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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이겨낸 간디 학생들의 졸업식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3. 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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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이겨낸 간디 학생들의 졸업식
2년 전 학교인가를 받지못해 경남을 등졌던 간디청소년학교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장영철(hawkin) 기자   
▲ 월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간디청소년학교
ⓒ2004 장영철

2년 전 해산 강요에 떠밀려온 학생들

햇수로 2년 전, 학교인가 문제로 경남교육청과의 갈등을 뒤로 한 채 충북 제천으로 떠나야 했던 간디청소년학교가 졸업식을 가졌다.

충북 제천시 덕산면 선고리 월악산 자락에 위치한 간디학교. 28일 늦은 3시, 학교 강당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디학교의 7번째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 7번 가운데 5번은 간디학교가 태어난 경남 산청에서 있었으며 이곳 제천에서는 이번이 2번째이다.

지금 졸업하는 아이들은 산청에서 입학할 당시 학교인가문제에 휩싸여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시위에 나서기도 했고, 손때 묻은 교정을 떠나 인근 둔철산 분교로 책가방을 싸기도 했으며, 결국은 이곳 제천으로 내몰렸던 주인공들이다.

각계각층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경남교육청은 중학교 과정의 불법성을 들어 고등학교 지원금을 끊는 방책으로, 고등학교만 산청에 남긴 채 이들은 이곳으로 옮겨 자리잡게 됐다.

'말길살길상' '녹색상' 등 이색상장 수여식

졸업식은 여느 학교의 졸업식과는 사뭇 다른 내용으로 진행됐다.

학사보고에 이은 졸업장과 졸업논문은 모든 선생님들이 나와 전달했으며, 이어 학부모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간디'라는 글자 목걸이를 학생들에게 졸업상품으로 걸어주면서 축하했다.

졸업생 모두에게 나누어 준 상장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각급 기관장들이 보내준 상장을 수여하는 일반 학교들과는 달리 이들의 상장은 좀 특별한 데가 있다.

산청에서 매주 봉사활동을 했던 나환자촌 성심원의 '봉사상', 진주 큰들문화센터의 '창조상', 진주신문사의 '말길살길상', 전남 장성 한마음학교의 '녹색상', 전교조 제천지회의 표창장 등이 그것이다.

서폭 모양의 '말길살길상'은 '바른말을 닦는 것이 바른 삶을 산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으며 한마음학교의 '녹색상'은 유기농 쌀 한 포대를 부상으로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 졸업앨범 시연회
ⓒ2004 장영철

졸업생 하나 하나의 특징을 이해하는 교장

인사말 순서에서 양희창 교장은 "산청의 칼바람, 둔철의 저녁 노을, 제천의 부대낌이 동화처럼 다가온다"고 지나온 길을 소회하고 "보석 같은 마음을 가꾸고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졸업생 하나 하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특성과 장점을 설명해 결코 형식적이지만은 않은 간디 교육 특유의 친밀감과 애정을 표현했다.

이어 한 졸업생(장인혜)이 졸업작품으로 만든 'CD 졸업앨범'의 시사회를 가졌다.

'간디는 밟고 있다' 졸업생들의 회고담

▲ 간디학교 터줏대감, 손진근(왼쪽). 태영철선생
ⓒ2004 장영철
졸업생들이 3년의 재학기간, 느낀 이야기를 하는 시간에서는 "학교가 무서워 나가겠다고 말했을 때 어머니가 '그냥 공장 가서 일해라'고 해 계속 다녔는데 지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노영규),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식까지 준비중이다"(한경우)라는 회고담에서부터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열심히 하면 성공할 것으로 본다"(김진우), "한 가지에 열중하면 웃을 날이 올 것 같다"(신현우)는 자신감의 피력, "제천의 1년 반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자신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 걱정이다"(김소은)는 후배사랑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수연 학생이 "도교육청과 싸워온 것이 추억"이라며 말을 꺼낸 뒤 "길은 밟고 가야 만들어진다는 한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현재 간디는 밟고 있다"고 강조할 때는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3년간 졸업생의 담임을 맡았던 손진근 선생은 "(졸업생들이) 어디에서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다"며 느꼈던 점들을 설명하고 "외송, 둔철, 제천으로 굳게 지켜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제자와 선생님의 감사 인사

마지막 행사로 졸업생들이 학부모에게 큰절을 드리고 난 뒤 교사와 학생이 맞절을 했으며, 마치는 노래로 '꿈꾸지 않으면'(작사 양희창, 작곡 장혜선)을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불렀다.

경남 산청에서 1학년 입학과 더불어 불어닥친 합법성 광풍에 떠밀려 태백준령을 타고 충북 제천까지 올라야 했던 간디 학생들. 2년이 지난 졸업식에서 만난 그들의 표정은 환한 모습, 그대로를 잃지 않고 있었다.

▲ 졸업식이 끝나고 졸업생일동이 한자리에
ⓒ2004 장영철

"지난해 작고한 초대이사장의 유지를 잇겠다"
간디학교의 버팀목, 양희창 교장

▲ 양 교장의 지난 2년동안 간디인들에게는 큰 기둥이었다.
ⓒ장영철
2년 전 간디청소년학교의 식구들을 제천으로 이끌고 왔던 양희창 교장. 자그마한 체격이지만 그의 눈빛에서는 어떤 부당한 일에도 맞설 태세인 광채가 빛난다.

목사인 그는 대학재학 시절(연세대 신학과) 민주화운동을 부르짖었고, 졸업 후에는 대구 경실련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등 재야와 시민단체를 넘나들었다.

간디학교가 가진 앞으로의 계획을 그에게 들어본다.

- 학교 이전 이후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 같은데.
"처음 이전 후 여러 가지 시설 확충과 준비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힘들지만 이 과정에서도 지난해 9월 도서관을 건립하는 등 순조롭게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 최근 경남도교육감 취임 이후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경남 이전이나 경남에서 중학교 설립계획은 없나?
"선친인 초대 양영모 이사장(지난해 9월 작고)과의 약속이 있다.(구체적 이야기는 피함)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도록 하겠다. 산청에서의 중학교과정 설립은 산청간디학교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충북교육청에는 인가신청을 할 것인가.
"현재의 특성화학교법에 따르면 자율시범학교 지정이 까다롭다. 시설이나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다.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

- 대안학교법이 입법단계에 있다는데.
"조만간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안다. 이 법이 발효되면 우리와 같은 대안학교들이 많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본다." / 장영철

2004/03/01 오후 1:23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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