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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현재 국내 실업률은 3.7%로 85만4000명이 실직상태다. 그런데 이 가운데 무려 44만9000명이 15~29살 까지의 청년 실업자다. 전체 실업자의 58%가 청년들로 이들의 실업률 8.8%는 전체 실업률보다 2.4배나 높다. 청년실업은 개인에게는 큰 좌절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오마이뉴스>는 청년 실업의 실태와 근본적인 원인,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해 특별기획물을 연재한다. 또 청년 실업과 관련 개인의 경험이나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민기자들의 글도 공모한다... 편집자 주
'인력없다' 공장 문닫는 중소기업들 "현장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그런데 생산라인은 돌려야 하니까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하루하루 10여명 정도를 채워넣고 있죠" 4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기계제작 업체 H기계의 공장장 격인 최 아무개(47)는 100여평 남짓한 작업장에는 직원들과 함께 제작중인 기계 조립에 한창이었다. 30여명의 직원이 때묻은 공구들을 들고 바쁘게 일손을 놀리고 있는 작업장 안에는 30대 후반에서 40대의 모습만 보였을 뿐 20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 씨는 "요즘 젊은 애들이 이런데 와서 일 하려고 하겠어요? 실업계 졸업하고 온 아이들도 한달을 못버티고 그만둔다"며 "공단에서 우리같은 업체들 인력난이 어제 오늘일도 아니고 신규 인력 채용 포기한지 오래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는 "젊은 애들 붙잡으려면 여기(작업장)도 좀 깨끗하게 만들고 임금도 좀 올려 줘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며 "그럴 돈 있으면 수명이 다한 선반을 우선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용박람회를 통해 겨우 20·30대 젊은층을 데려오는데 성공한 것은 몇 차례 있었지만 모두들 생산 현장을 보고나서 손사래를 치며 그만 뒀다. 생산직 초임 급여가 145만여원에 상여금 350%지만 젊은 사람들에겐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 인기가 없다는 게 박 사장의 하소연이다. 이 공장에서는 최소 50여명은 있어야 생산 라인을 꾸려나갈 수 있지만 현재는 불과 34명만이 작업장을 지키고 있다. 박 사장은 "어쩔 수 없이 기존 직원들로 야근을 하고 휴일 근무를 통해 주문량을 대고 있지만 강한 노동 강도 때문에 직원들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갑자기 주문량이 늘어나는 경우에는 일용직을 쓰지만 작업 숙련도가 떨어져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된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대부분 전문대 출신에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우수한 젊은 인력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도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기능요원 3명을 채용하고 있는 H철강은 이들의 퇴사일을 앞두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회사 총무부 김 아무개 차장은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핵심공정을 맡아 기술을 숙련시켜 와서 회사에게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소중한 인재들"이라며 "이들이 대우가 더 좋은 대기업 공장으로 떠난다고 하면 잡을 방법이 없다"고 걱정했다. 김 차장은 "전문대를 갓 졸업하거나 공업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을 채용해도 자꾸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기기 때문에 그때마다 신규채용해서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근무자가 필수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얼마나 오래 근무할 것인지가 돼버렸다"고 허탈한 듯 웃었다. 심각한 인력난에 경영을 포기하고 공장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 PVC 호스를 만드는 J사는 인력난에 자금난까지 겹쳐 공장을 임대하려고 내놓았다. 공장은 계속 돌아가고 있지만 가동율은 50%가 안된다. 계속 경영을 한다해도 이대로라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차라리 공장을 빌려주고 임대료라도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직원 김 아무개(38)씨는 "지금과 같이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돈 빌리기도 어려운 때 누가 골치 아프게 기업 운영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장부지를 주로 취급하는 공단 내 부동산의 한 공인중계사는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 운영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내놓는 임대물이 꽤 나오는 편" 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전문연구 인력을 확보하기는 단순 생산직 인력을 구하는 것에 비할 바가 이니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 내 소형가전제품을 만드는 B전자는 연구개발(R&D) 인력을 구하지 못해 울상이다. 이 회사 관리본부 과장인 박 아무개(41)씨는 "중국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밖에 없는데 R&D 인력이 현재 필요인원의 70%밖에 되지 않아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며 "병역특례가 적용되는 전문연구원제도를 통해 일부 보충을 하고는 있지만 이들도 때가되면 떠날 사람들이 많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R&D인력들은 설사 같은 대우를 해주더라도 대기업으로 가려고 한다"며 "우수인력일수록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한 쪽에서는 피 말리는 취업전쟁 그러나 다른 한 쪽에서는 일자리가 없다며 피말리는 취업전쟁을 벌인다. "수십번 원서를 넣었지만 떨어졌다" "토익 점수가 900점을 넘고 자격증도 몇개를 갖추고 있는데 소용이 없다" "공무원이어서 안정적인 환경미화원 모집에 4년제 대학졸업자 등이 몰려들어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진다. 지난 1월 청년실업률 8.8%는 지난 2001년 3월(9.0%) 이후 34개월만에 최고치다. 단순히 공식적인 청년실업률 8.8%만 보면 청년 10명 가운데 한명이 실업자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실업률은 10명 가운데 5명이 실직자로 느껴진다. 급기야 '이십대 태반이 실업자'라는 '이태백'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한국 노동사회연구소 권혜자 연구위원은 "공식 청년실업자는 45만명이지만, 실업자와 구직의사자, 비통학 비경제활동인구로 구성되는 청년층의 유휴 가용인력은 약 182만여명이나 된다"며 "따라서 '이십대 태반이 실업자'라는 이태백은 실상을 상당히 반영한 말"이라고 말했다. 같은 연구소 김유선 박사는 "청년 실업문제는 절대적인 일자리가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95년 51%에 불과했던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이 이제 74%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의 눈높이 맞는 '제대로된 일자리'(decent job) 또는 '좋은 일자리'(good job)가 계속 파괴되고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찾다보면 실업기간이 늘어난다. 중간에 대충 직장을 잡았다가고 마음에 들지않기 때문에 다시 나와서 좋은 직장을 찾게된다"며 "이러다 제대로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만성적인 실업 상태로 빠져드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중소기업 인력실태 조사보고'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전체로 209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인력이 13만9000명(인력 부족률 6.23%)이나 된다. 국내에 불법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수는 4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와 중소기업체 인력부족분을 생각한다면 당장 54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는 청년들이 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대기업 경력직 채용비중 82% 중소기업은 안정성이 떨어지고 교육·훈련 기회도 적어 개인적인 능력이나 전망을 키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더욱 더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고 하고 이는 다시 청년실업을 악화시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은 더욱 강화된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취업문은 더욱 비좁아지고 이는 다시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청년층의 '대기실업' 현상을 심화시킨다.
지난 1997년 30대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은 전체 채용 가운데 경력자 비중은 41%였지만 지난 2002년은 82%나 됐다. 국내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영 전망을 짧게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인력관리 방식도 단기주의적으로 접근한다. 뽑고 난 뒤 몇 년간 교육·훈련을 시켜야 하는 신입사원보다는 즉시 업무에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수시 채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급기야 지난 9일 국회는 정부투자기관 및 정부출연기관이 앞으로 5년간 매년 각 기관 정원의 3% 이상 씩 청년미취업자를 채용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의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기술혁신 등으로 더욱 더 줄어 국내 최고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사례는 상당히 시사적이다. 지난 1997년 삼성전자의 매출은 18조4650억원, 영업이익은 2조8560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43조5820억원에 영업이익은 7조1930억원이었다. 1997년 삼성전자의 종업원은 5만6000명이었다. 현재 종업원 숫자는 5만5000명으로 IMF사태를 거치면서 한 때 4만3000명까지 줄였다가 늘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97년부터 2003년까지 매출액은 2.4배, 영업이익은 2.5배가 늘었지만 종업원 숫자는 되려 약간 줄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은 기술혁신과 공장 자동화, 다운사이징, 아웃소싱 등을 통해 고용 인력을 최소화한다. 이는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훨씬 활발하게 일어난다. 외환위기 때 공공부문이나 금융부분의 대량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김유선 박사는 "대기업인 종업원 5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은 1993년 211만명(17.2%)에서 지난 2002년 127만명(8.7%)으로 84만명(8.5%)이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위 표는 지난 1995년 불변가치를 기준으로 10억원의 GDP(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얼마만큼의 노동자가 필요한가를 나타낸다. 지난 1990년만 해도 68.7명이 필요했지만 지난 2002년에는 41.9명에 불과하다. 최 박사는 "한국은 사회복지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실직하게 되면 방책이 없다. 따라서 대기업 노조는 인력 조정에 크게 반발한다"며 "이 때 대기업들은 충돌을 감수하고 중장년 근로자들을 고용조정하거나, 아니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기존 중장년 인력의 고용을 계속 유지시키면서 신규 채용은 줄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청년 실업 문제는 단순히 절대적인 일자리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경영 및 고용 형태가 크게 바뀌면서 생겨난 구조적 문제다. 따라서 처방도 우선 급한 불을 끄기위한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 ||||||||||||||||||||||||||||||||||||||||||||||||||||||||||||||||||||||||||||||||||||||
2004/03/05 오전 10:46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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