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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전에 새로 이은 사랑채 처마가 주저앉았고 금세 쌓여 가는 함박눈에 슬레이트 지붕마저 폭삭 내려앉을 것만 같았습니다. 한 시간에 한번 꼴로 슬레이트 지붕에 쌓이는 눈을 거둬내야만 했습니다.
아빠의 '등교거부 선언'에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 더미로 때마침 집에 머물러 있던 막내 삼촌과 강원도에서 찾아온 삼촌 친구와 함께 예전에 에스키모인들의 보금자리인 이글루 집을 만들었습니다.
"난리여 난리, 스키 타고 면에 나가 쌀을 다 사왔다니께...” 눈이 그치자 집 주변으로 먹이를 찾는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한 마리는 고양이에게 잡아먹히기도 했고 대숲이 보금자리인 물까치들은 사방에서 흩어져 울어댔습니다. 아이들은 이글루 집을 들락거리다가 두더지 새끼들처럼 마당 한가득 쌓여 있는 눈 더미 여기 저기에 구멍을 뚫어가며 여전히 신이 났습니다.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새를 찍다가 잠시 그 어떤 막막함과 공허감에 짓눌려 넋을 놓고 한참을 고자세로 있었습니다. 나는 생경함이나 경이로움조차 끼어 들지 않는 낯선 공간 속에서 움츠리고 있는 작은 새 한 마리나 다름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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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6 오후 1:11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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