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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기자회견, 의혹만 키웠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1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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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기자회견, 의혹만 키웠다
[분석] 황 교수 해명의 모순과 의문
텍스트만보기   이성규(dangun76) 기자   
▲ 황우석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줄기세포의 존재여부에 대해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문가 입장에서도 못 알아들었다. 국민들도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16일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뒤 반박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러한 소감을 피력했다. 노 이사장뿐만이 아니다. 젊은 과학도들과 기자들도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조차도 납득하기 어려운 황 교수의 이날 해명은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했던 탓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 일관성의 부족, 중요한 사실관계의 언급 배제 등 여러 요소로부터 기인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줄기세포 진실공방의 키를 쥐고 있다고 알려진 김선종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원마저도 부분적으로 진술이 엇갈리는 등 황 교수의 해명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결국 황 교수의 이날 해명 기자회견은 애초 기대와 달리 의혹만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서 현재 제기하고 있는 황 교수 해명의 모순과 의문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의문 1] 줄기세포 몇 개로 <사이언스> 논문 작성했나

2005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낼 당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과연 몇 개였냐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황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즈메디병원으로부터 회수한 배아줄기세포 2번, 3번과 추가로 수립된 6개의 배아줄기세포를 토대로 논문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팀의 논문이 <사이언스>에 제출된 것은 3월 15일이다.

"미즈메디병원에 이미 보관 중이던 2, 3번 줄기세포만 다시 서울대에 반환했다. 이후 6개 줄기세포가 추가 수립됐으며 이를 토대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했다. 이후 3개 줄기세포가 추가로 수립됐다."

다시 말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은 11개가 아닌 8개의 배아줄기세포를 근거로 작성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선종 연구원의 진술은 다르다. 김 연구원은 16일 현지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2번과 3번 셀라인으로 11개를 만든 것은 맞다"며 논문 작성 당시 보유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는 2개에 불과했음을 시인했다.

따라서 논문에 나온 11개의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적어도 3개, 많게는 9개가 허위·조작된 결과물이 된 셈이다. 이는 2, 3번을 제외한 9개는 가짜이며 3개는 가공의 데이터라고 말한 노성일 이사장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의문 2] 1개면 어떻고 3개면 어떤가

황 교수는 "2005년 논문에서 (줄기세포가) 11개가 아니고 1개면 어떻느냐. 또 3개면 어떻느냐, 1년 뒤에 논문이 나오면 또 어떻냐"고 반문했다. 가정법을 쓰기는 했지만 이는 자신의 연구성과를 스스로 부정한 가장 비과학적인 발언으로 꼽힌다.

2004년 논문과 대별되는 2005년 논문의 가장 큰 업적은 핵치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성공확률을 1/242에서 1/17(185개 난자로 11개 배아줄기세포 수립)로 크게 높인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맞춤형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상업적 활용가능성도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황 교수의 항변대로라면 스스로 자신의 업적을 부정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2004년 논문에 비해 더 나을 것도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라면 2005년 논문이 <사이언스>에 게재될 리도 만무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그 말을 듣고 그가 과연 과학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와 관련, 줄기세포 개수가 아니라 원천기술의 보유 여부에 비중을 두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 노성일 이사장이 15일 오전 황우석 박사와 만나 줄기세포에 대한 진실을 들었을때 적었던 메모지. 그런 충격적인 진실을 얘기해줄지 몰라 메모지조차 준비못해서 편지봉투에 적었다고 한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의문 3] 논문에 등장하는 DNA 지문은 어떤 줄기세포인가

황우석 교수는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황 교수팀 실험실의 핵치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바뀐 것은 배양 초기 단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포가 뒤바뀐 구체적인 일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줄기세포가 수립된 첫 단계, 즉 제1계대에서 환자 맞춤 줄기세포가 미즈메디 줄기세포 것으로 뒤바뀐 게 아닐까 하고 추정하고 있다."(황우석 교수)

의문은 그가 일시를 밝히지 않은 데서부터 출발한다. 추정할 수 있는 힌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MBC의 불충분한 측정 혹은 실험 오류를 우려하여 일부 줄기세포를 검증해본 결과, 11월 18일 밤 본래 <사이언스>에 제출했던 DNA 지문과 차이나는 점을 확인했다"는 황 교수의 발언으로 볼 때 적어도 11월 18일 이전에 줄기세포가 뒤바뀐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만약 뒤바뀐 시점이 <사이언스> 논문 제출 이전이면 논문에 기재된 DNA 지문분석 자료와 사진의 다수는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미즈메디병원의 잉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즉 가짜로부터 추출된 것임이 명확해진다.

다만 논문의 2, 3번 배아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과 사진은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바탕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은 높다. 2, 3번의 경우 황 교수팀 실험실뿐 아니라 미즈메디병원에도 보관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뒤바뀐 시점이 논문 제출 뒤라면 문제의 DNA지문은 진짜, 즉 황 교수가 수립했다고 주장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의 것이 된다. 이 경우 가공된 3개의 배아줄기세포를 제외하고는 지금과 같은 사진중복 논란이나 DNA 지문분석 조작 의혹은 애초부터 나타나지 않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11개 줄기세포 중 2개(2,3번)를 제외한 9개의 줄기세포가 중복 사진임이 드러나 있는 상태다.

따라서 뒤바뀌었다면 시점상 논문 제출 이전에 뒤바뀌었을 확률이 높다. 황 교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논문 제출 이전에 누군가에 의해 줄기세포가 뒤바뀌었고, 이를 토대로 황 교수가 논문을 작성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황 교수 주장대로 '누군가에 의해 뒤바뀌었다면'이라는 가정일 뿐이다. 만약 뒤바뀌지 않았다면? 그래서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의문 4] 논문 제출 전까지 세포가 바뀐 것을 몰랐나

황 교수가 본인도 잘 모르는 채 누군가가 뒤바꾼 줄기세포로 논문을 작성한 경우에도 의문이 100%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황 교수팀은 대체 뭘 했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황 교수팀은 논문 제출을 위해 적어도 수차례 체세포 공여자와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뒤바뀐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황 교수팀의 '직무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또 한 가지. 세포 관련 연구자들은 중요한 세포일 경우 훼손 가능성을 염려해 스톡(STOCK)으로 저장해 놓는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보관된 중요한 파일을 CD 등에 백업해 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황 교수팀의 설명대로라면 뒤바뀐 것은 단순히 앰플에 담긴 배아줄기세포뿐 아니라 스톡 전체일 수도 있다. 실험실의 관리 소홀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청와대의 '황우석 정보력'은 너무 한심했다
[인터뷰] 황우석 교수-< PD수첩> 공동검증 참관한 김형태 변호사
텍스트만보기   안홍기(anongi) 기자   
▲ 김형태 변호사.
ⓒ 이종호
< PD수첩 >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공동검증 과정에서 황 교수측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50·법무법인 덕수)가 "11월 28일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세한 보고가 청와대로 올라갔지만 고위직에서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16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청와대 고위층에서는 이 일을 덮고 '재연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사태를 봉합하고 넘어가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1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도 당시(11월 28일) 접촉했던 청와대 고위층 인사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음을 밝혔다.

"청와대·정부, 진실조사하고 감독권한 행사했어야"

그는 또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올린 게 11월 27일인데 글을 보면 그 전에 끝난 1차검증 내용조차 청와대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청와대의 정보력 부족을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황 교수팀 실험실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황 교수가 인지했다고 주장한 시점은 11월 18일. 황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열흘이 지나도록 김병준 실장은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조차 이 중대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에서는 진실을 조사하고 국민을 대신해 당연히 감독권한을 행사했어야 한다"고 비판한 김 변호사는 "정부 쪽에서도 MBC에 혹시 무슨 압력을 넣진 않았는지 의심스럽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이기도 한 그는 최근 방문진 이사회에서 최문순 사장이 한 답변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청와대에서 방송하지 말라는 주문이 온 적이 있는가'라고 몇 번을 물었더니 최 사장은 '간접적으로 여러 채널에서 왔지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 PD수첩 > 취재내용을 진작 방송했으면 국민의 혼란이 덜했을 것"이라며 "'X파일' 사건 때도 최 사장이 뚜렷한 원칙이나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갈피를 못잡았다고 본다"고 최 사장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MBC의 고위 관계자는 "걱정해주는 전화는 무수히 많았지만 청와대에서 압력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로 청와대는 아무 대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 역시 "어떻게 < PD수첩 > 2탄을 방송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을 수 있겠느냐,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김 변호사는 "서울대에 설치된 세계줄기세포허브 등을 통해 황 교수의 연구성과가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며 "사건진상을 몰랐던 연구원이나 교수들이 재기불능에 빠지지 않도록 책임질 부분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햇다.

김 변호사는 황 교수에 대해 "진실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새 출발을 하시면 좋겠다"며 "연구를 더욱 열심히 하면 좋은 새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분"이라고 평했다.

다음은 김형태 변호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11월 28일 청와대에 자세한 보고 들어갔지만 묵살"

- 이번 사태에서 언론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 일부 언론은 '황 교수 지지'를 표면에 내세워 진실보도를 가로막기조차 했는데.
"MBC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 PD수첩 > 취재내용을 진작에 방송했으면 국민이 덜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취재윤리 문제가 터지니 MBC는 쑥 들어가버렸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압력으로 광고가 들어오지 않았을 때도 그 신문은 백지광고를 실으면서까지 신문을 냈다.

MBC가 < PD수첩 >을 중단하고 방영하지 않은 점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최문순 사장 취임 당시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했는데, 그동안 'X파일' 사건 등을 통해서도 최 사장이 뚜렷한 원칙이나 철학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일이 많다. 이번에도 최 사장이 갈피를 못잡았다고 본다.

다른 언론들은 진실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편가르기, 상대방 헐뜯기에 집중했다.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투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실용화시킬 수 있으려면 50년이 걸릴지 언제가 될지 모른다. 그런데 당장이라도 강원래씨 같은 분이 일어설 수 있다고 선전해 국민들이 정신없게 만든 것은 정부와 언론의 책임이다. 연구의 정확한 실체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 정치권과 정부의 대응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나.
"정치권도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황 교수의 업적을 이용하려고 뛰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것은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처음 글을 올린 게 11월 27일인데 이를 보면 1차 검증 결과를 모르고 있었다. 결국 청와대는 이번 사태의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11월 28일에는 청와대에 민감한 부분까지 정보가 다 올라갔으나 고위직에서 묵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청와대 고위층에서는 이 일을 덮고 '재연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사태를 봉합하고 넘어가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청와대나 정부에서는 줄기세포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당연히 감독권한을 행사해 황 교수가 스스로 진실을 밝히도록 했어야 한다. 정부 쪽에서도 혹시 MBC에 압력을 넣진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 정부가 MBC에 압력을 넣었다고 보는 이유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최문순 사장을 앉혀놓고 심하게 질책했다. '청와대에서 방송하지 말라는 주문이 온 적이 있는가, 몇번 왔는가'라고 물었더니 최 사장이 '간접적으로 여러 채널에서 왔지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정부쪽에도 확인한 결과 수십 채널로 그런 압력이 들어간 것 같다."

- YTN이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를 통해 < PD수첩 > 후속편 방송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황우석을 죽이러 왔다'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MBC가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사안인가.
"광고중단 압력 등으로 방송을 막는 것은 업무방해이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다. YTN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는 취재의 ABC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최소한 김 연구윈의 '중대발언' 내용이 뭔지 알아보고, 어느 말이 맞는지 MBC에 확인은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 PD수첩 > 대하는 황 교수 태도에 가슴 덜컥 내려앉았다."

▲ 김형태 변호사.
ⓒ 이종호

- 언제부터 줄기세포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됐나.
"황 교수가 난자취득 문제와 관련, 기자회견 문안 만드는 것을 도와줬는데 그가 내게 제대로 얘기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됐다. 사실 황 교수는 < PD수첩 >의 검증요구에 응하려 하지 않았지만 내가 설득해 검증이 이뤄지게 됐다. 법관이나 변호사들은 증인 태도를 보고 심증을 굳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검증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황 교수가 < PD수첩 >에 보이는 태도나 대화 내용을 보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들이 계속 쌓였다. 내가 심판관 입장이었는데 황 교수 논리가 < PD수첩 >에 딸리는 것 같았고, 1차검증 결과도 (황 교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황 교수는 재검증 하기로 합의하고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줄기세포를 주지 않는 걸 보고 심증을 굳혔다."

- 최근 황 교수를 만나거나 연락한 적 있나.
"(난자문제) 기자회견 무렵에는 직접 만났고 그 뒤에는 전화통화를 했다. 최근에는 안규리 교수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황 교수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황 교수 입원 후 그저께까지도 병실에서 직접 만나려고 했으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갈 수 없었다."

- 지금 안규리 교수는 어떤 상태인가.
"안 교수는 초기에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사진을 봤다고 했고 확실하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3일(12월13일) 전부터는 '강성근 교수 얘기가 앞뒤가 안맞는 것 같고 왜 줄기세포를 주지 않는지 납득할 수 없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저께(14일) 밤에는 (황 교수) 주치의도 안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부에서 볼때는 안 교수가 총대를 멘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갈등하고 있다. 그러나 안 교수는 황 교수와의 관계를 뚝 끊어버리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안 교수는 이번 사건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라 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줄기세포의 면역반응에 대한 검증에 관여한 것 뿐이다."

"안규리 교수도 '황 교수 주치의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왔다고 보는가.
"황 교수가 언젠가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는 국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견 감동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황 교수의 이 말에는 이번 사태의 핵심을 담고 있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고 정답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 국적이라든지 국가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논리가 개입되고 순수학문으로써 과학이 무너지는 것이다.

국가이익, 음모론 얘기가 나오고 판이 정치 비슷하게 흘러갔다. 자전거를 타면 계속 페달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애국과 국익이라는 바퀴를 단 자전거가 굴러가기 시작했고 황 교수는 중간에 내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업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이 과다했고, 결국 오버하게 됐다고 본다."

- 학계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큰데.
"소장학자들은 끝없는 의심을 통해 검증돼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이 많은 분들은 '무엇이 어디에 득이 되는가'를 살피려 하고, 가능하면 문제를 덮어두려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줄기세포가 없다'는 말을 안 했으면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을지 미지수다. 그러면 믿는 사람은 믿고, 안 믿는 사람은 안 믿게 되는 '미제사건'이 됐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애국과 국익', 황 교수 중간에 내릴 수 없었을 것"

-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됐다고 해서 그동안의 황 교수 업적과 실력까지 사장돼선 안 된다고 보는데.
"전에도 '학계에서는 황 교수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그동안의 업적이 있으니 그것을 토대로 2~3년 열심히 연구해 새 업적을 내면 언제든지 재기할 수 있다'고 황 교수에게 얘길했다. 황 교수는 진실에 기반해 연구를 더욱 열심히 하면 새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분이다.

진실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새 출발하시면 좋겠다. 서울대에 설치된 세계줄기세포허브 등을 통해 황 교수 연구 성과가 이어져야 한다. 사건의 진상을 몰랐던 연구원이나 교수들이 재기불능에 빠지지 않도록 책임질 부분은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연구역량을 모아 새로운 단계로 연구가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번 일로 우리 사회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과학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굉장히 좋은 교훈을 얻었다. 한류와 IT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점에서 돌이켜볼 수 있는 중요한 반성의 계기가 됐다. '스포츠 애국주의'는 큰 우려가 없겠지만, 사회·과학·정치 등에서 국가의 힘이 더 커지면 애국주의가 국수주의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그런 길을 밟지 않았나. 또 냉정하게 사물을 분석하는 것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의 앞길을 결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운 것 같다."

 

 

"황우석 교수는 재검증에 응하고
MBC는 < PD수첩> 내용 보도해야"
[인터뷰] 황우석 교수 자문변호사 역할 했던 김형태 변호사
텍스트만보기   신미희(sinmihee) 기자   
▲ 김형태 변호사. (자료사진)
ⓒ 이종호
황우석 교수와 < PD수첩 >이 줄기세포에 대한 공동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황 교수측 자문변호사 역할을 해온 김형태 변호사(50·법무법인 덕수 소속)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황 교수는 재검증 요구에 응해야 하며, MBC는 < PD수첩 >이 취재한 내용을 방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황 교수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재검증에 응해야 하며 이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하지 않더라도 10년 뒤든 더 지나서든 언젠가 검증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우리가 하지 않더라도 외국 언론 등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황 교수가 재검증에 응하면 본인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고, MBC도 오버하지 않게 되고, 국민들도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황 교수-< PD수첩 > 사이의 줄기세포 1차검증 협상 과정에 참여했다면서 "1차검증에 대한 결과가 나온 후 황 교수가 내 사무실에서 PD수첩측을 만나 재검증하기로 합의했는데 나중에 번복하고 '재검증을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면서 재검증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 PD수첩 > 취재내용을 보도하는 것에 대한 찬반논쟁도 벌어지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MBC가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진실규명 차원에서도 그렇고, 언론의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취재한 내용은 보도해야 한다"면서 "과거에는 정치권력이나 자본이 언론을 통제했지만 지금은 국익, 국민여론이 언론의 진실추구와 사회감시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말헀다.

황우석 교수의 자문변호사 역할을 맡아온 김형태 변호사의 이런 지적은 황우석 논란해법을 찾고 있는 시점에서 여러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같은 입장을 "황 교수와 안 교수에게, 그분들 자문을 해줬으니까 그분들 입장에서 여러번 전하면서 설득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황우석 교수-< PD수첩 > 사이의 검증과정에서 참여한 경위에 대해 "황 교수와 안 교수가 < PD수첩 >에서 수사하는 것처럼 조사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해 직접 만나기도 하고 통화도 하면서 여러번 자문해줬다"고 말했다.

< PD수첩 >도 지난 1일 공개한 취재일지에서 안 교수측 제안으로 김 변호사의 참여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재일지에 따르면 "11월 7일에서 11일쯤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측에서 검증과정을 감시하고 양측 이견을 조정할 '재판관격' 인물로 '명망있는 변호사 K씨'를 지정하자 < PD수첩 >이 동의했다"고 돼 있다. K씨가 바로 김형태 변호사다.

한편 김형태 변호사는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 <문화일보>는 이날 「"방문진 이사가 '줄기세포 검증' 관여" "계약서 작성 때... PD수첩 제작 중립성 논란」 기사에서 김 변호사의 참여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내가 방문진 이사인 걸 알면서 황 교수와 안 교수가 자문을 요청한 것인데 도대체 무슨 중립성을 훼손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문화일보>에 오늘 정정 및 반론보도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형태 변호사와 전화 인터뷰 요지이다.

- 양측이 합의한 검증과정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황 교수와 안 교수가 여러번 자문을 요청해왔다. 특히 황 교수는 'PD수첩에서 수사하듯 (우리를) 조사하는데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PD수첩이 부당하게 취재하거나 할 경우 (법률) 방어도 해주고, 조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 황 교수가 11월 24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도 논의했다고 하는데.
"자문을 구해서 당일뿐 아니라 여러번 만나기도 하고 통화도 했다."

- 당일 어떤 문제에 대해 자문을 구했는가.
"난자제공 윤리문제와 관련해 해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의논했다."

- 양측이 공동검증을 위해 계약서까지 썼다고 하는데.
"계약서 작성에는 내가 관여하지 않아서 그 내용은 모르겠다. 황 교수측에서 계약서를 쓰자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황 교수가 1차 검증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2차 검증을 하자고 합의했는데, 며칠 뒤 황 교수측에서 이를 번복했다는데.
"11월 17일 1차 검증결과가 나와 양측이 내 사무실에서 만나 토론하고, 재검증하기로 합의했다. 서울대 법의학팀을 참석시키는데는 쌍방이 합의했다. 그리고 내가 외국의 저명한 법의학팀에 검증을 의뢰하자고 제안했다. 그를 위해 여권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약속한) 날짜가 지났고, 황 교수 본인이 최종적으로 '너무 힘들다, 몸이 안 좋다, 대리인을 보내겠다'고 전화를 해왔다. 11월 28일 대리인으로 나온 윤모씨와 PD수첩팀, 내가 다시 만났다. 그때 윤씨가 '재검증을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재검증, 언젠가는 할 수밖에 없다"

- 황 교수가 제3의 언론기관에 검증을 맡겼다는 얘기도 했다던데.
"11월 17일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 '제3의 언론기관에도 검증을 맡겼다'면서 'MBC만 검증하는 게 아니니 엉터리로, 맘대로 하지 말라'는 뜻의 얘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 '우리 나름대로,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믿을 만한 권위 있는 언론기관에 맡겼다'고 했다. 그러나 어디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 황 교수가 2차 검증을 요구했는데, 나중에 번복한 것은 약속을 위배한 셈이 되지 않는가.
"온 국민이 혼란을 겪고 있고,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검증을 하게 하면 황 교수 본인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는지 나도 답답하다. 검증하면 간단하지 않는가. 그럼 MBC 역시 사회자산인데 오버하지 않게 되고, 본인의 진실도 입증하고. 지금 우리 사회가 왜 이런 소모전을 벌여야 하는지 안타깝다."

- 그런 뜻을 황 교수나 안 교수에게 전했는가.
"여러 번 말하고 설득했다. 양측이 함께 검증하는 것에 대해서도 '언론이 치고 들어오는데 의혹을 풀어주지 않으면 계속 취재를 할 것이다, 끝까지 늘어지니까 검증을 통해 확실하게 진실을 밝히자'고 했다. 그분들이 자문을 부탁했으니까 그분들 입장에서 말한 것이다."

- 황 교수는 2차 검증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뭐라고 설명했는가.
"지금 입장과 동일하다. 매스컴(언론)이 검증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자존심 문제도 얘기했고. 또 본인이 납득하더라도 연구를 같이 하는 팀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국익, 국민여론이 언론의 진실추구와 사회감시 기능 심각하게 훼손"

안규리-김형태-한학수의 '인연'

안규리 교수와 김형태 변호사, < PD수첩 > 한학수 PD의 인연도 이채롭다.

김 변호사는 '한국판 O.J 심슨 사건'으로 불렸던 지난 95년 치과의사 모녀살인 사건 피의자 이도행씨 변호를 맡았을 때 안 교수를 만났다. 당시 안 교수는 해외 법의학자들의 해석을 이끌어내는 등 이씨 구명활동에 큰 역할을 했다.

이씨는 이에 힘입어 1심 사형선고를 뒤집고 2003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안 교수와 김 변호사는 당시 사건을 계기로 상당한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황 교수 연구의혹 건을 취재했던 < PD수첩 > 한학수 PD는 지난 2001년과 2003년 '사형제도를 사형시켜라', '죽은자가 말하는 진실, 검시' 편을 통해 이도행씨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 황 교수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재검증에 응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본다. 지금 하지 않더라도 10년 뒤든 더 지나서든 언젠가 검증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하지 않더라도 외국 언론 등이 할 것이고. 황 교수가 재검증에 응하면 본인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고, MBC도 오버하지 않게 되고, 국민들도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모두 윈윈할 수 있다."

- < PD수첩> 취재내용을 보도하는 것에 대한 찬반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MBC가 보도해야 한다고 본다. 진실규명 차원에서도 그렇고, 언론의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취재한 내용은 보도해야 한다. 과거에는 정치권력이나 자본이 언론을 통제했지만 지금은 국익, 국민여론이 언론의 진실추구와 사회감시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과학계라고 성역이 될 수 없다. 지금 황 교수 연구성과의 진위논란보다 우리 언론이 보여주는 행태가 더 걱정스럽다. 월드컵 등 스포츠 문제는 좀 다르지만 국민들도 사회현상이나 과학 문제는 이성적으로 비판하고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자칫 국수주의로 빠질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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