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학교 문을 왜 닫나요? 뭐가 구린가요?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1. 7. 06:04

본문

728x90
"학교 문을 왜 닫나요? 뭐가 구린가요?"
'신입생 배정 거부'에 학부모단체-시민단체 강한 반발
텍스트만보기   윤근혁(bulgom) 기자   
valign=top "신입생거부 사립학교장, 즉각 파면하라!" / 문경미 기자

▲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이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사학들의 '학생 교육권 유린'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사학재단의 신입생 거부와 학교 폐쇄 움직임에 발만 '동동' 구르던 학부모들이 6일 처음 거리로 나섰다. 지난 5일 제주도 발 '신입생 배정 거부'라는 극한 방식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서다.

국내 최대 학부모단체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회장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는 이날 오전 10시 교육부가 있는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법인들은 패륜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제주와 서울지역 사립학교들의 신입생 배정거부와 학교폐쇄 서약서 제출 행태를 2000만 학부모 이름으로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신입생 배정 거부가 계속될 경우 ▲학교장 검찰 고발 ▲손해배상소송 전개 ▲임시이사 파견을 위한 1000명 규모 임시이사 풀 조성 등을 다짐했다.

참석자들 가운데 검정색 한복을 입은 일부 학부모는 '근조 사립학교재단의 교육자 양심'이란 글귀가 쓰인 영정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기자회견 사회를 본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조직위원장은 "어떻게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는 교육자들이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헌법이 보장한 교육권은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신성한 권리"라면서 "사학법인 운영자들이 교육을 위해서 헌신하려는 교육자였다면 우리 아이들의 교육권을 볼모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태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오늘 이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양의 탈을 쓴 이리떼일 뿐 더 이상 교육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면서 "우리 학부모는 더 이상 이들을 교육자는 물론 어른으로서도 존중할 필요가 없는 존재로 여긴다"고 규정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부패사학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 사학재단 각성하라', '학부모가 앞장서서 우리 아이들 지켜간다', '학교 문을 왜 닫나요? 뭐가 구리시나요?'란 글귀가 적힌 손 팻말을 일제히 들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참교육학부모회 회원인 어머니 김윤주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아무개(경기 성남 ㅅ초 5학년)군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소감을 묻는 물음에 "교장선생님이 갑자기 학교 문을 닫는다고 하면 짜증날 것이다. 친구들도 못 만나고 공부도 못하고 학교도 옮겨야 하고…"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440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9일 사학재단 규탄 기자회견 예정

비슷한 시각인 이날 오전 10시 30분, 참교육학부모회 제주지부와 전교조 제주지부는 제주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을 볼모로 비교육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는 사립재단 스스로가 왜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참교육학부모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국 규모로 사립학교법 지키기 학부모투쟁본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 단체는 또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흥사단, 여성민우회 등 44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함께 공동행동을 벌일 것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오는 9일 서울에서 학교 폐쇄 움직임에 들어간 사학재단과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생이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편 참여연대, 흥사단,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전교조 등 43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도 6일 오후 신입생 배정 거부 규탄과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재단이사장이 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 강북구 영훈고 정문 앞에서 "사학재단은 마지막 교육자적 양심도 버리려 하는가. 자신들의 잘못부터 사죄하고 즉각 신입생 배정 거부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사학재단의 신입생 배정 거부는 끝내 건너지 말아야할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학생을 거부하는 학교는 더 이상 학교가 아니며, 학교 폐쇄를 운운하는 이사장과 교장도 더 이상 교육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사학법 거부 장외투쟁과 관련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고 학교 폐쇄로 나서는 사학의 이 막가파 행동이 구국의 투쟁이고, 국가 정체성 지키기인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제주 5개 고교 총동문회 긴급회동
"후배 안 받다니... 있을 수 없는 일"
오현·대기고, 재단에 통보... 7일 한차례 더 모이기로
텍스트만보기   이승록(leerevol) 기자   
▲ 제주도 오현고·대기고·남녕고·제주여고·신성여고 총동문회장 또는 부회장이 6일 정오 제주시 칼호텔 1층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제주지역 5개 사립고가 사학법 개정에 반발해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실력행사에 나서 각계에서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고등학교의 총동문회가 공동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오현고·대기고·남녕고·제주여고·신성여고 총동문회는 6일 정오 제주시 칼호텔 1층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향후 사학재단의 신입생 배정 거부사태에 공동대응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모임에는 오현고 신상순 총동창회장, 대기고 김대호 총동문회장, 남녕고 오상봉 총동문회장, 제주여고 양설자 총동문회장, 신성여고 총동문회 좌덕순 부회장이 참석했다.

1시간 가량 오찬을 겸한 모임에서 신상순 총동창회장(오현고)과 김대호 총동문회장(대기고)은 신입생 배정거부 움직임에 대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동문회 차원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남녕고·제주여고·신성여고 동문회가 총동문회의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회의에 참석, 공동보조를 맞추지는 못했다.

▲ 오현고 총동창회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제주도교육감과 오현고 재단 이사장, 학교 교장에서 발송했다.
ⓒ 제주의소리
▲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신상순 오현고 총동창회장
ⓒ 제주의소리
신상순 총동창회장은 회의 직후 "오늘 오전 11시 회장단 모임을 갖고 입장을 정리했다"며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신입생 배정거부 움직임을 벌이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우리 총동창회는 개정 사학법의 찬반을 떠나서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서 하루 속히 학생 입학 및 학사 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학교 측에 정상화를 촉구했다. 신 회장은 '신입생 배정거부에 따른 총동문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양성언 교육감과 오현고 이사장 및 교장에게 이를 공문으로 전달했다.

김대호 총동문회장도 "어제(5일) 밤 11시 긴급 임원회의를 통해 동문회의 입장을 정리했다"며 "회의 결과는 오현고 총동창회와 같지만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은 지금의 시기가 학교 배정시기이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동문회를 배제한 채 배정거부 입장을 밝혀 매우 유감스럽다"고 불만을 밝혔다.

김 회장은 "제주도가 이런 일까지 실험장으로 되는 모습에 비감함을 느낀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5개 사립고 총동문회는 7일 오후에 한차례 더 모임을 갖고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폐쇄 서약은 조폭 혈서 방불
신입생 배정 거부땐 손해배상 청구"
[격정 토로] 상문고 이사장 역임했던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
텍스트만보기   윤근혁(bulgom) 기자   
▲ 박경양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6일 사학재단의 학교 폐쇄와 신입생 거부 움직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직후 만난 그는 재단의 움직임을 맹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영화 <두사부일체>를 기억하시는가. 2001년 나온 이 영화의 모태가 된 학교가 있다. 서울 상문고가 그곳이다.

영화에서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 계두식(정준호 역)은 일자무식이다. 그는 이런 약점을 털어버리려고 한 사립고교(상춘고)에 들어간다. 상춘고에서 두식은 '해도 너무한' 사립학교의 비리를 목격한다. '성적을 조작하라'고 교사한테 엄포를 놓는 재단이사장, 이를 세상에 알렸다고 학생과 교사를 개 패듯 때려 교문 밖으로 쫓아낸 재단.

계두식은 말한다.

"하늘같은 선생님을 자기 말 안 듣는다고 짜르는 게 그게 학교야. ××야. 돈 없어서 몸이라도 팔아서 학교 다니는 애를 개 패듯이 패갖고 쫓아내는 게 학교야. 너는 그거 그냥 넘어가냐."

이 영화가 대박을 터뜨린 때, 공교롭게도 이 학교 재단이사장을 맡은 이가 있다. 바로 현재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경양(49) 목사다. 그는 비리 재단이 쫓겨나간 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관선 재단이사장과 이사를 맡은 바 있다.

"영화에 나오는 '상춘고'와 '상춘만', 누구 배역이 누구인지 다 알더군요. 상문고 졸업생과 교사들 얘기를 들으면, 영화랑 정말로 똑같았다고 합디다. 그 때마다 슬픈 생각이 들었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6일 사학재단의 학교 폐쇄와 신입생 거부 움직임에 반대하는 학부모 기자회견 직후, 오전 10시30분부터 한시간에 걸쳐 박 회장을 만났다. 그는 추위에 목도리를 한 채 언 손을 비비면서 "어제 사립학교장들이 학교 폐쇄 서약을 하는 모습은 바로 조폭들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 야비하다, 왜 대학은 그대로 신입생 뽑고 중고생들만 거부하겠는가"

- 사학비리의 종합전시장이라고 일컫는 상문고 재단이사장을 했는데….
"사립학교에서 이사장을 해보니까 정말로 잘 알겠더라. 사립학교 운영은 마음만 먹으면 이사장 개인이 운영하는 학교다. 상당수의 학교가 이사들의 도장을 행정실에 맡기도록 한 채 허위 이사회를 열고 있다. 사립학교 복마전은 정치권 이상이다."

- 참교육학부모회가 제일 먼저 학교 폐쇄 움직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왜 그런가.
"나는 지금 사학재단의 행태를 보면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아이들을 인질로 잡은 인질범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이들 교육권을 이렇게 다 짓밟아도 되는가. 우리 어린 아이들은 말을 못한다. 아이들이 알까도 무섭다.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대신해서 학부모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 바로 전 기자회견에서 사학재단에 대해 강하게 쏘아붙였다. 그렇게 화가 나는 일인가.
"사학법인은 정말 야비하다. 대학과 중고교를 같이 운영하는 재단이 많은데, 대학은 그대로 신입생 뽑고 어린 중고생들만 거부하겠다고 나선다. 대학은 구조조정한다고 하니까 정말로 겁이 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교육자라는 분들이 할 짓이 아니다. 평범한 어른으로서도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 어제 서울지역 사립학교 교장선생님들은 서약서를 썼다. '학교 폐쇄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수십년 동안 아이들 앞에 섰던 분들이 바로 교장들 아닌가. 나는 어제 그 소식을 들으면서 조폭들이 모여서 혈서 쓰는 모습을 떠올렸다. '조직 배반하지 말라', 이런 내용 말이다. 아이들을 사지에 몰아둔 채 사학이라는 조직에 충성맹세를 한 교장들은 교육자로서 마지막까지 간 것이다."

"재단의 행태는 학습권 침해가 아니라 말살"

▲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생이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런 모습을 상당수의 언론들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보수언론들은 사학법 문제에서는 진짜 전단지 노릇을 하고 있다. 사학 재단과 연결된 자기들 이익이라는 잣대로 기사를 쓰기에 바쁘다. 전교조 하루 연가를 놓고 '교육대란'을 부르짖던 언론들이 이런 사태에 침묵하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도 그렇고, 사학재단도 그렇고, 일부 언론도 그렇고. 자기 패거리들의 이익 때문에 교육을 짓밟고 있는 것 아닌가. 기득권야합이고 조폭연대다."

- 서울지역 교사들은 '사학비리'를 고발했다가 학부모들이 고발해서 학습권 침해죄로 1백만원씩 물어낸 사례도 있다.
"그래 좋다. 사학재단의 폐교는 학습권 침해가 아니라 학습권 말살이다.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순간, 사학법인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 재판부는 선임판결 내용을 잘 따라줄 것이라 본다."

-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생각인가.
"어제 우리 단체는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곧바로 사립학교법 지키기 학부모 투쟁본부를 발족시켰다. 이 투쟁본부는 참교육학부모회만 아니라 수많은 학부모와 단체들이 참여할 것이라 믿는다. 전국 시군지역까지 운동본부를 만들어 사학재단의 부도덕한 행태에 대응해나갈 것이다. 440개 단체가 함께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9일부터 공동행동할 것으로 안다. 참여연대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앞장서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 더 할 말이 있다면?
"정말 그들이 교육 살리기를 바란다면, (자신들이) 헌법소원도 냈으니 이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답게 교육자답게 반대운동을 하더라도 했으면 한다. 교육을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한나라당의 음모는 곧 드러나게 되어있다. 우리 학부모단체는 대다수 학부모의 뜻에 따라 끝까지 학교 폐쇄를 막는 일에 힘을 쏟겠다."

▲ 개정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학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이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6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사학들의 '학생 교육권 유린'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
기사
2006-01-06 16:43
ⓒ 2006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