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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게 승진은 무엇인가[주장과 반론]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1. 3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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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승진은 외줄타고 절벽 오르기
[주장] 교원계급구조 3단계에서 7단계로 확대해야
텍스트만보기   정근영(wondam) 기자   
▲ 교원승진을 두고 교원들은 다투고 있다. 하지만 교원의 승진구조는 겨우 3단계로 거의 승진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따위의 업무는 교원의 권한 밖이다. 교원도 1급관리관까지 승진할 수 있도록 하라. 사진은 어느 지방 교육청
ⓒ 정근영
드디어 때가 온 것일까?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에서는 교원정책개선특위를 발족시켜 2006년 상반기 중으로 교원양성, 연수, 승진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여 교육부로 넘길 것이라고 한다. 교원양성, 연수, 승진제도는 교원정책의 핵심, 아니 그 전부라 해도 될 정도로 아주 중요한 것이다. 다수가 바라는 개선안을 만들어 교원의 사기를 높이고 교직사회가 활력이 넘치게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교원승진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교단 현장의 목소리는 높았다. 그렇지만 이해당사자간의 요구가 서로 달라 제논에 물대기식으로 다투는 바람에 학부모와 국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다수의 교육 주체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밑그림으로 그려서 교육혁신위에 넘겨준 개선안을 보면 실망이다. 교육부 개선안의 핵심은 능력 중심의 승진체제로 개편하고, 초빙교장과 공모형 교장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처럼 근무평정을 강화하고 경력을 무시하는 승진제도가 능력 중심 승진체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승진은 동일직렬 내에서 상위직으로 수직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한 사회조직에서 직원은 승진함에 따라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며 신분이 상승하고 보수가 늘어난다. 조직의 구성원은 해가 가고 경력이 늘어남에 따라 업무추진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향상된다. 승진은 업무수행에 성과를 높인 것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

▲ 관료제의 승진은 피라미드의 정상을 향하여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 정근영
승진은 관료제 조직에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직원의 사기를 높여 조직을 변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교직사회가 침체되어 있는 데는 물론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승진의 정체로 조직이 침체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원 승진 개선안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교원 조직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육 관료제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로 일반 행정직과 경찰직 직제를 살펴보자. 일반 행정직 공무원은 1급 관리관, 2급 이사관, 3급 부이사관, 4급 서기관, 5급 사무관, 6급 주사, 7급 주사보, 8급 서기, 9급 서기보, 10급 기능직 등 10단계의 계급구조로 되어 있다. 경찰은 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 총경, 경무관, 치안총감, 치안정감, 치안감 등 11단계로 되어 있다.

반면에 교원의 직급은 교사, 교감, 교장 등 3단계다. 교사나 교감, 교장을 보직으로 보게 되면 교원은 계급이 없고 따라서 승진도 없다. 경찰의 경우 총경은 계급, 서장은 보직이고 행정직의 경우 서기관은 계급, 과장은 보직이다.

교원의 교사, 교감, 교장을 계급으로 본다면 3단계 계급구조다. 이렇게 계급의 단계가 적어면 그만큼 승진의 기회가 줄어든다. 행정직이나 경찰 등 다른 공조직에서는 근속승진제도가 있어 세월만 가면 대략 네다섯 단계는 자동으로 승진한다. 그러나 교원은 평생 한 단계도 승진하지 못하고 평생을 평교사로 근무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관료제 조직은 하위직일수록 숫자가 많고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숫자가 점차 줄어들어 삼각형 구조를 이룬다. 거기다가 관료제조직으로 들어갈 때부터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출발지점이 서로 다르다. 고졸 수준은 9급, 전문대 수준은 7급, 대학 수준은 5급으로 입직한다. 경찰도 그렇다. 고졸 수준은 순경, 경찰대학 출신은 경위로 입직한다.

그렇지만 교원은 다수의 교사 위에 단 한 명의 교감, 그 위에 또 단 한 명의 교장이 있어 삼각형 구조가 아니다. 교원은 누구나 똑같은 자격을 갖고 똑같은 수준의 임용시험을 거쳐서 교사로 입직한다. 교원의 승진구조는 피라미드와 같은 계단식 구조가 아니라 절벽위에 외줄타고 오르기 식의 구조다.

▲ 교원의 승진은 절벽위로 외줄타고 올라가기다. 높지는 않지만 경쟁률이 높고 한 사람만 줄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밑에서 흔들면 위 사람은 떨어져 다칠 수도 있다.
ⓒ 정근영
일반 행정직이나 경찰과 같은 관료조직은 여러 사람이 계단을 올라가는 구조라면 교원의 승진은 절벽위로 외줄을 타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 행정직이나 경찰이 백두산이나 한라산 같이 높고 이름난 산을 올라가는 등산이라면 교원의 승진 길은 겨우 수백 미터에 지나지 않는 이름 없는 야산을 등산하는 것과 같다. 교원의 최고 봉우리인 교장은 일반 행정직의 최고봉인 1급 관리관이나 경찰의 최고봉인 치안총감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대학을 나와 행정고등고시(교육직)에 합격하면 5급 사무관이다. 5급 사무관은 직급으로는 지역교육청 관리과장이다. 5급 사무관 아래에 교장급 직원이 있어 교장은 일반 행정직으로 치면 5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장이 일반 행정직의 어느 직급에 해당하는지 이론이 많지만 낮게는 사무관 정도로 비교한다. 교원은 평생 승진해도 대졸 수준의 사무관이라면 교원에게 승진은 없다고 볼 수 있고 교원이 서로 승진하려고 다투는 것은 도토리 키 재기일 수밖에 없다.

똑같은 체력을 가진 사람이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면 먼저 출발한 사람이 산 정상에 먼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교직은 입직의 순간 똑같은 자격(체력)으로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먼저 출발한 사람, 즉 경력이 많은 사람이 먼저 승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것이 교원의 승진에서 경력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예전에 초등학교 교원은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 중학교 나온 사람, 고등학교 나온 사람, 전문대학 나온 사람, 4년제 정규대학 나온 사람 등으로 다양했다. 이런 경우 승진은 경력보다 학력을 중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때는 경력을 중시해서 초등학교만 나온 교감이나 교장 밑에 대학 나온 사람이 교사로 복무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4년제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나온 교사가 현직에 근무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교사가 많아 자연 경력이 많을수록 학력도 높아진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교원은 역시 경력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 학위(능력)를 중시하면 자연히 경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원의 승진제도에서 학력이나 학위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오히려 60시간의 직무연수가 수년 동안의 대학원 학력을 압도했다.

교원의 승진제도를 능력 중심으로 개선한다고 하는데 그 능력은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 교원임용고시에서 보인 실력, 그것이 능력이다. 교원의 학식의 척도인 학력, 학위가 능력이다. 그렇지만 교육부에서는 학위와 같은 공인된 능력을 무시하고 근무평정으로 나타난 결과를 능력으로 보는 것 같다. 여기서 문제의 소지가 발생한다.

교원승진 제도를 개선하려면 절벽위의 외줄타기 식의 현행 승진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교원의 조직구조를 교사, 교감, 교장의 3단계에서 7단계나 8단계까지로 늘리고 관료제 조직의 특성에 맞추어 피라미드 구조가 되게 해야 한다. 일반 행정조직이나 경찰 조직도 새로운 직급이 많이 만들어 지금과 같은 다층 구조가 되었다.

옛날에도 교원의 조직은 다층으로 다양했다. 고려시대 국자감에서는 종9품 율학 조교에서 정3품 대사성에 이르기까지 10단계였다. 조선시대 성균관에서는 종9품 학유에서 정2품 지관사에 이르기까지 11단계의 직급이 있었다. 교원의 조직 3단계는 현행의 다른 공조직(행정직, 경찰직)과 비교(공시적 고찰)해도 역사적(통시적 고찰)으로 국자감과 성균관과 비교해도 그 타당성을 찾을 수 없다.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을 마련함에 교원의 계급 구조를 1급에서 7급까지 7단계로 정도로 해서 승진의 기회를 더욱 많이 주어야 한다. 근무평정은 당해 계급의 전 기간을 평정기간으로 해서 근무성적 만으로 승진을 하게 하면 근무성적과 경력을 아울러 존중하게 된다.

교원양성대학을 나와서 임용고시를 거쳐 평교사로 입직하는 교사를 7급 조교사로 하고 그 위에 6급 부교사, 5급 정교사, 4급 전문교사 3급 수석교사 2급 선임교사 1급 대교사로 승진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1급 교사 가운데서 교육부 장관, 대통령 교육비서관 등을 임용하고 2급 교사 중에서 대통령 자문위원, 국정자문위원, 시·도 교육감을 임명 또는 선출한다. 3급 교사를 자격으로 부교육감, 지역교육청 교육장, 시도 교육위원, 대규모 학교장 등을 임용한다. 4급 교사는 작은 규모의 학교장, 큰 학교의 교감을 임용한다.

5급 교사에서 학년부장 등 보직교사로 임용하고 6급, 7급 교사는 학습 활동을 지도하게 한다. 5급 이하 교원이 실무직이고 4급 이상은 간부직으로 하지만 교원이라면 반드시 수업을 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교원조직 세포 하나하나 모두 살아나서 교직사회는 활력이 넘치게 될 것이다.

 

 

[반론] 걱정스런 정근영 기자의 '교원 승진 7단계론'
승진보다 가르치는 일이 대접 받는 여건이 시급하다
텍스트만보기   김희년(kheenn) 기자   
이 기사가 과연 <오마이뉴스>에 오른 기사인가,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이 글을 쓴 분이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제1기 전문위원이었다는 점이다. 교육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지극히 중요한 일에 참여한 분이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사실 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개혁위원회와 교육부 안이 어떤지는 나로서는 별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정근영 기자가 주장하는 요지가 대강 다음과 같은데,

교육부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의 핵심이 능력 중심의 승진 체제로 개편하고, 초빙교장과 공모형 교장제를 강화하는 것인데, 능력은 문제 많은 근무평정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공인된 똑같은 자격(학위)으로 똑같이 출발하는 교직 특성상 경력이 우선하는 승진 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현재의 교사-교감-교장의 3단계 승진 구조를 다른 행정직처럼 다단계로 만들어 7급 조교사로부터 1급 대교사의 7단계로 만들면 교원들의 승진 기회가 늘어나 교단은 활력을 띠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1월 24일 '교원 승진은 외줄타고 절벽 오르기-교원계급구조 3단계에서 7단계로 확대해야', 정근영 기자


여기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소박하게 말하고 싶다.

먼저 정 기자가 가지고 있는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생뚱맞다고 생각한다. 정 기자는 오늘의 교육 문제가 교사 승진의 적체에서 비롯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말하는 대로 교사 승진 구조를 7단계로 만들어 승진기회를 늘리면 과연 교단이 활력을 띠게 될까? 그럴 것이다. 엄청나게 열려진 승진 기회, 그 많은 계단을 통과하기 위하여 교사들의 경쟁은 불붙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무엇을 위한 활력'일까? '아이들에 관심과 시간을 바치는 활력'일까? 그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다단계 승진구조야말로 관료주의를 강화하자는 것인데, 그것은 필연적으로 승진 경쟁을 낳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경쟁 앞에서 경력 우선으로 승진하자는 발상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대학원 졸업장으로 그리고 경력으로 승진을 결정하자는 생각을 누가 동의하겠는가?

그 다음에 예상되는 것은 7단계나 되는 승진의 관문을 객관적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의 도입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어떤 형태로든 점수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현실은 어떠한가? 그러지 않아도 정 기자가 말한 것처럼 '낭떠러지 외줄타기' 승진 점수 확보를 위해 각종 전시성 시범학교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고, 승진을 위한 발판인 부장이 되기 위해 일부 교사들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이들 교육에 바쳐져야 할 교사들의 역량이 엉뚱한 일에 소모되고 있다.

인성교육이다, 민주주의교육이다, 금연교육이다 하며 등 각종 명목의 시범학교를 유치하고, 15명 정도의 교사들이 참여해 이런 저런 역할을 맡으며 역량을 쏟는다. 해마다 하는 시범학교 행사에 전공과는 무관한 홍보니 인쇄니 하는 잡무를 단골로 도맡아 점수 관리를 하는 교사들도 많다. 수업 시간은 막무가내로 적게 맡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면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수의 교사들이 승진과 무관한 자리에 서서 묵묵히 아이들 만나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서 7단계 승진안을 던진다면 이것은 학교를 승진을 위한 각축장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교장 되기 힘든 현실 때문에 오히려 승진을 외면하고 교육에 전념하던 교사들에게 승진의 문제가 너무도 절박하고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쟁을 경력으로 관리해 낼 수 있겠는가? 교사들은 아이들 가르치는 일보다 이렇게 열려 있는 승진의 길을 향해 실적쌓기 경쟁에 줄서게 될 것이다.

정 기자는 기사에 달린 독자의 댓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자리걸음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 지 아십니까? 교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5급 사무관이나 4급 서기관 정도의 대우를 받아야 하고 또 교원은 스스로 정책을 만들어 수행할 권한이 없는 하급공무원 대우지요.

'제자리걸음'에 정 기자는 많이 지친 모양이지만, 정작 교사들이 지치는 이유는 승진을 못해서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 지나치게 부과되는 관료적인 잡무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잡무가 상부나 외부 기관에 의해 주어지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은 승진 경쟁을 하는 일부 부장들에 의해 양산되고 있기도 하다. 행정 업무 간소화의 시대 흐름에 역행하면서 '잘 보이기 위한' 새로운 양식과 문서를 만들어내서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교사가 지치면 결국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현재의 승진구조 속에서 교감이나 교장의 입장은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업무를 잘 수행해나가는 교사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 승진과 관련되는 정보나 업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교장의 눈치를 봐야 하고, 이런 관계는 학교 현장의 교육활동에서 공적인 기능과 관계망을 무너뜨리고 교장과 얼마나 가까운가 하는 사적인 인간관계가 지배하게 된다. 당연히 승진의 발판이 되는 부장이라는 보직도 이런 사적인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이 관심과 시간을 바쳐야 할 곳은 아이들이다. 교사들이 교육 외의 것에 한눈을 팔기 시작하면 교육은 그저 '때우기'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이 교사에게 보상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승진이 아니라,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시간을 많이 바칠수록 대접을 해 주는 여건 마련이다. (물론 그 '대접'은 승진으로 보상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보상은 아이들 교육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감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여건이란 교사 개인 혹은 교사 조직들이 스스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적용할 수 있는 지원 체제를 마련하고 이러한 활동에 대해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보상제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교사들의 마음이 쓸쓸해지기 시작한다. 주위의 친구들이 국회의원이다, 아무개 회사의 이사다, 점장이다, 하는 명함을 내밀지만 "아직도 평교사냐?"는 세상의 눈길에 초라함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거기에다 동료나 후배 교사들이 교감, 교장으로 승진이라도 하고 지시를 받아야 되는 입장이면 거북하기가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대다수의 교사는 평교사로 정년을 맞을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일이 초라한 일이 되다니! 그것은 바로 권위주의적인 승진 제도 속에서 교사들의 교육 활동이 교육 행정의 권위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평교사로서 아이들과 접촉하면서 교육 활동을 왕성히 해 나가는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승진이 필요 없는 교장보직제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 교장보직제 주장에 대해 교사 집단의 평등주의적 이기심의 발로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물론 그런 식으로 오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교장보직제는 교육 행정에 짓눌려 있는 교육의 본래적 기능을 살리기 위한 제도라는 데 더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이 승진에 한 눈 파는 교육 역량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교감ㆍ교장 제도는 일제의 학교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여 권위주의적 교육관에 맞는 역할을 아직도 그대로 갖고 있다. 한번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면 아이들과 접촉하는 교육 활동과는 영영 멀어진다. 수업도 맡고 생활지도도 담당하는 다른 나라의 교장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어렵게 승진한 분들의 사고방식은 그가 살아온 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행정편의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정규 교과 등 위에서 주어진 것이 아닌 교사들의 창의적인 교육 활동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모습을 많이 띠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교장이 되고서도 최소한의 수업을 맡고 생활 지도를 전담하면서 교육 활동을 하는 교장, 임기를 다하면 자연스럽게 수업을 맡는 평교사로 돌아오는 교장의 모습을 보일 때 행정에 짓눌린 교육의 본래적 기능은 살아날 것이고, 승진과는 무관한 평교사들이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학교의 활력은 교사들에게 승진 기회를 늘려줌으로써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매진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은 학교 풍토를 행정 중심에서 교육활동 중심으로 바꿀 때 가능할 것이다. 승진의 개념을 없앤 교장보직제는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다.

정 기자는 승진 제도에 대해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다투는 바람에 학부모와 국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다수의 교육 주체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하지만 정 기자의 주장이야말로 국민들의 뜻과는 거리가 먼 승진 이기주의의 발상이 짙게 깔려 있는, 국민들의 빈축을 살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정 기자의 기사에 달린 어느 분의 댓글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그나마 수평적 구조이기에 애초부터 그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로지 교육에만 전념하는 수많은 교사들을 한 번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위험한 발상은 제발 거두어 주세요.

 

 

"선생님도 빨리 교감 선생님 되셔야죠"
교사에게 있어 승진은 무엇인가
텍스트만보기   서종훈(prmk) 기자   
방학 중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학교에 나갈 일이 없다. 하지만 고3에 올라가는 아이들을 맡고 있는지라 혹시나 몇몇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고 있나 궁금해 나가게 되었다. 보충수업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뒤라 몇몇 아이들이 교실에 나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 방학인데 집에서 좀 쉬지. 이렇게 추운데 학교 나와 공부를 하고 있니. 춥지 않아."
"선생님도 참, 언제는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라고 하시더니 무슨 딴 말씀이세요."

아이가 도리어 나를 타박하는 것이었다. 물론 속마음이야 학교에 다 나오라고 하고 싶지만, 방학이라 학교에 나오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3이라는 것을 핑계로 방학 전에 되도록이면 다들 학교에 나와서 정말로 자발적으로 공부하자고 반강제적인 압력을 가한 적은 종종 있었다.

"그래 미안하다. 선생님이 별 도움도 되지 못하고."
"그런데, 선생님은 학교에 어쩐 일이세요. 보충수업도 끝났잖아요. 그리고 오늘 일직 선생님도 아니신 것 같은데…."
"선생님도 공부하려고 나왔다. 너희들이 이렇게 방학도 없이 열심히 공부하는데, 선생님이라고 집에서 놀 수 있냐. 더 열심히 해야지."
"선생님도 공부하세요?"

아이의 엉뚱하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놈아, 선생님들은 너희들 그냥 가르치는 줄 아니. 너희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너희들 잘 가르칠 것 아니냐."
"농담입니다, 선생님. 대학 때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하시고 그리고 어려운 시험도 통과하셨는데 굳이 또 공부하실 필요가 있나요."
"공부가 끝이 있니. 너희들도 지금 하고 있잖니.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잖니."
"그건 맞아요…. 아 참, 선생님도 빨리 교감 선생님 되셔야죠."
"그게 무슨 소리냐. 뜬금없이…."
"아니, 빨리 승진하셔야 편할 것 아니에요? 봉급도 많이 받고…."

가끔 아이들이 교무실에서 책을 보거나 뭔가 열심히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곧잘 "선생님도 빨리 승진하시려고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거죠"라는 말을 툭툭 던지곤 했다. 그 때마나 묘한 기분을 느꼈다.

고등학생들인지라 제법 세상 물정을 안다손치더라도 교재 연구나 대학원 관련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이 바라보는 그런 아이들의 시선이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고, 때론 서글프기도 했다. 한편으론 '아이들이 어떤 학교에서 어떤 모습을 보았기에 내게 저런 이야기를 할까'하는 생각이 들 때는 교사로서 부끄럽기도 했다.

교사가 되려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기 전에, 그러니까 대학 초년생 시절에 우연하게 교육관련 공무원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시간과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교사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었다. 그리고 현재 교사의 길에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교사에게 과연 승진이란 뭘까. 교직생활 8년 동안 주위를 스쳐간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승진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봤지만 아직은 몸으로 느낄만한 처지도 못되고 승진에 벌써부터 목숨을 거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종종 주변에 승진을 목전에 두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뵈면서 '정말로 교사에게 승진이 그렇게 중요할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은 종종 있었다.

"선생님, 승진을 꼭 해야 합니까. 주변에 보면 승진을 포기하시고도 아이들과 재미있게 그리고 주위의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에게 인정받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잖습니까?"
"서 선생은 아직 젊잖아. 나이 들어봐, 아이들이 좋아하겠어? 나이든 할아버지 선생님 들어온다고 구박부터 할텐데. 생각만 해도 끔직해. 그리고 겉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누가 제대로 대우나 해 주겠어."
"그래도 선생님, 교사가 아이들과 이렇게 열심히 부딪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말고 더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로 서 선생님 말이 맞아. 하지만 대부분 교사들이 그런 분위기를 이상적으로 삼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잖아…."

승진을 목전에 앞둔 한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승진을 해야만 인정받고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반자조섞인 말씀을 하시고는 우리 교육의 서글픈 현실을 내내 안타까워하시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보니 '교사가 아이들과 마주하지 않는다면 그게 과연 의미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수업을 하지 않고 교사로서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하는 문제와 결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즈음 곧잘 수석교사제라는 또 다른 교사 승진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행정편의주의, 우월주의 발상에서 나온 전근대적인 제도인 현재의 교육행정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좋은 제도라는 판단이 든다. 특히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이고,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접근해야만 교사로서 진정한 의미가 있다면 수석교사제도는 그 시행을 늦출 수 없는 좋은 정책이라는 판단이 든다.

교사는 정말로 아이들과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지극히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우리 교육 현실에서의 교사들의 자리다. 그 힘든 자리가 헛되지 않는 그런 교육행정 제도의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승진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현실과 겹치면서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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