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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아홉, 열!" 왁자지껄 웃음이 터진다. 줄을 열 번 이상 넘으면 기념품을 주는데 계속 열 개의 문턱에서 누군가의 발이 걸리고 만다. "아휴, 나 다리 풀려." "성폭력을 뛰어넘는다는 마음으로 힘차게 다시 한 번 해봐요." 기회는 몇 번이고 주어진다. 줄넘기를 하는 사람, 줄을 돌리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줄을 넘는다. '하나, 둘, 셋'을 세며 성폭력도 뛰어넘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성폭력특별법) 제정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4일 늦은 2시 인사동 남인사 마당에서 열렸다. 성폭력특별법 10년 역사를 되짚어보는 자료와 사진 전시, 성폭력을 뛰어넘는 줄넘기 등으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시민들이 참여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낯설고 무시무시한 단어, 성폭력'
"여성피해상담소라든가 좀더 부드러운 표현을 택하라는 뜻이었겠죠. 하지만 성폭력 생존자(이 소장은 수동적이고 약한 의미의 '피해자'라는 말 대신 피해를 극복하고 이겨내 살아남는다는 자부심과 희망을 담은 '생존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들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성폭력'이라는 말을 넣었죠." 개원을 하고 전화를 개통하자마자 상담전화가 쏟아졌다. 성폭력으로 고통받는 생존자들의 수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웃집 아저씨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91년), 자신과 어머니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의붓아버지 살해사건(92년)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생존자들을 위한 상담활동이 얼마나 필요한지 또 한 번 실감했다.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는 모두 성폭력"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상담뿐만 아니라 성폭력특별법 제정운동,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같은 제도적·사회적 차원의 활동에도 앞장섰던 것은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구성원들의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어느 정도 달라졌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성폭력에 대한 정의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성폭력이란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하는 모든 상황을 의미해요. 성추행과 성희롱도 다 성폭력이구요. 그러나 아직도 성폭력을 성관계로 연결시켜 보는 관점이 강해 생존자들이 2차 피해를 입는 일이 많습니다." 성폭력 전담수사관, 검사제와 영상물 증언대체를 법으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생존자들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배제되고 경찰과 검사에 의해 2차 피해를 입는다. 생존자 상담의 대부분이 사후처방이며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나 연구사업을 하고 싶어도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법을 제정한 지 꼬박 10년이 흘렀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성폭력의 개념을 새롭게 정하고 친고죄의 범위도 조정해야 한다. 여성만을 피해자로 보는 강간 규정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이 소장은 더 큰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
그에게 희망과 기대를 끊임없이 불어 넣어주는 것은 바로 그가 10여년동안 만나온 생존자들. "절망 속에서 자신을 치유하고 희망을 찾으려는 강한 희망을 가진 생존자들을 볼 때마다 힘을 느끼죠." 이 소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힘겹게 희망을 찾는 싸움을 하고있는 생존자들에게 약속한다. "당당하게 도움을 구하고 지지를 요청하세요. 두 발로 일어서서 행복할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가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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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4 오후 6:22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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