도통 흥미가 없는 데다 용의와 학교 규칙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는 불량한 학생으로 꾸미고 나와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권위를 벗어 던지고 한마디로 망가지는 모습으로 열연을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학생들은 내내 즐거워 했다. 장윤정의 <짠짜라>를 부르며 재미있게 춤을 추던 어머니들의 무대 또한 인기가 있었다. 성적이 떨어졌다며 제발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놓던 어머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짠짜라'의 흥겨운 리듬만이 무대 위를 흐를 뿐이다.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시는 아버지 시험 점수로 다른 애들과 비교하는 아버지 정말 싫고 짜증날 때도 있지만 또 반항할 때도 있지만 가끔씩 사랑한다는 나의 말 한마디에 사탕 먹은 아이처럼 밝게 웃으시는 아버지는 나의 든든한 나무입니다. 학교를 떠나도 늘 마음은 자기가 졸업한 모교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역할극의 대본도 올해 졸업한 학생이 직접 쓴 것이고 그 연극에 출연한 선생님과 학생들의 분장 또한 경남미용고등학교에 다니는 졸업생들이 와서 도움을 주었다. 연주하면서 노래도 하는 그룹사운드 역시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참여하여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 주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우리 한복을 선보이는 재량활동 발표 무대에는 학교 선생님들의 어린 딸과 아들도 참여하여 눈길을 끌었다. 한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꼬마 모델들이 무대에 나와 절을 하던 귀여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문득 이해인 시인의 <기차를 타요>가 생각이 난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늘 신이 났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랑, 그리고 함께 사는 기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 함께/ 기차를 타요// 도시락 대신/사랑 하나 싸들고// 나란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서 길어지는/ 또 하나의 기차가 되어/ 먼 길을 가요 학예 발표회 앞서 있은 교내 아나바다 행사 또한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아나바다 운동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운동이다. 100원짜리 인형에서부터 3000원짜리 자습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끼리 사고 파는 알뜰시장인 셈이다. 그 수익금은 연말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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