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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가 3월 2일 입학식을 시작으로 초등학교에 발을 들여놓았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린 아이다. 그래서 초보 학부모인 엄마 아빠가 초조해하고 걱정을 했는데, 2주일째 학교를 가는 아이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적응을 잘 하고 있고, 학교 생활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다소 안심이다. 첫아이가 비록 초등학생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어린 것 같아 나름대로 너무 앞서 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경제적인 개념을 가지도록 도와주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 아이에게 경제적인 개념을 심어줄까 고민을 해봤다. 시장을 보기 전에 살 물건들을 메모해서 필요한 것만 산다든가, 제품의 질과 성능, 기능성과 사후 서비스 등을 비교해서 물건을 산다든가 하는 등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동안 몸소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것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이기에 이번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믿고 그 아이에게 '자신만의 용돈'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을 하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얼마 동안의 기간에 얼마의 용돈을 줄까?'를 고민했다. 혼자서 일주일 넘게 어떻게 할까 고민도 하고 다른 학부모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결정을 했다. '일주일 용돈 얼마' 하고 정해서 그냥 용돈을 주기보다는 집안 일에 참여를 해서 자기 용돈을 벌게 하고, 그 용돈은 일요일 저녁에 모두 합해서 주기로. 나름대로의 지침이 서자마자 그날 저녁 바로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외출 후 신발 정리를 하면 얼마로 할까? 식탁을 차릴 때 반찬통 뚜껑을 열어 놓고, 수저를 놓아주면 얼마로 할까? 자고 난 침대 정리를 스스로 하면 얼마로 할까? 방 정리를 스스로 하면 얼마로 할까? 유리창 청소를 하면 얼마로 할까? 한 주 동안의 학교 생활이 끝나는 토요일 그동안 더러워진 실내화를 빨면 얼마로 할까? 그래서 신발 정리와 침대 정리 등 비교적 쉬운 일은 한 번 할 때마다 100원, 식사 도움과 방 정리는 200원, 유리창 청소는 300원, 실내화 빨기는 500원 등으로 정해서 식탁 앞에 붙여 두었다. 그리고 '스티커 하나가 100원이라 하자'고 약속을 하고 한 가지 일을 할 때마다 약속한 돈만큼의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이렇게 자기 용돈은 엄마아빠처럼 자기 스스로가 일을 해서 번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그 나름대로 큰 의미로 다가서나 보다.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기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용돈을 받으려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아이를 보면서 기특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큰아이 덕분에 작은아이도 덩달아 용돈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 나름대로 경쟁까지 해가면서 노력한다. 첫번째 일요일 저녁에 첫아이는 1400원을 용돈으로 받았고, 두번째 일요일 저녁에는 1800원을 받았다. 그리고 세번째 일요일 저녁인 그저께는 2300원을 받았다. 둘째아이는 물론 그것보다는 적게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작은 지갑 속에 자기가 모은 용돈을 넣어두고 '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이에게선 물건을 사기 전에, 무엇인가를 하기 전에 그 용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기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파트 안에 서는 알뜰 시장을 지날 때마다 호떡을 사달라고 조르더니 이제는 자기 용돈으로 호떡을 사먹을까 말까 몇 번 생각한다. 자기 돈으로 산 호떡은 엄마가 그냥 사주는 것보다 맛이 있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어느 땐 자기 용돈으로 핫도그를 사먹으면서 엄마 아빠 것도 사주기도 하고, 어느 땐 동생 몰래 자기만 과자를 사먹기도 하고, 어느 땐 아빠에게 줄 카드를 사기도 하고…. 이제 6살인 작은아이는 과자를 사먹고서 지갑이 좀 가벼워지면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 가난해지면 또 돈 줘야 해! 가난하면 배도 고프고 힘들잖아." 아마도 이 녀석은 아직 어린 탓에 경제적 개념이 잘 서질 않나 보다. 덩달아 엄마아빠가 왜 이렇게 용돈을 주는지 그 의도도 확실히 깨닫지도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스스로 깨달을 날이 있으리라 믿고 지금의 이 일을 계속 하려고 한다. 큰 아이에게 용돈 기입장을 마련해주고 아직 사용법을 잘 모르는 아이와 함께 용돈 기입장을 같이 기록하면서 소망해 본다. 신용이 사회생활의 밑거름이 되는 요즘, 이 용돈 벌기가 아이 자신만의 뚜렷한 경제적 개념 세우기의 기초가 되기를,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동안 자신의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고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기를…. 부디 엄마아빠의 속 깊은 뜻을 알아주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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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0 오전 9:48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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