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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가 과연 <오마이뉴스>에 오른 기사인가,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이 글을 쓴 분이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제1기 전문위원이었다는 점이다. 교육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지극히 중요한 일에 참여한
분이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사실 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개혁위원회와 교육부 안이 어떤지는 나로서는 별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정근영 기자가 주장하는 요지가 대강 다음과 같은데, 교육부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의 핵심이 능력 중심의 승진 체제로 개편하고, 초빙교장과 공모형 교장제를 강화하는 것인데, 능력은 문제 많은 근무평정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공인된 똑같은 자격(학위)으로 똑같이 출발하는 교직 특성상 경력이 우선하는 승진 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현재의 교사-교감-교장의 3단계 승진 구조를 다른 행정직처럼 다단계로 만들어 7급 조교사로부터 1급 대교사의 7단계로 만들면 교원들의 승진 기회가 늘어나 교단은 활력을 띠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1월 24일 '교원 승진은 외줄타고 절벽 오르기-교원계급구조 3단계에서 7단계로 확대해야', 정근영 기자 여기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소박하게 말하고 싶다. 먼저 정 기자가 가지고 있는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생뚱맞다고 생각한다. 정 기자는 오늘의 교육 문제가 교사 승진의 적체에서 비롯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말하는 대로 교사 승진 구조를 7단계로 만들어 승진기회를 늘리면 과연 교단이 활력을 띠게 될까? 그럴 것이다. 엄청나게 열려진 승진 기회, 그 많은 계단을 통과하기 위하여 교사들의 경쟁은 불붙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무엇을 위한 활력'일까? '아이들에 관심과 시간을 바치는 활력'일까? 그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다단계 승진구조야말로 관료주의를 강화하자는 것인데, 그것은 필연적으로 승진 경쟁을 낳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경쟁 앞에서 경력 우선으로 승진하자는 발상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대학원 졸업장으로 그리고 경력으로 승진을 결정하자는 생각을 누가 동의하겠는가? 그 다음에 예상되는 것은 7단계나 되는 승진의 관문을 객관적으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의 도입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어떤 형태로든 점수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현실은 어떠한가? 그러지 않아도 정 기자가 말한 것처럼 '낭떠러지 외줄타기' 승진 점수 확보를 위해 각종 전시성 시범학교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고, 승진을 위한 발판인 부장이 되기 위해 일부 교사들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이들 교육에 바쳐져야 할 교사들의 역량이 엉뚱한 일에 소모되고 있다. 인성교육이다, 민주주의교육이다, 금연교육이다 하며 등 각종 명목의 시범학교를 유치하고, 15명 정도의 교사들이 참여해 이런 저런 역할을 맡으며 역량을 쏟는다. 해마다 하는 시범학교 행사에 전공과는 무관한 홍보니 인쇄니 하는 잡무를 단골로 도맡아 점수 관리를 하는 교사들도 많다. 수업 시간은 막무가내로 적게 맡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면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수의 교사들이 승진과 무관한 자리에 서서 묵묵히 아이들 만나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서 7단계 승진안을 던진다면 이것은 학교를 승진을 위한 각축장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교장 되기 힘든 현실 때문에 오히려 승진을 외면하고 교육에 전념하던 교사들에게 승진의 문제가 너무도 절박하고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쟁을 경력으로 관리해 낼 수 있겠는가? 교사들은 아이들 가르치는 일보다 이렇게 열려 있는 승진의 길을 향해 실적쌓기 경쟁에 줄서게 될 것이다. 정 기자는 기사에 달린 독자의 댓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자리걸음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 지 아십니까? 교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5급 사무관이나 4급 서기관 정도의 대우를 받아야 하고 또 교원은 스스로 정책을 만들어 수행할 권한이 없는 하급공무원 대우지요. '제자리걸음'에 정 기자는 많이 지친 모양이지만, 정작 교사들이 지치는 이유는 승진을 못해서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 지나치게 부과되는 관료적인 잡무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잡무가 상부나 외부 기관에 의해 주어지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은 승진 경쟁을 하는 일부 부장들에 의해 양산되고 있기도 하다. 행정 업무 간소화의 시대 흐름에 역행하면서 '잘 보이기 위한' 새로운 양식과 문서를 만들어내서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 교사가 지치면 결국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현재의 승진구조 속에서 교감이나 교장의 입장은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업무를 잘 수행해나가는 교사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 승진과 관련되는 정보나 업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교장의 눈치를 봐야 하고, 이런 관계는 학교 현장의 교육활동에서 공적인 기능과 관계망을 무너뜨리고 교장과 얼마나 가까운가 하는 사적인 인간관계가 지배하게 된다. 당연히 승진의 발판이 되는 부장이라는 보직도 이런 사적인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이 관심과 시간을 바쳐야 할 곳은 아이들이다. 교사들이 교육 외의 것에 한눈을 팔기 시작하면 교육은 그저 '때우기'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이 교사에게 보상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승진이 아니라,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시간을 많이 바칠수록 대접을 해 주는 여건 마련이다. (물론 그 '대접'은 승진으로 보상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보상은 아이들 교육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감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여건이란 교사 개인 혹은 교사 조직들이 스스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적용할 수 있는 지원 체제를 마련하고 이러한 활동에 대해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보상제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교사들의 마음이 쓸쓸해지기 시작한다. 주위의 친구들이 국회의원이다, 아무개 회사의 이사다, 점장이다, 하는 명함을 내밀지만 "아직도 평교사냐?"는 세상의 눈길에 초라함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거기에다 동료나 후배 교사들이 교감, 교장으로 승진이라도 하고 지시를 받아야 되는 입장이면 거북하기가 이를 데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대다수의 교사는 평교사로 정년을 맞을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일이 초라한 일이 되다니! 그것은 바로 권위주의적인 승진 제도 속에서 교사들의 교육 활동이 교육 행정의 권위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평교사로서 아이들과 접촉하면서 교육 활동을 왕성히 해 나가는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승진이 필요 없는 교장보직제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 교장보직제 주장에 대해 교사 집단의 평등주의적 이기심의 발로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 듯하다. 물론 그런 식으로 오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교장보직제는 교육 행정에 짓눌려 있는 교육의 본래적 기능을 살리기 위한 제도라는 데 더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이 승진에 한 눈 파는 교육 역량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교감ㆍ교장 제도는 일제의 학교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여 권위주의적 교육관에 맞는 역할을 아직도 그대로 갖고 있다. 한번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면 아이들과 접촉하는 교육 활동과는 영영 멀어진다. 수업도 맡고 생활지도도 담당하는 다른 나라의 교장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어렵게 승진한 분들의 사고방식은 그가 살아온 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행정편의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정규 교과 등 위에서 주어진 것이 아닌 교사들의 창의적인 교육 활동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모습을 많이 띠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교장이 되고서도 최소한의 수업을 맡고 생활 지도를 전담하면서 교육 활동을 하는 교장, 임기를 다하면 자연스럽게 수업을 맡는 평교사로 돌아오는 교장의 모습을 보일 때 행정에 짓눌린 교육의 본래적 기능은 살아날 것이고, 승진과는 무관한 평교사들이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학교의 활력은 교사들에게 승진 기회를 늘려줌으로써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매진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은 학교 풍토를 행정 중심에서 교육활동 중심으로 바꿀 때 가능할 것이다. 승진의 개념을 없앤 교장보직제는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다. 정 기자는 승진 제도에 대해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다투는 바람에 학부모와 국민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다수의 교육 주체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하지만 정 기자의 주장이야말로 국민들의 뜻과는 거리가 먼 승진 이기주의의 발상이 짙게 깔려 있는, 국민들의 빈축을 살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정 기자의 기사에 달린 어느 분의 댓글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그나마 수평적 구조이기에 애초부터 그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로지 교육에만 전념하는 수많은 교사들을 한 번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위험한 발상은 제발 거두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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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학교에 나갈 일이 없다. 하지만 고3에 올라가는 아이들을 맡고 있는지라 혹시나
몇몇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고 있나 궁금해 나가게 되었다. 보충수업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뒤라 몇몇 아이들이 교실에 나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 방학인데 집에서 좀 쉬지. 이렇게 추운데 학교 나와 공부를 하고 있니. 춥지 않아." "선생님도 참, 언제는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라고 하시더니 무슨 딴 말씀이세요." 아이가 도리어 나를 타박하는 것이었다. 물론 속마음이야 학교에 다 나오라고 하고 싶지만, 방학이라 학교에 나오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3이라는 것을 핑계로 방학 전에 되도록이면 다들 학교에 나와서 정말로 자발적으로 공부하자고 반강제적인 압력을 가한 적은 종종 있었다. "그래 미안하다. 선생님이 별 도움도 되지 못하고." "그런데, 선생님은 학교에 어쩐 일이세요. 보충수업도 끝났잖아요. 그리고 오늘 일직 선생님도 아니신 것 같은데…." "선생님도 공부하려고 나왔다. 너희들이 이렇게 방학도 없이 열심히 공부하는데, 선생님이라고 집에서 놀 수 있냐. 더 열심히 해야지." "선생님도 공부하세요?" 아이의 엉뚱하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놈아, 선생님들은 너희들 그냥 가르치는 줄 아니. 너희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너희들 잘 가르칠 것 아니냐." "농담입니다, 선생님. 대학 때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하시고 그리고 어려운 시험도 통과하셨는데 굳이 또 공부하실 필요가 있나요." "공부가 끝이 있니. 너희들도 지금 하고 있잖니.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잖니." "그건 맞아요…. 아 참, 선생님도 빨리 교감 선생님 되셔야죠." "그게 무슨 소리냐. 뜬금없이…." "아니, 빨리 승진하셔야 편할 것 아니에요? 봉급도 많이 받고…." 가끔 아이들이 교무실에서 책을 보거나 뭔가 열심히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곧잘 "선생님도 빨리 승진하시려고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 거죠"라는 말을 툭툭 던지곤 했다. 그 때마나 묘한 기분을 느꼈다. 고등학생들인지라 제법 세상 물정을 안다손치더라도 교재 연구나 대학원 관련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이 바라보는 그런 아이들의 시선이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고, 때론 서글프기도 했다. 한편으론 '아이들이 어떤 학교에서 어떤 모습을 보았기에 내게 저런 이야기를 할까'하는 생각이 들 때는 교사로서 부끄럽기도 했다. 교사가 되려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기 전에, 그러니까 대학 초년생 시절에 우연하게 교육관련 공무원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시간과 능력에 한계를 느끼고 교사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었다. 그리고 현재 교사의 길에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교사에게 과연 승진이란 뭘까. 교직생활 8년 동안 주위를 스쳐간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승진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봤지만 아직은 몸으로 느낄만한 처지도 못되고 승진에 벌써부터 목숨을 거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종종 주변에 승진을 목전에 두고 계시는 선생님들을 뵈면서 '정말로 교사에게 승진이 그렇게 중요할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은 종종 있었다. "선생님, 승진을 꼭 해야 합니까. 주변에 보면 승진을 포기하시고도 아이들과 재미있게 그리고 주위의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에게 인정받으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잖습니까?" "서 선생은 아직 젊잖아. 나이 들어봐, 아이들이 좋아하겠어? 나이든 할아버지 선생님 들어온다고 구박부터 할텐데. 생각만 해도 끔직해. 그리고 겉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누가 제대로 대우나 해 주겠어." "그래도 선생님, 교사가 아이들과 이렇게 열심히 부딪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말고 더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로 서 선생님 말이 맞아. 하지만 대부분 교사들이 그런 분위기를 이상적으로 삼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잖아…." 승진을 목전에 앞둔 한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승진을 해야만 인정받고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반자조섞인 말씀을 하시고는 우리 교육의 서글픈 현실을 내내 안타까워하시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보니 '교사가 아이들과 마주하지 않는다면 그게 과연 의미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수업을 하지 않고 교사로서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하는 문제와 결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즈음 곧잘 수석교사제라는 또 다른 교사 승진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행정편의주의, 우월주의 발상에서 나온 전근대적인 제도인 현재의 교육행정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좋은 제도라는 판단이 든다. 특히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이고, 그리고 그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접근해야만 교사로서 진정한 의미가 있다면 수석교사제도는 그 시행을 늦출 수 없는 좋은 정책이라는 판단이 든다. 교사는 정말로 아이들과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지극히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우리 교육 현실에서의 교사들의 자리다. 그 힘든 자리가 헛되지 않는 그런 교육행정 제도의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승진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현실과 겹치면서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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