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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부터 위탁모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제가 맡아 기른 아이는 서른 명이 넘어요. 갓 태어난 아이나 학령
전 아동들을 많이 돌봐 왔죠. 어린 아이들은 정말 예뻐요. 그 애들은 틴에이저(10대)들처럼 반항하지도 않고 말대꾸(back talk)도 하지
않으니까요.(하하)” 미국 버지니아주 해리슨버그에 사는 재닛이 ‘반항과 말대꾸’로 상징되는 틴에이저를 언급할 때 크게 웃는 이유를 나는 잘 안다. 그는 지금 입양 아들인 브랜든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엄마 (You are the worst mother in the world)”라며 무섭게 대드는 틴에이저 브랜든은 올해 열여덟 살이다. 고등학교를 ‘간신히(barely)’ 졸업하고 지금은 일을 하고 있는데 브랜든이 재닛 가정에 입양된 것은 그가 세 살 때였다.
- 재닛, 당신이야 아이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쉽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들이나 남편은 달랐을 것 같아요.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다른 아이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요. 혹시 입양을 반대하지는 않았나요? 그리고 삼 남매를 키우느라 당신도 이미 진이 다 빠졌을 것 같은데요. 사실 입양은 단기간 아이를 돌봐주는 위탁모와는 많이 다르잖아요. 부모가 되는 일은 어쩌면 아이의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일이니까요 “브랜든을 입양했을 때 우리 아이들은 7학년과 11학년, 12학년이었어요. 남편이나 아이들은 제가 오랫동안 위탁모 봉사를 해왔기 때문에 입양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반대하지도 않았고요. 오히려 우리 아이들은 제게 그러더군요. 우리 부부가 여행을 가게 되면 브랜든은 자기들이 돌보겠다고요.” 어머니의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곁에서 보아온 아이들 역시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이미 체득된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집안 곳곳에 걸린 많은 가족사진에 브랜든이 빠져있는 사진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미 끈끈한 가족이었다.
“맞아요. 알코올과 마약 중독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쳐요. 우리 브랜든도 어렸을 때부터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문제가 많았어요. 지능에도 영향을 미쳐 학업에도 어려움이 많았고요. 고등학교도 그래서 겨우 마친 거예요. 브랜든은 아직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엄마라고 대들며 반항하고 있잖아요.” 잘 되라고 하는 부모의 잔소리를 철없는 아들은 ‘못된 엄마’로 취급하며 반항의 칼날을 세운다. 물론 언젠가 철이 들면 저를 잘 돌봐준 부모에게 감사하겠지만 그 때까지 부모에게는 무한한 인내가 요구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 인내심과 사랑이 많은 점이 바로 하나님이 자기에게 주신 은사라고 재닛은 말한다.
“브랜든도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지요. 브랜든에게 생모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물론 미국에서도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는 경우는 있어요. 하지만 보통은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아요. 누구도 그런 사실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으니까요. 그냥 똑같은 가족일 뿐이에요. 편견을 없애고 사랑과 관심으로 대해야 해요. 입양이 뭐 특별한 일은 아니죠.” 최근 어느 연예인 부부의 입양 사실이 검색어 랭킹 순위에 오를 만큼 ‘뉴스’가 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열린 마음으로 입양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했다. 재닛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롭게 안 것은 미국에는 고아원이 없다는 사실이다. 고아원 대신 시가 인정하는 위탁 가정(foster home)에서 일정 기간 양육되고 그 다음에 일반 가정으로 입양된다고 한다. 시가 인정하는 위탁 가정이 되려면 일정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위탁 아동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정이어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닛의 가정 역시 오랫동안 위탁 가정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사랑과 이해가 넘치는 모범 가정이다. 그런데 재닛의 헌신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재닛 자신이 중증 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재닛은 왼쪽 귀가 안 들린다. 그래서 남편 로엘은 항상 재닛의 오른쪽에 앉는다. 그리고 젊었을 때부터 조금씩 아파왔던 척수 통증으로 재닛은 5년 전에 큰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로 재닛은 하반신이 마비되어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우리가 재닛을 알게 된 것은 지난 해 여름이었다. 우리 가족이 해리슨버그에 있는 미국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올 때였다. 우리에게 미국식 인사 대신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바로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저는 재닛이었다. 그는 낯선 곳에 와서 이방인처럼 쭈뼛거리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었다. 재닛은 그날 우리 네 식구를 데리고 다니며 일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를 소개했다. 그리고 그날 예정되어 있던 특별 모임에도 우리를 데려가 영화에나 나옴직한 미국의 재벌 가정을 구경시켜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세계 10위의 무역규모를 자랑하고 OECD에도 가입한 경제 강국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로' 아기를 수출하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은 뭐라 변명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언제쯤이나 우리나라가 아기 수출국으로서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언제쯤이나 해외 입양 대신 국내 입양을 통하여 우리 아기들을 우리가 양육할 수 있을까? 입양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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